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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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기억’ 1회 2016년 3월 18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다섯줄 요약
태선로펌의 에이스 박태석(이성민)은 VVIP들의 은밀하고도 개인적인 소송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처리,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잘 나가는 변호사다. 태석은 한국대학병원의 의료사고 소송을 맡게 되고 소송 상대인 김선호(강신일)의 약점을 찾아 협박, 김선호는 자살에 이른다. 지갑, 핸드폰을 두고 다니고, 아들의 생일 약속을 잊고, 술에 취해 전 부인 나은선(박진희)의 집에 찾아가는 등의 행동을 했던 태석은 우연히 받게 된 MRI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리뷰
박태석의 등장은 강렬했다. 누군가의 전화에 당황한 듯 소리 지르고 ‘그의 말대로 인생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는 독백까지. 이 드라마가 태석의 알츠하이머 진단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임을 알기에 그가 말한 인생의 불행,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은 병에 대한 것이라 예감할 수 있었다. 이틀 전으로 돌아가 보여준 태석의 행동에는 알츠하이머 증상임을 알 수 있는 복선들이 넘치고 있었다. 뻔한 전개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상황에서도 배우 이성민에게는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비열하다가, 지나치게 가볍기도 하며, 아들의 기일임을 깨닫고 흔들리던 눈빛, 술에 취한 생활 연기까지. 이성민의 연기 폭은 예상 가능한 전개 안에서 그가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게 만들었다.

지금의 박태석이 어떤 인간인지 또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을지 한국대학병원 소송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 신영진(이기우)과 로펌 대표 이찬무(전노민)의 말에 무조건 따르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 협박을 서슴지 않은 그에게 인간적 가치, 우정은 승소 앞에선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를 권력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지위와 권력을 이용할 줄 알며, 조직에 순응하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춘 ‘삼변’이라 부르며 후배 변호사들은 동경한다. 하지만 정작 그와 함께 다닌 정진(이준호)은 박태석을 ‘삼류 양아치’라 말한다.

주인공 박태석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보여주는 것으로 첫 회에 충실한 전개를 보였다. 첫 장면에서 예상했듯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태석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이는 앞으로 나타날 태석의 변화는 물론 서영주(김지수), 나은선, 또 정진과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변화를 어떻게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하는 것 역시 이성민의 힘. 또한 과거 아들의 죽음 장면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는 앞으로 이 드라마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움직일지 기대하게 한다.

이제는 조금 식상해져버린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이른바 복수 시리즈라 일컫는 ‘부활’, ‘마왕’, ‘상어’ 세 편의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남다른 구성과 연출, 감정 표현으로 마니아층을 다져온 작가, 감독 콤비가 얼마나 식상하지 않게 풀어나갈 것인가까지. 아직은 뻔해 보이는 ‘기억’을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수다포인트
-왜 아버지들은 술 먹고 들어와서 애들을 깨우죠? 우리 아빠 보는 줄
-아침에 술 끊는다는 다짐, 저녁에 다시 한 잔
-태석의 아들 정우(남다름)는 혹시 그 무섭다는 중2병?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기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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