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국가대표2’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국가대표2’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스포츠 영화들은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경기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포츠 영화의 초점은 실력이 부족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 맞춰져 있다. 이들의 도전정신과 스포츠맨십은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이는 스포츠 영화만의 강점임과 동시에 약점이다. 스포츠 영화의 전개과정은 마치 공식과도 같아서 관객들의 예상 범위 안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도 스포츠 영화의 기본을 잘 따르고 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도전을 펼치는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일부 대중들은 ‘보나마나 뻔한 이야기’라며 ‘국가대표2’에 큰 기대를 보내지 않았다.

지난 26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국가대표2’는 일부 관객들의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빈틈없이 탄탄했으며, 아이스하키의 박진감을 스크린 위에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자기만의 색깔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국가대표2’ 스틸컷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국가대표2’ 스틸컷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츠 영화는 당연히 해당 종목의 묘미를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대표2’는 아이스하키의 빠른 스피드와 격렬한 몸싸움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마치 실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 여자 아이스하키에선 보디체크(Body Check, 수비수가 공격수와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기술)가 금지돼있으나, 영화는 의도된 옥에 티로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2009년 여름, 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가 약 84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것도 있지만, 그 안에 가족애라는 코드를 적절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전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국가대표2’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이자 탈북자인 리지원(수애)을 통해서 가족애 코드를 활용한다.

동생을 두고, 탈북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지원은 동메달이 걸린 동계 아시안게임 마지막 경기인 북한전에서 동생 지혜(박소담)을 다시 만난다. 승리를 향한 절실함과 동생에 대한 죄책감, 언니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뒤섞인 마지막 경기는 관객들을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지원의 동생이 등장한 순간부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수애와 박소담의 연기력이 그 예상을 뛰어넘으며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영화 ‘국가대표2’ 스틸컷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국가대표2’ 스틸컷 /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스포일러가 치명적인 이유는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앞으로가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는 관객들의 지루함을 유발한다. 그러나 ‘국가대표2’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알면서도, 끝까지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아이스하키가 지닌 빠른 스피드로 극복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지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그려지지만 영화는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을 제외하고, 절대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면서 눈가는 촉촉이 젖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가대표로 모인 여섯 명의 팀원이 오합지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지만, 전반부에 지원과 채경(오연서)이 서로를 원색적으로 헐뜯는 장면이나 대표팀 감독 대웅(오달수)이 선수들 앞에서 협회장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장면 등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불편해지는 장면들이다. 굳이 캐릭터들을 극단에 몰아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한 팀이 되는 과정을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중반 이후, 주인공들이 아이스하키 선수로 거듭나는 장면을 영리하게 그려냈기 때문에 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굵은 땀방울의 감동과 가족의 사랑을 빙판 위에 영리하게 버무려 ‘뻔한’ 스포츠 영화를 ‘펀(fun)한’ 가족 영화로 탄생시킨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과연 ‘국가대표2’는 1편의 흥행을 뛰어넘으며 형보다 나은 동생이 될 수 있을까.

8월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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