[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문영’ 공식 포스터
영화 ‘문영’ 공식 포스터
상처가 생기면 덧나기 전에 약을 발라야 한다. 하지만 한 소녀는 상처를 숨기고자 더 큰 상처를 만든다. 미성숙한 ‘문영’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문영’(감독 김소연)은 말 없는 소녀 문영(김태리)이 카메라에 사람들의 얼굴을 담던 중, 연인과 울며 싸우는 희수(정현)를 찍게 되고 그 인연으로 문영과 희수가 알 수 없는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다.

문영은 번잡한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막무가내로 사람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전문적인 스킬 없이 영상을 찍어대는 문역 덕에 영화는 시종일관 흔들리고 불안하다. 이는 문영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영은 18세 고등학생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뛰어 놀 나이에 말을 할 수 없어 외톨이가 됐고, 집에선 ‘장애인’이라며 막말을 하는 술주정뱅이 아빠로 인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지 오래다.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은 그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런 그에게 희수는 퍽 특이한 사람이다. 문영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켰지만 쿨 했고, 오히려 잘 됐다는 심경으로 말 못하는 문영에게 자신의 속 얘기를 쏟아냈다. 문영은 말이 아닌 마음으로 희수와 소통했다.

영화 ‘문영’ 스틸컷 / 사진제공=KT&G 상상마당
영화 ‘문영’ 스틸컷 / 사진제공=KT&G 상상마당
‘문영’은 마냥 친절하지 않다. 단순히 ‘워맨스’ 혹은 ‘성장기’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문영과 희수가 가까워지는 이유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정의도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의 대사를 듣다 보면 갸우뚱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럼에도 말 없는 문영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소통의 중요성.

말을 잃는 것으로 고통을 감추려 했던 문영과, 밝은 척 하는 겉모습으로 속마음을 숨기려 했던 희수가 비로소 자신의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극의 엔딩 장면은 어떠한 장치 없이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무엇보다 눈빛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김태리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사랑스러운 외모와는 상반되게 고통과 아픔을 눈빛에 담아냈다. ‘아가씨’ 이전의 김태리에 대한 궁금증이 ‘문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엔 김태리뿐 아니라 그와 호흡한 정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정현 역시 시종일관 조용한 극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며 극의 분위기를 진지하게도, 코믹하게도 이끌었다.

두 사람이 깊게 몰입한 캐릭터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문영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오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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