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터미널’이 ‘관객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극 ‘터미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아홉명의 작가들로 구성된 창작집단 독이 참여한 첫 번째 공동창작 작품. ‘터미널’이란 공통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옴니버스 연극으로, 지난 2013년 초연 당시 열렬한 호평을 모은 데 이어 2015년 새롭게 재구성된 에피소드와 무대로 돌아온 ‘터미널’은 아홉 개의 이야기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깊은 여운을 전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5일 공연이 끝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MC를 맡은 배우 구도균과 김태훈, 정재은, 서정연, 김주완, 박기덕, 권귀빈, 안혜경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천정완 작가가 참석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 세례와 뜨거운 호응으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이끌어낸 작품은 바로 천정완 작가의 ‘소’였다. ‘소’는 한 사람이 일생에 할 수 있는 노동의 양을 넘어서면 소가 된다는 신선한 설정 아래 소가 돼버린 아버지를 우시장에 팔기 위해 모인 삼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에피소드.
천정완 작가는 ‘소’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1년 동안 키운 소를 팔아서 저에게 세뱃돈을 주셨다. 당시 ‘이 소가 사실 사람이었는데 일을 많이 해서 소가 되었다’고 말씀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소의 삶이 인간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 ‘소’를 집필할 당시 제가 원하지 않는 노동이 강요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이런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에서 첫째 민규 역을 맡은 김태훈은 “어려웠던 작품이다. 민규가 반쯤 소가 되어버린 인물인데 지나치게 소처럼 표현해서도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소가 되어가는 모습을 아예 보여주지 않아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안무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적당한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캐릭터 구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2165년 미래의 우주선착장 대합실에서 사고로 인해 원치 않게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여자와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화 시키는 것이 취미인 남자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 작품이 선사하는 높은 몰입도에 대한 극찬과 더불어 여자가 남자에게 다른 사람의 생을 볼 수 있는 칩을 같이 보자고 이야기한 의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고재귀 작가는 “사이보그화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에게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야반도주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이 각자 서로가 숨겨왔던 비밀들을 하나씩 밝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여행’에서 이혜영 역을 맡은 정재은은 귀여운 엄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대본엔 없지만 새롭게 추가한 디테일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귀여운 엄마로 만들 의도는 없었다. 다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인물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도망을 가면서도 예쁘게 꾸미는 조금 철없는 엄마여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답했다.
20대인 지연이 어느 지방의 한적한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의문의 부인과 노파로 인해 일생일대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내가 이미 너였을 때’에서 노파 역을 남자 배우인 구도균이 맡은 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찬성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춘근 작가는 “사실 여자 역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하면 여배우를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썼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관객들을 웃게했다.
이어 “헌데 어느 날 전인철 연출이 노파 역을 남자 배우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줬다. 좀 아쉬웠지만 구도균 배우가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표현과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며 ‘정말 하드캐리 하는 구나!’고 감탄했다”고 유쾌한 답변을 마쳤다.
단 한번도 세상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껴보지 못한 채 30년 동안 아버지와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온 한 여자가 아버지의 장례 후 남동생에게 이별을 고하고 자신이 꿈꾸던 세상으로 떠나고자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Love so sweet’에서 오귀진 역을 맡은 배우 서정연에게 “귀진은 슬픈 대사조차 웃으면서 하는데, 캐릭터를 그렇게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귀진이는 너무나 아픔이 큰 캐릭터이지만, 이름에 숨어있는 뜻처럼 한번쯤은 사랑 받는 날이 있지는 않을까 한다. 그래서 마냥 어두운 인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너무 큰 사랑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귀진이는 누군가 무심코 건네준 승차권 한 장에도 감동받고 감사해 하는 여자”라는 답변으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뜨거운 호평 릴레이로 입소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터미널’은 오는 2016년 1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맨씨어터
연극 ‘터미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아홉명의 작가들로 구성된 창작집단 독이 참여한 첫 번째 공동창작 작품. ‘터미널’이란 공통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옴니버스 연극으로, 지난 2013년 초연 당시 열렬한 호평을 모은 데 이어 2015년 새롭게 재구성된 에피소드와 무대로 돌아온 ‘터미널’은 아홉 개의 이야기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깊은 여운을 전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5일 공연이 끝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MC를 맡은 배우 구도균과 김태훈, 정재은, 서정연, 김주완, 박기덕, 권귀빈, 안혜경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천정완 작가가 참석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 세례와 뜨거운 호응으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이끌어낸 작품은 바로 천정완 작가의 ‘소’였다. ‘소’는 한 사람이 일생에 할 수 있는 노동의 양을 넘어서면 소가 된다는 신선한 설정 아래 소가 돼버린 아버지를 우시장에 팔기 위해 모인 삼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에피소드.
천정완 작가는 ‘소’를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1년 동안 키운 소를 팔아서 저에게 세뱃돈을 주셨다. 당시 ‘이 소가 사실 사람이었는데 일을 많이 해서 소가 되었다’고 말씀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소의 삶이 인간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또 ‘소’를 집필할 당시 제가 원하지 않는 노동이 강요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이런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에서 첫째 민규 역을 맡은 김태훈은 “어려웠던 작품이다. 민규가 반쯤 소가 되어버린 인물인데 지나치게 소처럼 표현해서도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소가 되어가는 모습을 아예 보여주지 않아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안무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적당한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캐릭터 구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2165년 미래의 우주선착장 대합실에서 사고로 인해 원치 않게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여자와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화 시키는 것이 취미인 남자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 작품이 선사하는 높은 몰입도에 대한 극찬과 더불어 여자가 남자에게 다른 사람의 생을 볼 수 있는 칩을 같이 보자고 이야기한 의도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고재귀 작가는 “사이보그화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에게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야반도주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이 각자 서로가 숨겨왔던 비밀들을 하나씩 밝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여행’에서 이혜영 역을 맡은 정재은은 귀여운 엄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대본엔 없지만 새롭게 추가한 디테일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귀여운 엄마로 만들 의도는 없었다. 다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인물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도망을 가면서도 예쁘게 꾸미는 조금 철없는 엄마여야 하지 않을까 했다”고 답했다.
20대인 지연이 어느 지방의 한적한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의문의 부인과 노파로 인해 일생일대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내가 이미 너였을 때’에서 노파 역을 남자 배우인 구도균이 맡은 것이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찬성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춘근 작가는 “사실 여자 역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하면 여배우를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썼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관객들을 웃게했다.
이어 “헌데 어느 날 전인철 연출이 노파 역을 남자 배우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줬다. 좀 아쉬웠지만 구도균 배우가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표현과 웃음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며 ‘정말 하드캐리 하는 구나!’고 감탄했다”고 유쾌한 답변을 마쳤다.
단 한번도 세상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느껴보지 못한 채 30년 동안 아버지와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온 한 여자가 아버지의 장례 후 남동생에게 이별을 고하고 자신이 꿈꾸던 세상으로 떠나고자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Love so sweet’에서 오귀진 역을 맡은 배우 서정연에게 “귀진은 슬픈 대사조차 웃으면서 하는데, 캐릭터를 그렇게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귀진이는 너무나 아픔이 큰 캐릭터이지만, 이름에 숨어있는 뜻처럼 한번쯤은 사랑 받는 날이 있지는 않을까 한다. 그래서 마냥 어두운 인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너무 큰 사랑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귀진이는 누군가 무심코 건네준 승차권 한 장에도 감동받고 감사해 하는 여자”라는 답변으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뜨거운 호평 릴레이로 입소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터미널’은 오는 2016년 1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맨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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