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빅뱅
빅뱅
아이돌은 만들어진 콘셉트에, 주어진 곡만 소화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성공하는 보이그룹에겐 이 선입견이 적용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성공하는 보이그룹의 공통점으로는 음악적 영역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음악방송 1위에 올랐던 보이그룹 중 프로듀싱 능력이 부재한 그룹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바로 ‘자체제작’ 또는 ‘셀프프로듀싱’으로 불리는 능력이다.

성공법칙의 시발점은 빅뱅이다. 빅뱅은 데뷔 앨범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다 지드래곤이 작곡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레전드 그룹 중 하나가 됐다.

비스트, B1A4도 데뷔 후 셀프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성장형 아이돌이다. 비스트는 활동 초기 신사동호랭이와 주로 작업했으나 정규 2집을 기점으로 용준형이 직접 프로듀싱에 나섰다. 용준형은 자신의 작곡팀 굿라이프까지 만들며 두드러진 음악작업을 보여줬으며, 서정적 댄스곡이라는 비스트만의 색깔을 더 확실히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B1A4도 리더 진영이 직접 타이틀곡 프로듀싱을 맡은 이후 인기와 실력이 모두 급성장한 그룹. 멤버 바로가 데뷔 때부터 랩메이킹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은 기본 옵션이다.
비스트(왼쪽)와 B1A4
비스트(왼쪽)와 B1A4
선배 그룹들의 학습 효과를 거쳐서일까. 이제는 데뷔 순간부터 ‘셀프 프로듀싱’을 강조하는 추세다. 대부분 성공으로 이어졌다. ‘음원성공률 100% 뮤지션’ 지코가 있는 블락비, 데뷔 때부터 랩메이킹과 믹스 테잎 등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강조했던 방탄소년단, 그리고 가장 최근 떠오르는 그룹 세븐틴이 있다.

세븐틴에 들어서는 ‘셀프프로듀싱’이 아예 ‘자체제작’으로 발전했다. 세븐틴은 처음부터 힙합, 퍼포먼스, 보컬로 팀내 유닛을 나누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표방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무대 퍼포먼스까지 멤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블락비, 방탄소년단, 세븐틴은 모두 소속사의 물량 공세보다 자신의 순수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팬덤을 급성장시킨 사례다. 실력이 인기로 이어진다는 바람직한 상관관계를 증명한 그룹이자 ‘셀프 프로듀싱’의 성공률을 높인 그룹이다.
방탄소년단(위쪽)과 세븐틴
방탄소년단(위쪽)과 세븐틴
2016년 신인 그룹 중에도 자체제작을 내세운 그룹들이 있다. 대표적인 그룹이 스타제국의 신인 보이그룹 임팩트와 프리 데뷔로 팬덤을 먼저 쌓은 아스트로다. 임팩트의 데뷔 앨범 타이틀곡 ‘롤리팝'(LOLLIPOP) 역시 막내 웅재의 자작곡이며, 퍼포먼스 또한 지안과 태호가 안무가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아스트로는 데뷔 앨범에 래퍼 라키와 진진이 랩메이킹에 참여했으며 팬들을 직접 찾아가는 ‘미츄’ 프로젝트 등 자체 제작 프로젝트와 웹드라마, 리얼리티로 프리 데뷔 활동을 펼쳤다. 음악 자체 제작을 떠나 콘텐츠 자체 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한 경우다. 이들의 행보가 보이그룹 성공 법칙을 지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아이돌은 뮤지션으로서는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에 가깝다. 철저한 기획 아래 데뷔하지만, 결국 모두가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을 향한다. 거의 모든 아이돌이 활동을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앨범 수록곡이나 솔로 앨범에 자작곡을 수록하는 뮤지션 성장 단계를 거친다. 그런 점에서 데뷔 때부터 프로듀싱 능력을 지닌 아이돌은 다른 이보다 성공에 가까운 출발선에 선다.

그룹만의 색깔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셀프 프로듀싱의 장점이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2013년 위너를 론칭하면서 “빅뱅도 데뷔 직후가 아니라 지드래곤이 작곡한 ‘거짓말’로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본인의 색깔로 성공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기에 만들어진 것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 됐다. 그러니 무대에서 훨훨 날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보이그룹 성공 법칙에 역사가 세워지고 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YG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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