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양치기들’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KAFA
영화 ‘양치기들’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KAFA


무엇이든 사고 파는 시대에서, 거짓말도 상품이 된다. 그러나 먹으면 없어지고, 쓰면 닳는 소모품과 거짓말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는 걸까. 거짓말도 말하고 나면 소모품처럼 없어져버리는 걸까. 반대로, 진실을 선택한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는가. 김진황 감독은 영화 ‘양치기들’의 스크린 위에 이 흥미로운 담론을 담아냈다. 사소한 거짓말이 낳은 나비효과의 커다란 산물과 함께.

넓은 숲의 관점으로 봤을 때 영화 ‘양치기들’은 거짓말과 침묵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거짓말 게임’이다. 역할 대행업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완주(박종환)는 살인 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게 된다. 유혹에 넘어가 역할 대행을 수락한 완주는 자신이 덫에 걸려들었음을 깨닫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치기들’은 흔한 ‘죄와 벌’ 레퍼토리를 말하려는가 싶지만, 김 감독은 관객들을 보다 깊은 인간의 심연으로 이끈다.

자신을 구해 줄 진실을 찾아 나선 완주는 침묵하는 목격자, 진실을 감추려는 목격자들을 만나 미궁에 빠진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재밌어진 순간이다.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외면했던 적은 누구라도 있을 터. 그런 내적 갈등을 인격화한 영화 속 ‘양치기들’을 보며 관객은 때로 그들이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거짓말에 관한 담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양치기들’이라는 숲에 나비 한 마리를 풀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고 경미한 바람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한다는 뜻의 나비 효과가 ‘양치기들’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 지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나비의 날갯짓을 뒤따라가듯,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은 등장 인물들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며 그 반대 급부들을 상상하는 재미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많은 감독들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꾸미지만, 그것이 보는 이의 공감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이 영화 ‘양치기들’을 전개하며 덤덤하게, 또는 슬쩍 던지고 간 주제들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액션이나 사운드를 자제했음에도 영화 전반을 스릴있게 이끌어 간 배우 박종환의 연기 덕이다. 완주의 조력자로 분한 배우 차래형의 감칠맛 나는 연기, 목격자들로 출연한 배우 송하준, 윤정일의 현실적인 연기도 한몫했다.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 그것이 설령 선의의 거짓말이었더라도 내적인 딜레마에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만한 영화다. 우리 내면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아마도 살고 있을 양치기 또한 되돌아보게 한다.

오는 6월 2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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