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한수연: 국내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실감을 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종영 이후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종방연 현장에 찾아오신 팬들만 봤었는데, 필리핀 세부에 도착하자마자 수백명의 팬들이 반기고 있더라. (박)보검이나 (곽)동연이가 나갈 때 환호성이 커서 나는 기대도 안했는데, 나 역시 많은 환호성을 받았다. ‘드라마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 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내가 언제 이런 환대를 받겠나. 모두 드라마의 인기 덕이다.
10. 드라마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도 많이 늘지 않았나?
한수연: 맞다. ‘구르미 그린 달빛’ 시작 전에는 140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 이후 팔로워에 ‘K’가 붙더라. 이전에는 ‘어떤 사람이 나를 팔로우 해줄까’라는 궁금증에 일일이 팔로워들의 게시 글을 찾아봤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나에게 남겨주는 댓글은 다 보는 편이다. 나에게 주는 편지 같아서.(웃음)
10. 악역이었지만 큰 사랑을 받았다. 시원섭섭할 것 같다.
한수연: 그저 시원했다. 감독님이 종영 이후 단체 문자를 주셨다. ‘드라마가 뭐 길래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라고 고백하셨는데, 나 역시 공감했다. 중전 김씨를 연기하는 동안 다른 건 하나도 보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렸다. 몸이 많이 괴로웠던 기억이 남는다. 그래서 후회가 없기도 하다. ‘이게 최선이냐’고 묻지 않냐, 나는 최선 같다. 그만큼 나를 쥐어짜며 연기했으니까.
10. 첫 악역이더라. 믿기지 않을 만큼 잘 했다.
한수연: 부담이 있었다. 평소에는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탓에 무서워 보이지 않거나 악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하면서 ‘나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지 1차원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연기는 싫었다. 평소의 내가 악행을 저지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했다. 그래서 착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로 잘근잘근 악인을 연기했다. 또 중전 김씨 역시 나름 짠한 스토리가 있지 않았나. 해서는 안 되지만, 삐뚤어진 생각을 하게 된 인물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했다.
10. 특히 최종회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는 중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수연: 그 상황에 마음이 너무 아파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실제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연기를 한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아기가 울고 있었다. 걷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하라는 디렉션을 받았는데, 계속 까먹고 하염없이 걸으며 눈물을 흘렸다. 감독님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우냐‘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지금 울면 이전에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 모습과, 이후의 반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결국 부채질을 하며 눈물을 털고 다시 촬영을 했었다.
10. 맞다. 극에서 울음을 참는 중전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한수연: 김성윤 감독님이 시청자와의 밀당을 잘한다.(웃음) 극적인 상황에서 배우가 많이 울면 시청자들은 울지 않는다고 하셨다.
10. 결국 중전이 회개하지 않았나. 악행을 저지르다가 마지막에 회개하는 모습을 이해하는 어려움은 없었을까?
한수연: 너무 이해가 됐다. 중전도 충분히 지쳤을 거다. 이미 출산을 하고 아이를 바꿔치기 한 이후에는 기력도 없고 한 풀 꺾여 있었다. 윤성(진영)이에게도 비밀을 들키지 않나. 저질렀던 악행들이 하나씩 돌아오는 상황에서 맞서 싸울 힘이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유일하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아버지 김헌(천호진) 마저 중전을 겁박했다. 중전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본인의 아기까지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엄마였는데 말이다. 그냥 게임 오버였다.
10. 중전과 한 몸이 된 것 같다. 열심히 한 만큼 전체적으로 연기에 대한 만족도도 높겠다.
한수연: 만족은 아니다. 그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연기를 하는 동안 스스로를 너무 괴롭혔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심사위원처럼 혼내고 싶지 않다.
10. 청춘 배우들 박보검·김유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한수연: (김)유정이는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 유정이의 뺨을 정말 세게 때려야 했다. 그래야 유정이가 바로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을 본 시청자분들도 분노를 할 수 있으니까. 그저 미안했다.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웃음) 친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미안해서 계속 끌어안았다. 나중에는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내가 유정이에게 ‘나한테 맞은 거 쌓아뒀다가 종방연에서 날 때려라’라고 말했었다. 보검이를 보면서는 화나는 감정이 올라와야 하는데, 평상시에도 착하고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탓에 미워할 구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보검이 말고 그가 연기한 캐릭터 이영을 세뇌를 시켰다. 중전의 야망을 막고 있는 얄미운 이영(박보검)을.
10. 어린 두 배우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진 않았을까?
한수연: 모니터링을 하면서 ‘아 달달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극중 중전은 분노유발만 하고 있는데.(웃음) 20대 때 연애를 해봤지만, 영과 라온이처럼 알콩달콩하진 않았다. 내가 워낙 조숙했던 탓에 현실적인 연애만 했던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많이 했다.
10. 두 배우들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과 좋은 인연을 쌓은 것 같다. 현장 분위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던데?
한수연: 모난 배우가 단 한명도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니 현장에 피자차며 커피차가 즐비했다. 정작 나는 그 좋은 현장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현장에 준비되는 순간부터 밀실에 앉아서 중전의 상황과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만들었다. 갑자기 감정을 잡으려고 하면 잘 안 나오는 탓에 현장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진 못했다. 오히려 포상휴가를 가서 허물을 다 벗고 놀았다. ‘나도 너희와 똑같은 마음이야’라면서.
10.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수연은 굉장히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다.
한수연: 평소에도 행복한 사람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한다. 이렇게 낙천적인 성격이다 보니 중전 김씨를 연기하는 데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야망 같은 게 없다. 그러면서도 이 역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니 어느 순간 중전과 나의 교집합이 생긴 것 같다. 좋은 연기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찌됐든 내 목표는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이다. 끼니를 굶지 않고 사는 지금 충분히 좋다.
10. 베테랑 연기자였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 덕분에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이 됐다.
한수연: 처음이다. 연기를 많이 했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장 많았던 댓글이 ‘처음 보는 연기자’ 였다. 처음 큰 사랑을 받아봤고, 포상휴가도 갔다, 극의 인기로 인해 KBS2 ‘해피투게더’ 녹화에도 참여했고, 이렇게 매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연기를 오래 했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10. 최근 ‘구르미 그린 달빛’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타지에서도 극의 인기를 실감했다던데?
배우 한수연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럼에도 안타까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환호가 신기했고, 늘어나는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에 감격했다. 그저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해맑게 웃는 한수연은 마치 좋아하는 선물을 받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한수연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에서 야망 가득한 중전 김씨를 연기했다. 눈엣가시인 왕세자 이영(박보검)에게 눌리지 않으려 발악했고, 그와 가깝게 지내는 홍라온(김유정)을 내리쳤다. 세자를 낳고 싶었지만 딸을 낳자, 아기를 매정하게 버렸다.
화려한 당의를 벗고 온전히 배우 한수연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한수연: 국내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실감을 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종영 이후 돌아다닐 시간이 없었다. 종방연 현장에 찾아오신 팬들만 봤었는데, 필리핀 세부에 도착하자마자 수백명의 팬들이 반기고 있더라. (박)보검이나 (곽)동연이가 나갈 때 환호성이 커서 나는 기대도 안했는데, 나 역시 많은 환호성을 받았다. ‘드라마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 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내가 언제 이런 환대를 받겠나. 모두 드라마의 인기 덕이다.
10. 드라마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도 많이 늘지 않았나?
한수연: 맞다. ‘구르미 그린 달빛’ 시작 전에는 1400명 정도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 이후 팔로워에 ‘K’가 붙더라. 이전에는 ‘어떤 사람이 나를 팔로우 해줄까’라는 궁금증에 일일이 팔로워들의 게시 글을 찾아봤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나에게 남겨주는 댓글은 다 보는 편이다. 나에게 주는 편지 같아서.(웃음)
10. 악역이었지만 큰 사랑을 받았다. 시원섭섭할 것 같다.
한수연: 그저 시원했다. 감독님이 종영 이후 단체 문자를 주셨다. ‘드라마가 뭐 길래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라고 고백하셨는데, 나 역시 공감했다. 중전 김씨를 연기하는 동안 다른 건 하나도 보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렸다. 몸이 많이 괴로웠던 기억이 남는다. 그래서 후회가 없기도 하다. ‘이게 최선이냐’고 묻지 않냐, 나는 최선 같다. 그만큼 나를 쥐어짜며 연기했으니까.
10. 첫 악역이더라. 믿기지 않을 만큼 잘 했다.
한수연: 부담이 있었다. 평소에는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탓에 무서워 보이지 않거나 악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하면서 ‘나에게도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지 1차원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연기는 싫었다. 평소의 내가 악행을 저지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했다. 그래서 착한 표정과 친절한 말투로 잘근잘근 악인을 연기했다. 또 중전 김씨 역시 나름 짠한 스토리가 있지 않았나. 해서는 안 되지만, 삐뚤어진 생각을 하게 된 인물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했다.
10. 특히 최종회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는 중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수연: 그 상황에 마음이 너무 아파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실제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연기를 한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아기가 울고 있었다. 걷다가 멈추는 것을 반복하라는 디렉션을 받았는데, 계속 까먹고 하염없이 걸으며 눈물을 흘렸다. 감독님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우냐‘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지금 울면 이전에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 모습과, 이후의 반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결국 부채질을 하며 눈물을 털고 다시 촬영을 했었다.
10. 맞다. 극에서 울음을 참는 중전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한수연: 김성윤 감독님이 시청자와의 밀당을 잘한다.(웃음) 극적인 상황에서 배우가 많이 울면 시청자들은 울지 않는다고 하셨다.
한수연: 너무 이해가 됐다. 중전도 충분히 지쳤을 거다. 이미 출산을 하고 아이를 바꿔치기 한 이후에는 기력도 없고 한 풀 꺾여 있었다. 윤성(진영)이에게도 비밀을 들키지 않나. 저질렀던 악행들이 하나씩 돌아오는 상황에서 맞서 싸울 힘이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유일하게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아버지 김헌(천호진) 마저 중전을 겁박했다. 중전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본인의 아기까지 죽일 수 있는 무서운 엄마였는데 말이다. 그냥 게임 오버였다.
10. 중전과 한 몸이 된 것 같다. 열심히 한 만큼 전체적으로 연기에 대한 만족도도 높겠다.
한수연: 만족은 아니다. 그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연기를 하는 동안 스스로를 너무 괴롭혔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심사위원처럼 혼내고 싶지 않다.
10. 청춘 배우들 박보검·김유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한수연: (김)유정이는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 유정이의 뺨을 정말 세게 때려야 했다. 그래야 유정이가 바로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을 본 시청자분들도 분노를 할 수 있으니까. 그저 미안했다.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웃음) 친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미안해서 계속 끌어안았다. 나중에는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내가 유정이에게 ‘나한테 맞은 거 쌓아뒀다가 종방연에서 날 때려라’라고 말했었다. 보검이를 보면서는 화나는 감정이 올라와야 하는데, 평상시에도 착하고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탓에 미워할 구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보검이 말고 그가 연기한 캐릭터 이영을 세뇌를 시켰다. 중전의 야망을 막고 있는 얄미운 이영(박보검)을.
10. 어린 두 배우의 풋풋한 로맨스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진 않았을까?
한수연: 모니터링을 하면서 ‘아 달달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극중 중전은 분노유발만 하고 있는데.(웃음) 20대 때 연애를 해봤지만, 영과 라온이처럼 알콩달콩하진 않았다. 내가 워낙 조숙했던 탓에 현실적인 연애만 했던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많이 했다.
한수연: 모난 배우가 단 한명도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니 현장에 피자차며 커피차가 즐비했다. 정작 나는 그 좋은 현장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현장에 준비되는 순간부터 밀실에 앉아서 중전의 상황과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만들었다. 갑자기 감정을 잡으려고 하면 잘 안 나오는 탓에 현장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진 못했다. 오히려 포상휴가를 가서 허물을 다 벗고 놀았다. ‘나도 너희와 똑같은 마음이야’라면서.
10.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수연은 굉장히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다.
한수연: 평소에도 행복한 사람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한다. 이렇게 낙천적인 성격이다 보니 중전 김씨를 연기하는 데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야망 같은 게 없다. 그러면서도 이 역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니 어느 순간 중전과 나의 교집합이 생긴 것 같다. 좋은 연기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찌됐든 내 목표는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이다. 끼니를 굶지 않고 사는 지금 충분히 좋다.
10. 베테랑 연기자였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 덕분에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이 됐다.
한수연: 처음이다. 연기를 많이 했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장 많았던 댓글이 ‘처음 보는 연기자’ 였다. 처음 큰 사랑을 받아봤고, 포상휴가도 갔다, 극의 인기로 인해 KBS2 ‘해피투게더’ 녹화에도 참여했고, 이렇게 매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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