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말할 수 있기를’이라는 명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방 ‘러브라인은 어땠는지’를 묻자 ‘S라인, V라인도 있는데 왜 러브라인만 물어보냐’고 아재개그를 날렸다. 철학적이다가도 또 유쾌하다. 배우 유해진이 사랑 받는 이유다.
유해진이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 제작 용필름)로 돌아온다. 첫 원톱 주연으로 유해진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 재성(이준)의 삶을 살게 되는 냉혹한 킬러 형욱 역을 맡았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대로 유해진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진중하다. ‘럭키’는 코미디 장르지만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해진은 역시나 포인트를 아는 배우다. 적재적소에 터져나오는 웃음은 유해진의 열연으로 탄생됐다. 액션, 멜로, 코미디까지. 유해진의 종합선물세트가 곧 출격한다.
10. 첫 원톱 작이었다.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유해진 : 솔직하게 말해서 한 발짝 물러서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나보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는지가 정말 궁금하다. 내 스스로 평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 긴장한 것이 느껴진다. 유해진 : 긴장보다는 걱정이 크다. ‘잘돼야 할 텐데’ ‘욕은 안 먹어야 할 텐데’ 그런 걱정이 든다. 사실 가면 갈수록 현장에 기댈 수 있는 선배가 없어진다. 최고참이 되 가는 책임감이 커진다. 그만큼 외로움도 분명히 있다.
10. 그런 걱정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유해진 :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연기를 할 때는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부담이 확실히 크다.
10. 킬러 형욱일 때와 무명 배우 재성일 때의 미세한 변화를 표현해야 했다. 유해진 : 차별은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킬러일 때는 자세가 꼿꼿했다. 무명배우일 때는 이완된 면이 있었다. 마인드의 차이가 컸다.
10. 형욱은 기억상실에 걸려 완전히 다른 삶을 살지 않는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유해진 :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되도록 과장을 안 하려고 했다. 상황이 주는 웃음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득력을 주고 싶었다.
‘럭키’ 유해진 /사진=쇼박스 제공
10. 유해진이 바뀐 삶을 살고 싶은 인물이 있는지? 유해진 : 바뀐 삶을 썩 살고 싶지는 않다. 누구한테나 대단해보이고, 평화롭게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 안에 곪은 것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 없이 뛰어 놀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아무 걱정 없이 웃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당시에도 고민이 엄청났겠지만 근심 없이 웃었을 때가 자주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근래에 정말 사이다처럼 웃은 적이 없었다.
10. 형욱이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 유해진 : 나에게도 무명배우의 시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팁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드라마 현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에피소드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 현장 팀장에게 자문도 많이 구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웃음) 특별한 게 뭐가 있을까? 머리를 많이 싸맸다. 억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실수나 슬쩍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걸 찾는 것이 숙제였다.
10. 액션 장면은 어디까지 소화를 했는가? 유해진 : 거짓말 안하고 내가 꽤 많이 했다. 이중 날라 차기를 확 떨어지는 장면은 무술을 하는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내가 대부분 소화했다.
10. 본격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는지? 유해진 : 에이~
‘럭키’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10. ‘럭키’에서 배우로 이동휘·전혜빈과 막장 드라마를 찍기도 했다. 유해진 : 드문드문 나오는데 대충 보더라도 어떤 이야기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다.(웃음) 임팩트가 있으면 했다. 전혜빈과 함께 오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10. 현장에서 대선배였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유해진 : 후배들에게 배우는 게 분명히 있다. 기발한 생각을 하거나 욕심을 보이면 나 역시도 느끼는 게 많다. 당연히 조언을 해주지만 단지 조언이다. 답은 아니다. 연기에 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이야기를 하지만 받아들여도 되고 안 받아들여도 좋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분명히 자기들이 짜놓은 계획이나 흐름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나 역시도 그랬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었다.
10. 조윤희와 키스신도 있었다. 유해진의 멜로는 색달랐다. 유해진 : 멜로가 주된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윤희와 잘 되는 과정이 잘 받아들여졌으면 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유해진과 조윤희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거부반응이 있을까봐 걱정이 됐다.
10. 해피엔딩을 믿는 편인가? 유해진 :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어울리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할 수 있기를’이라는 명언을 좋아한다. 그랬으면 한다. 그걸 바라보면서 산다. 믿는다기보다 그러길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