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기억
기억
“번호표는 뽑으셨나?”

이기우는 ‘기억’에서 악역을 연기한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금토극 경쟁에서의 각오를 밝히는 중책을 떠맡았다. 잠시 망설이는 듯한 이기우는 “금토극은 우리가 접수하겠다’는 ‘욱씨남정기’ 남자 주인공 윤상현의 말에 “번호표는 뽑으셨나?”라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맞받아쳤다. ‘시그널’의 성공 바통을 이어받은 ‘기억’, 세상 모든 을(乙)을 위한 사이다 같은 위로를 전하는 ‘욱씨남정기’, 금토극 경쟁에 전쟁을 선포하는 총성 같은 강렬한 한마디였다.

1일 오후 일산 CJ E&M 스튜디오에서 열린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기자간담회에는 이성민, 김지수, 박진희, 이기우, 2PM 이준호, 윤소희 등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보기만 해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들, ‘부활’, ‘마왕’, ‘상어’ 등 복수극 3부작을 완성하며 드라마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김지우 작가-박찬홍 감독까지,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기억’은 정작 전작인 ‘시그널’에 비해 다소 낮은 3%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며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N 드라마국장은 ‘기억’의 작품성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반등을 자신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tvN 드라마본부의 박지영 국장은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좋은 드라마, 좋은 대본은 시청자가 알아보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단언했다.

현재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박태석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며 신파극으로 비쳐진 것도 사실. 그러나 박 국장은 앞으로 선보일 법정극 ‘기억’에 방점을 찍었다. 박 국장은 “앞으로 아들을 위한 아버지로서의 변론기, 아버지를 위한 박태석의 아들로서의 변론기, 죽은 아들의 뺑소니범을 찾아서 그들을 응징하거나, 혹은 화해하는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박태석이 잘못 왔던 트랙을 바로잡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예고했다. 이어 “앞으로는 어떤 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법정 에피소드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배우들 역시 ‘기억’의 작품성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내며 앞으로의 상승세를 기대했다. 이기우는 “‘욱씨남정기’가 금토극을 접수한다고 하는데, 접수할 자리는 우리 아래밖에 없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고, 이성민은 “좋은 작품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이준호는 “두달째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밥 먹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작품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기억
기억
‘기억’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세트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되는 태선로펌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공간이 마련된 이날 세트장에서는 책상 위 메모장부터 꼼꼼하게 준비된 소품이 눈길을 끌었다. 책상 위 포스트잇 하나도 드라마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 실제 로펌처럼 메모를 남겨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상 위에 쌓인 박태석의 서류는 대부분이 흰 A4용지였지만, 실제 이성민이 촬영에 사용하는 파일에는 로펌의 실제 형식을 본딴 서류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제작진의 숨은 노고를 짐작케했다.

이제 막 4분의1 지점을 돌았을 뿐이다. ‘기억’이 달려야 할 구간은 4분의3이나 남았다. 박태석이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고,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인생을 건 변론기를 펼칠 이성민, 묵직한 존재감의 두 여배우 김지수와 박진희, 금수저 악역의 인기를 이어갈 이기우, 충무로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이준호, 20대 여배우의 새로운 지점을 펼쳐나가고 있는 윤소희, 이들과 만날 금,토 오후 8시 30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장진리 기자 m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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