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윤형빈: 내가 코미디 공연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5년 정도 하니 내가 하는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선배님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과 신인들이 공연을 통해 계속 발굴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정리가 됐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코미디 빅리그’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것은 공연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에서 활약하는 개그맨 대부분이 공연장 출신이다. 그런데 최근 그 기반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 주춤하고 신인들이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선배들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 호감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한 팀, 두 팀 모으고, 새로운 쇼를 시작하다보니 꽤 라인업이 탄탄해졌다. 그래서 한 번 코미디 축제를 열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홍대 코미디위크’를 준비하게 됐다.
10. 신인들은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생기게 되니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다. 그런데 선배 개그맨들은 섭외하는 데 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윤형빈: 아니다. 오히려 선배님들은 흔쾌히 해보자고 하시더라. 공연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공연을 한다고 해도 성공이 불확실하니까 섣불리 나서질 못하시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지난 5년 동안 공연 사업을 했고, 내가 가진 비전과 노하우가 있었다. 이런 것들을 선배들에게 말씀드리니 모두 단번에 오케이 해주셨다.
10. MBC ‘무한도전’에서 ‘쇼미더빚까’라는 공개 코미디 특집을 준비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디어 회의 당시에 개그맨 출신 ‘무한도전’ 멤버들은 질색을 하면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윤형빈: 연기나 노래와 달리 코미디는 정확하게 관객들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이 웃는다. 만약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면, 그냥 웃기지 않은 걸로 끝이다. 아마 그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난색을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10. 그만큼 공개 코미디는 어려운 것인데, 이미 예능에서 자리 잡은 이경규·김영철·이수근 등 선배급 개그맨들이 굳이 무대에 다시 오르는 이유는 뭘까?
윤형빈: 무대 위에 웃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내가 준비했던 개그를 보면서 시원하게 웃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걸 경험한 사람들은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하고 싶다. 며칠 전에는 이경규 선배가 전화를 하셔서 “형빈아, 이거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프로젝트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이경규 선배는 ‘코미디위크’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공연을 하실 것 같다.
10. 지금은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이 다시 공개 코미디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면서, 또 조금 낯설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솔직히 그들은 이제 개그맨이란 표현보단 방송인, 예능인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윤형빈: 예능에서 활약하는 배우나 가수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다. 그런데 예능으로 진출했던 코미디언들이 다시 코미디 무대로 돌아가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꼴이다. 개그맨들의 구조적인 취약점인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예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개그맨들은 돈을 벌 방법이 없다. 공연 문화가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다고 본다.
10. 대중들에게 코미디 공연이 생소하진 않을까? 방송으로 접하는 코미디가 전부였을 텐데.
윤형빈: 코미디 공연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많다. 컬투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모두 코미디 공연이다. 이 두 가지 공연은 매년 연말 시즌 공연 최강자다. 개그우먼들이 모였던 ‘드립걸즈’는 뮤지컬 전체 1위를 하기도 했다. 또, 지금 대학로 연극의 70~80%가 코믹극이다. 이런 걸 보면, 코미디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분명 있다. 단지, 웰메이드 코미디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서포트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홍대 코미디위크’가 코미디 공연의 질적 향상을 가져 오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10. 첫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공개 코미디의 기반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BS2 ‘개그콘서트’나 SBS ‘웃찾사’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윤형빈: 묘하게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흥기와 개그 공연장의 부흥기가 겹친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의 시작도 대학로 개그 공연을 카메라 앞으로 가져오면서부터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침체기다. 방송국과 공연장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쪽대본이 6개월 준비한 대본을 질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것처럼, 공연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들과 관객들 앞에서 열심히 훈련한 신인들이 방송국으로 진출하는 날이 온다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지금보다 더욱 재미있어질 것이다.
10.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믿는 건가?
윤형빈: 공개 코미디의 수명이 다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 코미디는 계속 될 것이다. 포맷이 약간 다를 뿐, 전 세계에 코미디가 없는 나라는 없다. 마당놀이도 공개 코미디의 일종 아닌가.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지금은 잠시 킬러 콘텐츠가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10.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정말 코미디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윤형빈: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코미디를 할 수 없다. 코미디를 하겠다고 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힘든 걸 잔뜩 얘기해준다. 겁을 잔뜩 주면서 그래도 개그를 할 거냐고 물어본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기회를 준다.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 직업이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윤형빈은 5년 전, 부산에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인 ‘윤형빈 소극장’을 열었다. 그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 공연을 시도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기 시작했고, 100번 넘게 윤형빈 소극장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도 생겼다.10. ‘홍대 코미디위크’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윤형빈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 웃음꽃이 가득한 축제를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이경규·이수근·김영철 등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선배들과 KBS·SBS·tvN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후배들을 모았다.
오는 7월 1일, 홍대 일대를 웃음바다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윤형빈을 만나 ‘제1회 서울 홍대 코미디위크’와 그의 식지 않는 코미디 열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형빈: 내가 코미디 공연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됐다. 5년 정도 하니 내가 하는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선배님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과 신인들이 공연을 통해 계속 발굴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정리가 됐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코미디 빅리그’ 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것은 공연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에서 활약하는 개그맨 대부분이 공연장 출신이다. 그런데 최근 그 기반이 무너진 느낌을 받았다. 주춤하고 신인들이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선배들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 호감을 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한 팀, 두 팀 모으고, 새로운 쇼를 시작하다보니 꽤 라인업이 탄탄해졌다. 그래서 한 번 코미디 축제를 열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홍대 코미디위크’를 준비하게 됐다.
10. 신인들은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생기게 되니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다. 그런데 선배 개그맨들은 섭외하는 데 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윤형빈: 아니다. 오히려 선배님들은 흔쾌히 해보자고 하시더라. 공연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공연을 한다고 해도 성공이 불확실하니까 섣불리 나서질 못하시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지난 5년 동안 공연 사업을 했고, 내가 가진 비전과 노하우가 있었다. 이런 것들을 선배들에게 말씀드리니 모두 단번에 오케이 해주셨다.
10. MBC ‘무한도전’에서 ‘쇼미더빚까’라는 공개 코미디 특집을 준비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디어 회의 당시에 개그맨 출신 ‘무한도전’ 멤버들은 질색을 하면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윤형빈: 연기나 노래와 달리 코미디는 정확하게 관객들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이 웃는다. 만약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면, 그냥 웃기지 않은 걸로 끝이다. 아마 그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난색을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윤형빈: 무대 위에 웃기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내가 준비했던 개그를 보면서 시원하게 웃을 때의 쾌감이 있다. 그걸 경험한 사람들은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하고 싶다. 며칠 전에는 이경규 선배가 전화를 하셔서 “형빈아, 이거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프로젝트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이경규 선배는 ‘코미디위크’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공연을 하실 것 같다.
10. 지금은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이 다시 공개 코미디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면서, 또 조금 낯설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솔직히 그들은 이제 개그맨이란 표현보단 방송인, 예능인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윤형빈: 예능에서 활약하는 배우나 가수들은 돌아갈 고향이 있다. 그런데 예능으로 진출했던 코미디언들이 다시 코미디 무대로 돌아가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한다. 돌아갈 고향이 없는 꼴이다. 개그맨들의 구조적인 취약점인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예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개그맨들은 돈을 벌 방법이 없다. 공연 문화가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다고 본다.
10. 대중들에게 코미디 공연이 생소하진 않을까? 방송으로 접하는 코미디가 전부였을 텐데.
윤형빈: 코미디 공연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많다. 컬투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모두 코미디 공연이다. 이 두 가지 공연은 매년 연말 시즌 공연 최강자다. 개그우먼들이 모였던 ‘드립걸즈’는 뮤지컬 전체 1위를 하기도 했다. 또, 지금 대학로 연극의 70~80%가 코믹극이다. 이런 걸 보면, 코미디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분명 있다. 단지, 웰메이드 코미디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서포트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홍대 코미디위크’가 코미디 공연의 질적 향상을 가져 오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윤형빈: 묘하게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흥기와 개그 공연장의 부흥기가 겹친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의 시작도 대학로 개그 공연을 카메라 앞으로 가져오면서부터다. 지금은 그런 점에서 침체기다. 방송국과 공연장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쪽대본이 6개월 준비한 대본을 질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것처럼, 공연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콘텐츠들과 관객들 앞에서 열심히 훈련한 신인들이 방송국으로 진출하는 날이 온다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지금보다 더욱 재미있어질 것이다.
10. 공개 코미디의 부활을 믿는 건가?
윤형빈: 공개 코미디의 수명이 다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 코미디는 계속 될 것이다. 포맷이 약간 다를 뿐, 전 세계에 코미디가 없는 나라는 없다. 마당놀이도 공개 코미디의 일종 아닌가.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지금은 잠시 킬러 콘텐츠가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10.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정말 코미디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윤형빈: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코미디를 할 수 없다. 코미디를 하겠다고 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힘든 걸 잔뜩 얘기해준다. 겁을 잔뜩 주면서 그래도 개그를 할 거냐고 물어본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기회를 준다. 좋아하지 않으면, 못하는 직업이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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