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봄신상설
“그 핏 정녕 남다르구나!” 영화 ‘검사외전’ 포스터를 보는 순간, 하마터면 “롤업팬츠 브랜드 어디거죠?” 물을 뻔 했다. 황정민과 같은 옷이라는 사실에 눈을 의심했음도 인정한다. 그러니까 이 남자 강동원, 죄수복마저 명품 생X랑-디X옴므로 둔갑시키는 패션계의 요정되시겠다. 죄수복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하는 신공이라니. 교도소 런웨이를 선보이는 발길 발길마다 광채가 그를 에워싸고 있는 착각까지 인다. 남들이 입으면 너덜너덜 난닝구였을 흰셔츠 또한 강동원을 만나 어여쁘게 만개한 느낌. 쭉 뻗은 팔뚝 사이를 비집고 무심하듯 시크하게 튀어나온 실근육은 고강도 심장 마사지를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백미는 살짝 접어 올린 바지 아래로 드러낸 뽀얀 극세사 발목을 이용한 발연기다. 가혹하다, 그 발목. 외로운 야밤의 헌터들로 하여금 기어코 코피 쏟게 할 기세다.
강동원의 개구진 표정을 보면 이내 이런 생각도 든다. 그가 진짜로 입은 건 죄수복이 아니라, 자유라는 생각이. 실제로 지난 ‘검사외전’ 제작보고회 때 강동원은 자신이 연기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에 대해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상스럽고 재밌고 유쾌하고 가벼운 인물이다. 영화에서 평소에 살면서 못하는 짓을 신나게 했다. 가둬놨던 나를 열었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영화에서 날아다닐 자유의 영혼 강동원이 더욱 궁금해진다.
# 죄수복판타지설
여기서 잠시, ‘검은사제들’ 개봉 때 강동원이 내뱉은 망언을 소환해 보자. 당시 강동원은 “여성분들이 사제복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누누이 말하지만, 그건 사제복에 대한 판타지가 아니라 사제복 입은 강동원에 대한 판타지일 뿐이었다. 그러니 설마 또 “여성분들이 죄수복에 판타지가 있는지 몰랐어요”라는 망언을 삼가 해 주시길. 강동원에게 소크라테스의 말씀을 전한다. “너 자신을 알라!”
# ‘검은사제들’ 외전설
‘검사외전’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일각에서 나온 반응 중 하나. “‘검사외전’은 ‘검은사제들’ 외전인가요?” 악령을 물리친 보조사제 최부제(강동원)가 구마자(구마의식을 행한 사람)로 승격, 새로운 부마자(사령이 깃든 사람) 황정민과 대결하는 영화가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혹시 최부제가 갚아야 할 빚이, 떼인 빚? 유사한 제목에서 비롯된 오해인데,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황정민)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 그러니까 강동원이 황정민의 아바타가 되어 감옥 밖에서 미션을 클리어 해 가는 영화인 셈이데, ‘강동원이라는 아바타’라니. 그 아바타 욕심난다.
# 닭다리칠면조설
논란은 예고편에 등장한 닭다리에서 시작됐다. “저렇게 큰 닭다리는 본 적 없다!” “교촌인가, 페리카나인가, 굽네인가, BBQ인가, 브랜드가 궁금하다” “소품팀이 만든 가짜 닭다리다!” 그러나 이 무슨 허무한 물음이고 논란이란 말인가. 닭다리가 큰 것이 아니라, 강동원 얼굴이 작은 것임을. 잔망스럽게 닭다리를 뜯는 강동원을 둘러싼 닭다리 크기 논란에 황정민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칠면조였던 것 같아요!”
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박수정 기자 sove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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