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배우 한석규의 존재감을 증명해보인 작품이다. 26년차 연기자 답게 빈틈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는 드라마와 시청자를 잇는 매개로 든든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최고 시청률 22.8%(닐슨, 전국)에 빛나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뻔한 의학드라마가 아니다. 여느 의학드라마와 같이 생명의 존엄성을 전제로 감동과 기적, 성장과 치유 등이 그려지긴 하지만 그 안에는 불평등한 사회와 모순된 원칙, 실력보다 배경을 선호하는 기득권 층의 불의를 헤쳐나가는 과정들이 담겨있다.
모두가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사회 곳곳의 ‘상처’들이 작품의 주요 배경이자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돌담 병원’을 거쳐 치료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러한 장면들의 중심에는 닥터 부용주이자 김사부라는 이름의 영웅적 인물이 있다. 바로 한석규가 연기하는 ‘진짜 의사’다.
‘오직 살리는 것’이 목표인 김사부는 좋은 의사나 최고의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는 게 ‘진짜 의사’의 역할이라 외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의사를 떠나 모든 직업에 있어 ‘최고의 나’가 아닌 ‘필요한 나’가 되는 것. 주체를 나 자신에서 타인으로 옮겨간 김사부의 신념은 한석규를 통해 더 분명하고 정의롭게 드러났다.
한석규 /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김사부를 통해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작품 자체를 보여주고 중심을 이끌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김사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것 역시 성공하며 작품을 흥행으로 이끌었다.
김사부는 ‘메스’ 대신 ‘칼’을 외치고, 꽉 막힌 꼰대처럼 제자들을 갈구다가도 부정과 불의에 맞설 땐 누구보다 멋지게 정의구현을 해내는 인물이다. 엄격하면서도 따뜻하고, 괴팍하면서도 정의로운 김사부 캐릭터는 스릴러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색깔을 갖춰온 한석규를 만나 더욱 빛을 낼 수 있었다.
마치 실존 인물처럼 자연스럽고 흔들림 없는 한석규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작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진정성있고 무겁지 않게 전달해준다. 21년 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와 여전한 내공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한석규의 귀환이 고맙고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