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굿와이프’ 전도연 / 사진=tvN 제공
‘굿와이프’ 전도연 / 사진=tvN 제공
“그 분 옷을 너무 잘 입어서 제가 배워야겠어요.”

tvN ‘굿와이프’ 김혜경(전도연)을 향한 대사다. 스쳐지나가는 듯했지만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혜경은 스캔들에 휩싸인 검사 남편(이태준) 때문에 기자간담회는 물론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단정하지만 우아한 기품이 넘쳐흐른다. 실제 그가 착용한 의상이나 소품 등에 대한 정보 교류 역시 활발하다. 서중원(윤계상) 역시 정석의 수트 스타일로 세련미를 뽐낸다. ‘굿와이프’ 속 배우들의 ‘굿스타일’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굿와이프’의 주된 배경은 로펌 혹은 법정으로 주인공들은 대부분 법조계 종사자다. 김혜경은 경단녀(경력단절녀)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하게 됐다. 전도연은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은 스타일링으로 한 번 즈음 따라하고 싶은 오피스룩을 선보인다. 서중원은 김혜경이 일하는 로펌 MJ의 대표로 오직 돈과 승소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윤계상은 흐트러짐 없는 궁극의 수트 패션으로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한다.

전도연의 스타일링을 책임지고 있는 강이슬 실장은 변호사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룩을 최대한 배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김혜경은 쭉 일을 해왔던 여자가 아니다. 그의 배경과 직업, 성격 등 캐릭터 설정에 초점을 맞춰 스타일링을 했다”고 했다. 김혜경의 성격을 감안한 여성스러운 매력과 변호사로의 카리스마가 동시에 드러낼 수 있게 노력했다. 파스텔톤의 정장과 재킷, 몸에 밀착하는 스커트나 라인을 강조한 원피스 등으로 페미닌하지만 시크한 매력이 돋보인다.

액세서리나 쥬얼리 같은 경우도 최대한 자제했다. 귀걸이도 귀에 붙는 버튼형으로 골랐고, 모던한 시계나 결혼반지 하나로 절제됐지만 실용성을 강조했다. 늦은 나이에 사회에 입성했지만 사회 초년생의 패기나 열정보다는 전문직 여성의 차분하지만 신뢰감 안기는 ‘김혜경표 오피스룩’을 창조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김혜경의 패션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컬러가 조금 강하거나 과감해 보이는 프린트가 돋보였다. 변호사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의상으로 나타내는 세심함도 있지 않았다.

1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전도연은 적극적으로 의상 피팅에 참여하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강 실장은 “대본이 나오면 서로 상의를 많이 한다. 전도연은 김혜경의 상태나 심리 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스타일리스트가 주는 대로 입기 보다는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라고 밝혔다.

‘굿와이프’ 윤계상 / 사진=tvN 제공
‘굿와이프’ 윤계상 / 사진=tvN 제공
기품 있으면서도 섹시한 수트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는 윤계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서중원은 세련된 매너를 갖췄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윤계상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김민정 실장은 “원작은 참고하지 않았고,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남자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과 겹치지 않고 서중원이라는 잘 살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스타일링을 했다”고 전했다. 수트만 입으면 평범할 수 있기 때문에 넥타이핀이나 만년필과 포켓칩 등으로 포인트를 줘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를 더했다.

극 속 서중원은 돈 때문에 일을 가리지 않는 냉정한 인물로 비춰진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그 차가움이 자신의 의지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때문에 서중원이 고뇌하는 모습은 극 속에서 자주 비춰진다. 이성과 감정이 충돌하는 다층적인 캐릭터인 만큼 수트에 컬러를 주기보다 모노톤으로 통일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일 수 있는 김혜경과 다르게 서중원의 패션은 1회부터 수트로 쭉 통일돼왔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가방이나 구두, 시계 등으로 한정됐지만, 그 안에서 서중원의 다층적 면모를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수트 패션만 선보이지만 배우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면에서는 더 좋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윤계상 역시 전도연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직접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김 실장은 “윤계상이 대본을 보고 캐릭터 분석을 철저하게 한 뒤 콘셉트를 찾아간다”면서 “의상에 관심도 많고,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서중원 패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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