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김명민: 시나리오는 무거운 부분이 많았다. 영화의 처음 제목이 ‘감옥에서 온 편지’였는데, 제목 때문에라도 시나리오가 더 무겁고 슬프게 읽혔다. 하지만 스피디하게 편집이 되면서 지루한 감이 사라졌다.
10. 다소 무거웠던 시나리오에도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김명민: 필연적인 관계에 의한 스토리 구성이 깔끔했다. 자극적인 요소나 작위적인 의도가 없어도 인물들이 다 엮여있다. 또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이 유쾌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캐릭터들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캐스팅만 완벽하면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는 캐스팅이 돼버린 거다.
10. ‘특별수사’의 최필재라는 캐릭터가 언뜻 ‘조선명탐정’의 김민과 닮아 보였다.
김명민: 두 캐릭터 다 내가 연기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하. 김민은 그저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필재는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수사를 한다. 물론 두 캐릭터 모두 허세를 부린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다.
10. 허세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김명민: 그런 캐릭터도 나처럼 신뢰감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나와 캐릭터가 희석이 돼 잘 나오지 않겠나. 하하.
10. 잘 희석된 최필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김명민: 필재는 처음 사사로운 복수심에 불타 사건의 의뢰를 맡는다. 이후에는 동현이와의 교감을 통해 진정성 있게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속물근성의 돈만 밝히는 모습에서 마음을 고쳐먹기까지, 한 캐릭터에 꽤 많은 심리적 변화가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필재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10. 액션 연기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웃지 못 할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고 들었다.
김명민: 맞다.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그것도 2번이나. 하하. 배우 스스로 한계치가 있는데 그 선을 넘어버린 순간이 있었다. 그중에 한 번은 수건으로 목을 졸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는데, 손이 아니고 수건이니 조르는 사람도, 나도 힘을 가늠할 수 없어 힘들었다.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는 됐다.
10. 배우 성동일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김명민: 성동일 선배는 천재적인 애드리브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상치 않게 치고 나와서 NG를 많이 냈다. 너무 웃겼다. 예전에는 미숙해서 상대방의 애드리브를 재치 있게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선해서 좋다. 성동일 선배는 본인이 대사를 안 외워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애드리브도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몰입돼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거니까.
10. ‘남남 케미’가 좋다. ‘조선명탐정’에서 배우 오달수와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남자 배우와의 호흡이 좋다. 김명민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김명민: 남자를 좋아한다. 하하. 후배들이 거의 다 남자다. 어려서부터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으? 으?’하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엔 어쩌다 보니 그런 역할을 맡게 된 건데, 그게 내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다.
10. 대 선배들인 김영애, 신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명민: 김영애 선생님이 촬영을 시작하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시작하면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할 게 없었다. 매 순간이 짜릿했다. 신구 선생님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촬영 전 대사를 맞춰보시려고 “필재야”하고 불렀는데 그게 본 촬영인 줄 알았다. 나는 복받은 배우다. 언제 또 이렇게 대단한 선생님들과 연기를 해보겠나. 선생님들과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실수를 해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 좋았다.
10. 영화 속 필재는 관계없는 자들을 돕는 인물이었다. 실제 스타일은 어떤가?
김명민: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서지 못하고 화만 내는 스타일이다. 공인이라는 가로막이 있어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차가 긁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팬이라며 좋아하셨다. 결국 화를 삭이고 ‘괜찮습니다. 안 다치셨어요?’라고 했다.
10. 필재가 사이다를 선사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명민: 옷을 입고 탕 안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옷을 벗고 들어가는 거였다. 하지만 ‘과연 필재가 적진에서 옷을 훌러덩 벗을 수 있는 성격일까’ 고민했다. 결국 옷을 입고 들어가 적과 기싸움을 벌였다. 물론 옷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몸이긴 하다. 하하. 또 영화를 관람한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처럼, 극중 여사님에게 명함을 꽂아주는 장면이 통쾌했다.
10. 데뷔 20년 차다. 그런데 얼굴이 예전과 다름이 없다. 뱀파이어 같다.
김명민: 30대 초반부터 계속 이 얼굴이었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 큰형님들 같아서 말 놓기가 미안하다. 하하.
10. ‘열일’하는 배우다. 벌써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김명민: 일이라는 게,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일이 몰릴 때가 있고 또 반대로 쉴 때가 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배우는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항상 좋은 작품에 목말라하고, 또 그런 작품이 있으면 몸이 부서져도 할 수밖에 없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신뢰감을 주는 묵직한 톤의 목소리, 그와 대비되는 유쾌한 말솜씨. 하지만 배우 김명민이 일명 ‘갓명민’이 된 것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쉽게 연기를 한 적 없다는 그의 도전정신이다. 항상 좋은 작품에 목마르다는 김명민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들고 나타났다.10. 언론시사회 때 ‘특별수사’를 두고 예상외의 결과물이라고 말했었다. 처음 생각했던 방향은 어땠었나?
김명민: 시나리오는 무거운 부분이 많았다. 영화의 처음 제목이 ‘감옥에서 온 편지’였는데, 제목 때문에라도 시나리오가 더 무겁고 슬프게 읽혔다. 하지만 스피디하게 편집이 되면서 지루한 감이 사라졌다.
10. 다소 무거웠던 시나리오에도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김명민: 필연적인 관계에 의한 스토리 구성이 깔끔했다. 자극적인 요소나 작위적인 의도가 없어도 인물들이 다 엮여있다. 또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이 유쾌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캐릭터들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캐스팅만 완벽하면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는 캐스팅이 돼버린 거다.
10. ‘특별수사’의 최필재라는 캐릭터가 언뜻 ‘조선명탐정’의 김민과 닮아 보였다.
김명민: 두 캐릭터 다 내가 연기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하. 김민은 그저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필재는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수사를 한다. 물론 두 캐릭터 모두 허세를 부린다는 점에서 비슷하긴 하다.
10. 허세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김명민: 그런 캐릭터도 나처럼 신뢰감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나와 캐릭터가 희석이 돼 잘 나오지 않겠나. 하하.
10. 잘 희석된 최필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김명민: 필재는 처음 사사로운 복수심에 불타 사건의 의뢰를 맡는다. 이후에는 동현이와의 교감을 통해 진정성 있게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속물근성의 돈만 밝히는 모습에서 마음을 고쳐먹기까지, 한 캐릭터에 꽤 많은 심리적 변화가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필재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김명민: 맞다. 감독님과 면담을 했다. 그것도 2번이나. 하하. 배우 스스로 한계치가 있는데 그 선을 넘어버린 순간이 있었다. 그중에 한 번은 수건으로 목을 졸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는데, 손이 아니고 수건이니 조르는 사람도, 나도 힘을 가늠할 수 없어 힘들었다.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는 됐다.
10. 배우 성동일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김명민: 성동일 선배는 천재적인 애드리브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상치 않게 치고 나와서 NG를 많이 냈다. 너무 웃겼다. 예전에는 미숙해서 상대방의 애드리브를 재치 있게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선해서 좋다. 성동일 선배는 본인이 대사를 안 외워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애드리브도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몰입돼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거니까.
10. ‘남남 케미’가 좋다. ‘조선명탐정’에서 배우 오달수와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남자 배우와의 호흡이 좋다. 김명민의 어떤 매력 때문일까?
김명민: 남자를 좋아한다. 하하. 후배들이 거의 다 남자다. 어려서부터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으? 으?’하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엔 어쩌다 보니 그런 역할을 맡게 된 건데, 그게 내 성향과도 잘 맞는 것 같다.
10. 대 선배들인 김영애, 신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명민: 김영애 선생님이 촬영을 시작하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시작하면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할 게 없었다. 매 순간이 짜릿했다. 신구 선생님과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촬영 전 대사를 맞춰보시려고 “필재야”하고 불렀는데 그게 본 촬영인 줄 알았다. 나는 복받은 배우다. 언제 또 이렇게 대단한 선생님들과 연기를 해보겠나. 선생님들과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실수를 해도 다 받아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 좋았다.
김명민: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서지 못하고 화만 내는 스타일이다. 공인이라는 가로막이 있어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차가 긁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팬이라며 좋아하셨다. 결국 화를 삭이고 ‘괜찮습니다. 안 다치셨어요?’라고 했다.
10. 필재가 사이다를 선사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명민: 옷을 입고 탕 안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옷을 벗고 들어가는 거였다. 하지만 ‘과연 필재가 적진에서 옷을 훌러덩 벗을 수 있는 성격일까’ 고민했다. 결국 옷을 입고 들어가 적과 기싸움을 벌였다. 물론 옷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몸이긴 하다. 하하. 또 영화를 관람한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처럼, 극중 여사님에게 명함을 꽂아주는 장면이 통쾌했다.
10. 데뷔 20년 차다. 그런데 얼굴이 예전과 다름이 없다. 뱀파이어 같다.
김명민: 30대 초반부터 계속 이 얼굴이었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 큰형님들 같아서 말 놓기가 미안하다. 하하.
10. ‘열일’하는 배우다. 벌써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김명민: 일이라는 게,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일이 몰릴 때가 있고 또 반대로 쉴 때가 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배우는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항상 좋은 작품에 목말라하고, 또 그런 작품이 있으면 몸이 부서져도 할 수밖에 없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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