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화려한 데뷔식이다. 그의 첫 상업 영화 연출에 영화계와 대중들이 주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관객들의 신뢰를 받는 배우 강동원이 출연하고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판타지 세계를 그렸다. 단편 ‘숲’(2012), ‘잉투기’(2013) 등을 통해 ‘괴물신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엄태화 감독이 16일 영화 ‘가려진 시간’을 세상에 선보였다.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시간의 멈춤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신선한 장르와 색다른 소재에 특별한 감성까지 더했다. 시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어른이 된 성민은 몸은 다 자랐지만 아직 13살 소년의 마음을 간직했다. 다시 돌아온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수린 뿐이다.
“뭘 믿어야 할지 모르는 세상이잖아요. 불신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에 ‘믿음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심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피곤하게 다가왔거든요. 더 외로워지기도 했고. ‘가려진 시간’은 그런 상황에 대한 반발일수도 있고 또 희망을 담을 것일 수도 있겠네요.”
엄태화 감독은 조곤조곤했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지만 웃을 때는 수줍은 소년의 얼굴도 있었다. 그는 “차분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서도 “어렸을 때는 산만하고 장난꾸러기였다. 가만히 있질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바뀌더라. 그런데 그런 성향이 아직 내면에 남아 있어서 영화로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세계는 뭘까? ‘숲’ ‘잉투기’ ‘가려진 시간’으로 이어지는 작품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숲’은 꿈과 현실이 뒤엉킨 이야기고 ‘잉투기’는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아요. ‘가려진 시간’은 멈춘 세계와 현실이 부딪히고요. 솔직히 제가 왜 이런 지점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잔혹 동화 스토리나 팀 버틴 감독 작품을 좋아하긴 하거든요.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영화 속 시공간은 멈췄다. 이를 구현한 영상은 신비롭다. 그러나 촬영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멈춰 있는 순간을 표현할 때 동적인 순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고양이가 뛰어내리거나 어떤 사람이 뛰어가다가 멈추는 등 상황을 설정해놓았죠. 카메라가 가만히 있으면 스틸 사진 같아 보여서 카메라는 계속 움직이면서 모든 것이 멈춘 상황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올 3월까지 꽤 장시간의 촬영 기간을 거쳤다. 입김이나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도 NG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엄 감독은 “멈춘 세계이다 보니까 머리카락 한 올도 움직이면 안 됐다. 감정신을 찍을 때 에너지 소모가 큰데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되면 다시 찍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파도 앞에 서 있는 성인 남자와 소녀의 모습에서 ‘가려진 시간’은 시작됐다. 1년간의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후반 작업까지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실감이 잘 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담담한 편이에요. 부담도 그렇게 크지 않아요. 물론 큰 예산이 들어가서 흥행에 대한 책임감은 있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거든요. 아쉬움을 남기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시간의 멈춤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신선한 장르와 색다른 소재에 특별한 감성까지 더했다. 시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어른이 된 성민은 몸은 다 자랐지만 아직 13살 소년의 마음을 간직했다. 다시 돌아온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수린 뿐이다.
“뭘 믿어야 할지 모르는 세상이잖아요. 불신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에 ‘믿음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심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피곤하게 다가왔거든요. 더 외로워지기도 했고. ‘가려진 시간’은 그런 상황에 대한 반발일수도 있고 또 희망을 담을 것일 수도 있겠네요.”
엄태화 감독은 조곤조곤했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했지만 웃을 때는 수줍은 소년의 얼굴도 있었다. 그는 “차분하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서도 “어렸을 때는 산만하고 장난꾸러기였다. 가만히 있질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바뀌더라. 그런데 그런 성향이 아직 내면에 남아 있어서 영화로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세계는 뭘까? ‘숲’ ‘잉투기’ ‘가려진 시간’으로 이어지는 작품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숲’은 꿈과 현실이 뒤엉킨 이야기고 ‘잉투기’는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아요. ‘가려진 시간’은 멈춘 세계와 현실이 부딪히고요. 솔직히 제가 왜 이런 지점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잔혹 동화 스토리나 팀 버틴 감독 작품을 좋아하긴 하거든요.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멈춰 있는 순간을 표현할 때 동적인 순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고양이가 뛰어내리거나 어떤 사람이 뛰어가다가 멈추는 등 상황을 설정해놓았죠. 카메라가 가만히 있으면 스틸 사진 같아 보여서 카메라는 계속 움직이면서 모든 것이 멈춘 상황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올 3월까지 꽤 장시간의 촬영 기간을 거쳤다. 입김이나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도 NG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엄 감독은 “멈춘 세계이다 보니까 머리카락 한 올도 움직이면 안 됐다. 감정신을 찍을 때 에너지 소모가 큰데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되면 다시 찍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파도 앞에 서 있는 성인 남자와 소녀의 모습에서 ‘가려진 시간’은 시작됐다. 1년간의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후반 작업까지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실감이 잘 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담담한 편이에요. 부담도 그렇게 크지 않아요. 물론 큰 예산이 들어가서 흥행에 대한 책임감은 있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거든요. 아쉬움을 남기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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