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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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머리로는 그룹 god(이하 지오디)가 많이도 변했다고 생각하면서, 가슴으로는 지오디가 그대로라고 느꼈다. 오랜만에 만난 지오디는 변한 듯 그대로였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모습으로.

지난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2015 지오디 콘서트’ 둘째 날 공연이 개최됐다. 공연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지오디는 ‘하늘색 풍선’으로 오프닝을 꾸미며 장내 온도를 순식간에 달구더니 ‘니가 있어야 할 곳’, ‘스탠드 업(Stand Up)’ ‘관찰’ 등의 무대를 쉴 틈 없이 선사하며 열기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6℃. 체감온도는 영하 10℃에 달했지만 지오디는 “여러분, 덥죠?!”라는 말로 팬들을 반겼다.

지오디는 밭 전(田) 자 모양으로 무대를 구성, 팬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호흡했다. ‘왜’ 무대에서는 멤버들 모두가 셀카봉을 손에 들고 객석으로 다가가 팬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특히 손호영의 열의가 대단했다. 그는 체력 안배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듯, 초장부터 공연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녔고 한 뼘이라도 팬들에 가까이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지오디 재결합에도 손호영의 공이 혁혁했던 바다. 그 때문일까. 이날 무대에 오른 손호영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만연했다.
계상 데니 태우
계상 데니 태우
지난 16일 시작해서 오는 20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되는 이번 콘서트에는 지오디 멤버들이 호스트로 나서 진행을 맡는다. 17일의 호스트는 바로 김태우. 그는 맏형 박준형과 셋째형 데니안에게 거침없는 ‘몰이’로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의 사연도 소개됐다. 김태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시험을 잘 보면 지오디 콘서트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 100점을 맞았는데 나는 너무 어리다고 중학생이었던 언니만 콘서트에 보내줬다. 그 때 언니가 전화로 중계해준 곡”이라는 사연을 소개하며 ‘그대 날 떠난 후에’를 시작했다. 당시 13세 꼬마였던 팬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돼 공연에 참석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지오디의 긴 생명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지오디는 ‘어머님께’ ‘거짓말’ ‘길’ ‘미운오리새끼’를 연달아 부르며 추억 속으로 팬들을 이끌었다. 그런가하면 ‘프라이데이 나잇(Friday Night)’ ‘0%’ ‘하늘색 약속’에서는 오늘의 뜨거움으로 팬들을 불러왔다. 데뷔 16년 차, 평균 나이 39세.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고음을 뛰놀던 애드립 라인은 이제 안전한 음역대로 내려왔고, 랩이 엉키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 지오디의 모습은 벅찬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무대 위 지오디를 보고 있자니, 그들이 마치 우리들의 순수했던 시절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호영 준형 데니
호영 준형 데니
“이 곡은 우리가 여러분들에게 부탁하는 곡이에요. 우리가 부르더라도, 결국엔 듣게 돼 있어”라는 김태우의 멘트와 함께 ‘다시’가 시작됐다. 언제나 그랬듯, 팬들은 목청껏 노래를 불렀고 멤버들은 성심껏 귀를 기울였다. 객석 곳곳을 누비던 멤버들이 다시 무대 정중앙으로 모였을 때, 마침 다음과 같은 가사가 이어졌다. 지오디의 역사와도 묘하게 겹쳐지던 그 가사가.

“오늘 밤 그대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오면은, 준비한 음식과 멋진 음악과 빛나는 촛불을 앞에 두고 다 모두 다 말할 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네가 다시 오기를. 우리가 다시, 다시, 다시 만나기를.”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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