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한 장면
사진=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한 장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푹 빠져든다. 또 어딘가 모르게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게 바로 박기영 음악감독이 말한 ‘치유’가 아닐까.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고(故)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들의 만남부터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며, 또 음악도 가져왔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그 여름, 동물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박경찬 연출과 동물원의 멤버이자 이번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은 박기영, 그리고 홍경민, 최승열, 이정열, 임진웅, 김준오, 방재호, 최성욱, 최신원 등이 참석했고, 하이라이트 시연도 펼쳐졌다.

주옥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잊혀지는 것’ ‘혜화동’ ‘말하지 못한 내사랑’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내가 필요한 거야’ ‘나무’까지, 동물원과 김광석이 발표한 명곡들로 채워졌다.

‘그 여름, 동물원’은 극중 그 친구로 등장하는 김광석의 기일을 맞아 옛 연습실을 찾은 동물원 멤버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청춘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막을 열고 과거로 돌아가는 식이다.

지난 2015년 초연을 마치고 올해 재연으로 돌아왔다. 박경찬 연출은 “우선 지난해와 달리 무대 커졌다. 역량 있는 배우를 섭외했고, 장면도 한층 풍성해졌다”며 “관객들이 그때 그 상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시대적인 모티브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특히 회귀 장면에 신경을 더 썼다. 김광석의 추모 공연 장면은 캐릭터보다 실루엣이 더 많이 보인다. 이유는 인물에 집중하기 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김광석을 ‘그 친구’로 이름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박기영에게는 더 남다르다. 동물원의 멤버인 그는 자신의 지난날을 담은 ‘그 여름, 동물원’의 음악 감독으로 나서며 더 깊게 들여다봤다.

박기영은 “음악 감독을 맡고 연습에 참여하면서, 옛 생각이 나고 기분이 묘하더라”며 “즐거운 기억도 있고, 또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며 나도 모르게 외면했던 상처들이 치유됐다. 갈등과 화해하는 경험을 했다. 내게 ‘그 여름, 동물원’은 화해와 치유의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사진=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포스터
사진=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포스터
그 친구 역을 맡은 홍경민은 “시대상 동물원,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부를 수밖에 없는 세대였다”며 “개인적으로 공연에서도 동물원과 김광석의 노래를 부를 정도다. 워낙 많이 불러왔던 터라 노래는 익숙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덧 뮤지컬을 시작한지 10년이 됐다. 창작 뮤지컬을 위주로 하다 보니까, 힘든 상황이나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10년간의 마음 고생이 ‘그 여름, 동물원’을 통해 치유가 됐다. 영광스러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동물원의 창기로 분한 이정열은 “김광석의 20주기가 되는 해이다.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할 것이다.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올리며 멀리 떨어져 있을 뿐, 김광석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애틋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광석, 동물원은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회자되는 명곡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박기영은 “동물원이 1집을 발표했을 때, 누군가가 ‘회색빛 도시에 서정을 노래하는 그룹’이라고 표현했다. 미학적으로 뛰어나지도, 음악이 세련된 것도 아니지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노래가 될 수 있고, 우리들의 삶과 서글픈 상념이 시가 될 수 있다는 증명한 것이 지금까지 생명력을 지닐 수 있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김광석, 동물원의 노래만으로 가슴 벅찬 ‘그 여름, 동물원’은 오는 2017년 1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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