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또 오해영’에서 박수경 역으로 열연한 예지원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에서 박수경 역으로 열연한 예지원 / 사진=tvN 제공
“‘케미’의 기적이지 않나 싶어요. 이제 빨리 이 작품을 마음에서 보내야 될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현장을 욕심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예지원의 목소리는 한층 업 돼있었다. 큰 사랑에 감복하기도 했지만, 뚝심 있게 지켜온 자신의 고집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예지원은 tvN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에서 회사에서는 도도하고 냉철한 얼음마녀로 불리지만 집에서는 동생들에게 무시당하고,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는 박수경 역을 맡아 반전미를 뽐냈다. 쭉쭉 뻗는 유연한 다리로 발차기를 하고 술을 마시면 불어를 내뱉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2004년 방송된 KBS2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연을 맺은 박해영 작가와는 두 번째 호흡이다. 예지원은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노처녀 라디오 DJ 최미자를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오랜만에 박해영 작가를 만났다”면서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봤던 그 친구가 큰 선생님이 돼있더라. 좋기도 하고 꼭 다른 사람 같기도 했다”면서 웃어 보였다.

반가움도 잠시. 예지원은 다소 튀는 박수경이 극의 흐름을 깨고, 생뚱맞게 보일까봐 고민을 많이 했단다. 그는 “잘못하면 오버로 보일 수도 있었다. 발차기를 해놓고도 걱정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예지원의 생각과 달리 박수경은 환영을 받았다. 예지원의 연기력과 독특한 설정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냈다. 무엇보다 예지원은 박수경 캐릭터를 통해 뚝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됐다.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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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 태권도는 제 취미이기도 해요. 그런데 안 좋은 지적들이 꽤 있었어요. 지인으로부터 ‘연기나 잘해’, ‘연기 공부나 똑바로 해’라는 말을 들었어요. 왜 영어가 아닌 불어를 배우냐는 말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걸 꾸준히 하면 연기에 잘 쓰일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죠. 내 취미를 캐릭터에 잘 살렸다는 안도감과 괜히 남들 눈치 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지금 당장 피아노를 치거나 태권도를 배운다고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오감이 열리는 게 있어요. 감각이 깨어나요. 배우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8살 연하 김지석과의 ‘격한’ 로맨스 역시 화제를 샀다. 우연찮게 보낸 하룻밤으로 박수경은 동생인 박도경(에릭)의 친구이자 바람둥이 변호사 이진상(김지석)의 아이를 가지게 됐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격투신을 연상케 하는 키스신을 펼쳤다. 실제 김지석은 키스신 이후 입술을 부르트기까지 했다.

예지원은 “키스신이 아니라 꼭 액션을 했던 것 같다”면서 “격렬하게 했다. 안무 짜듯이 합을 짰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나올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했다.

김지석과의 호흡 역시 흠잡을 곳 없었다. “만나서 더 좋은 친구였어요. 저에게 많은 걸 맞춰줬어요. 제가 배우 복이 많은 것 같아요. 배려 많은 친구였죠. 잘 맞춰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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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박수경과 이진상이 아이를 많이 낳고 건강하게 잘 살길 바란다”면서 “두 사람은 잘 살 것 같다. 박수경이 힘이 세서 맞을까봐 이진상은 바람도 피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예지원은 홀로 고군분투했다. 매니지먼트 없이 직접 옷을 구하고, 넘쳐나는 스케줄과 인터뷰 요청에도 응해야했다. 여기에 자신의 연기를 체크하는 일은 기본이었다. 하루가 꼭 일주일처럼 느껴지는 한 때였다. 현장 스태프들은 그런 그를 성심성의껏 도왔다. 연기적인 고민은 물론 옷을 잔뜩 가져간 날에는 함께 옷을 골라주기도 했다.

“감사할 따름이에요. 묵묵히 자기 일을 조용히 하는 분들만 모였어요. 누구하나 모난 사람도 없었고요. 사실 이런 현장이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숙제가 하나 더 생겼어요. 빨리 박수경 캐릭터와 이 작품을 마음에서 내보내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비워내야죠.”

오는 3일 푸켓으로 포상휴가를 떠나는 예지원은 “배우들과 제작진을 3박 5일이나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다”면서 “아마 다들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애틋하고 귀한 만남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모였을 때 엄청난 시너지가 생긴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많은 공부가 됐던 드라마였다”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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