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박시환 : 나로서는 무척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기회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기자의 목표를 가지고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하면서 흥미를 더 가지게 됐다.
Q. 어떤 작곡가는 “가수는 연기를 할 수 있는데, 배우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도 하더라.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 말이다.
박시환 : 맞다. 무대 위에 올라가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를 더 보여주게 되고 어떤 때는 나를 놓고 싶은 적도 있다. 물론 캐릭터에 맞게 분석을 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이해한 게 들어가니, 나 자신이 좀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당신은 평소 ‘말’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다. 그래서 연기나 노래를 할 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후련할 것 같기도 하고.
박시환 : 노래는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부를 때 말이다. 연기는 좀 아니었던 것 같다. 후련함이라는 건, 배역과 내가 함께 감정을 느껴 나갈 때 생기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아니었다. 동협(‘송곳’에서 박시환이 맡은 배역)이가 느끼는 감정이 답답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 시원하지 않냐’ ‘외향적으로 살면 좋지 않냐’고 하는데 소리 지르고 하면 뭐하냐. 애가 (극 중) 형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사실 끝나고 좀 우울했다. 지금은 뮤지컬을 통해 철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밝게 열심히 살다 보니 많이 밝아졌다. 참 좋은 수순을 밟았다고 생각한다.
Q. 드라마, 뮤지컬, 노래. 세 장르의 호흡이 모두 다를 것 같다.
박시환 : 몰입도 자체가 다르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씬을 띄엄띄엄 찍잖아. 그러다 보니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힘을 쓰고 했다. 촬영장 안에서는 계속 동협이로 있어야 하니, 좀 더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뮤지컬은 정말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웃음). 무대에 서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더라. 음악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나는 그게 좋다. 짧은 시간 안에 내 감정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걸 사실 좋아한다. Q. ‘괴물’이 발매되기 전, 그러니까 보도자료로 처음 곡 설명을 받았을 때부터 전작과는 느낌이 달랐다. 좀 더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박시환 : 이전 앨범은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나는 박시환이고 여러분에게 다가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느낌. 이번에는 ‘나’라는 사람에 좀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내 욕심이 나왔다는 거지.
Q. 그 욕심은 밴드 음악을 향한 건가? ‘괴물’은 록발라드의 색채가 강한 곡인데.
박시환 : 아, 아니다. 나는 슬픈 노래를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도 수록곡 ‘업스 & 다운(Ups & Down)’을 빼면 세 곡 모두 슬픈 노래뿐이다. 물론 가수라는 직업을 얻게 된 이상, 대중적으로도 어필을 해야겠지. 앞으로 점점 맞춰 나갈 생각이다. 나를 소개하는 느낌으로 1집을 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욕심을 냈던 거다.
Q. 욕심을 드러내는 시기가, 남들보다 좀 빨랐던 것도 같다.
박시환 : 미니앨범과 정규 1집 앨범 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음악을) 너무 하고 싶었다. 회사에도 좀 우겼다. 1집 다음에는 무조건 발라드할 거라고. 그랬더니 흔쾌히는 아니지만(웃음) 어쨌든 수락해주셨다.
Q. ‘괴물’이란 곡은 제목부터가 파격적이다.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여러 단어들이 맞물리면서 결국 ‘이상한 존재’로 귀결되더라. 당신이 상상한 괴물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사전에서 얘기하는 ‘이상한 존재’는 아닐 것 같거든.
박시환 : 마음을 더 굳게 다진다는 의미다. 그 의미에 좀 처절함을 넣기 위해서 괴물이라는 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위로’라는 밑바탕이 있었고. 처절함이라는 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그게 즐거운 상태로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거든. 가사에 보면 “굳은살로 덮인 피부”,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단순히 일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버텨내던 내 모습이 괴물 같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며 풀었다. 녹음을 할 때에도 정말 단순하게 내 손의 굳은살을 봤고. 그러면서 가수 이전과 이후의 두 가지 굳은살을 비교하게 되기도 하더라.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불렀다.
Q. “나를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됐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나를 지킨다는 건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지키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 안의 두려움으로부터?
박시환 : 아마 받아들이는 분들 나름일 거다. 가수가 되기 전엔 ‘세상이 힘들어도 살아야지’라는 처절함을 가진 괴물이었다면, 이후에는 내가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참고 견뎌내는 과정에서의 괴물인 것 같다. 두 가지가 같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되게 처량했다가, 나중에는 눈을 뜨고 앞을 똑바로 보게 되더라. 그런데 이건 순전히 내가 해석한 괴물이다. 공감하는 분들, 혹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분들은 어떻게 듣던 다 그 분의 몫이다.
Q.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에 계속 도전했던 건, 당신이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이었던가?
박시환 : 하고 있던 음악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해’ 혹은 ‘금전적인 안정감을 이뤄야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놓지 못하고 있었던 미련. 첫 시즌에는 호기심으로 출전했고 그 다음에는 기대감, 세 번째는 좀 더 능숙하니까, 노련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네 번째는 그냥 했다. ‘‘슈스케’ 또 하네? 해봐야지.’ 시즌5에서는 내 생활이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도 그 사이에 나이를 먹어서겠지(웃음). 당시에는 굉장한 절실함이었다. 정말 뭐든 다 할 생각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위로 올라가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졌고. 오죽하면 지원서에 살고 싶다고 썼겠나(웃음).
Q. 방금 말했듯, 당신은 썩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 있었다. ‘금전적인 안정감을 이뤄야 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채로 ‘슈스케’에 지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박시환 : 다행히 당시 다니던 직장에 동료 분들께서 이해를 해주셨다. 하다가 금방 떨어졌으면 다시 일을 했을 거다(웃음). 그런데 계속 올라가면서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나 역시 확신 아닌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명확함이 생긴 거다.
Q. 그 때 갖게 된 방향이 아까 말한 ‘위로’였던 건가?
박시환 : 아니다. 당시에는 지극히 나를 위한 생각이었다. 그냥 노래하고 싶다는 것. 1등이 되면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사실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점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친구들도 떨어지고. 좀 힘들어지다가 경연 당일이 되니까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걸 느끼고, 그들에게 더 잘하기 위해서 계속 했던 것 같다. 물론 처음 받아보는 사랑에 약간의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실수도 했고. 마침내 ‘슈스케’가 끝났을 때, 가수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 당연히 내 노래에 깔고 가야 하는 게 ‘위로’인 거고.
Q.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건, 상당히 이타적인 마음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고, 직접적으로 내게 뭔가를 해준 사람도 아니잖아. 어디에서 그런 이타심이 생겼나?
박시환 : 왜냐면 나조차도 노래로 위로를 받았던 사람이거든. 그걸 나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일 거다. 가수가 있으려면 팬도 있어야 하고 노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분들도 나와 같은 걸 겪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거 같다. 사실 앞으로는 더 슬픈 노래를 하고 싶다.
Q. ‘괴물’ 안에서는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의지적인 것 같으면서도, 자조적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노래를 부르면서 가졌던 지배적인 감정이 있었나?
박시환 : 기본적으로 처절함 속에… 후렴구에선 억울함도 있었던 것 같다. 한 감정을 베이스로 갔다는 건 생각을 안 하고, 그 때 그때 느껴졌던 감정을 따라갔던 것 같다. 글쎄,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깔렸던 감정도 분명 있겠지.
Q. 억울함이라…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환경에 대한 억울함인 건가? 그럼 그건 지금 극복하는 과정인 거고?
박시환 : 하는 과정이다. 꿈과 직업을 정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최고의 극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있다. “매일 행복하세요?”라고 물어보는 분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일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길의 끝에는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달려가는 중이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 행복이란 건 나중에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 구절 “두렵지 않아. 난 괴물이니까”라는 가사는 좀 쓸쓸하게도 느껴지더라. 어떤 감정으로 불렀나?
박시환 : 괴물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한껏 울부짖고 난 후에 나 자신을 본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조금 지친 모습의 나를 보고, 다시 한 번 내가 괴물이 됐다는 걸 확인하고. 그게 허탈하기도 하고… 되게 복잡하다. 헛웃음이 나오는 구절인데,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 (잠시 침묵) 괴물이 된 상태의 나를 돌아봤을 때의 허탈함이었던 것 같다. 전에 한창 힘들 때,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힘든 일이 되게 많이 겹쳤다. 머리가 뻥 터져버린 거지. 그런데 그 때 웃음이 나오더라. ‘아 진짜, 에휴~’ 그런 웃음. 그런 비슷한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Q. 괴물이 된다는 게 어떤 건가?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박시환 : 슬픈 거다. 사실은 슬픈 거야. 스스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일그러진 얼굴과 굳은살이었던 거다. 내가 괴물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게 아니라 괴물이 돼야 하기 때문에 그 상태가 된 거지만, 그게 나중에는 허탈감으로 올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내일도 난 괴물일 거라는 게 슬펐던 것 같다.
Q. 정말 복잡하네.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 된 상태를 깨뜨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 않나?
박시환 : 괴물이 된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이겨내야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괴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상태는 무언가가 더 남아있다는 거지.
Q. 숙제 같은 것?
박시환 : 그 숙제가 꿈일 수도 있고, 당장 눈앞에 힘든 시련일 수도 있다. 작곡가님의 노래를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부르는 거라, 설명이 좀 복잡해도 이해해 달라.
Q. 오, 아니다. 그 어떤 자작곡보다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 같았다.
박시환 : 개인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노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르기도 힘들더라고. 그리고 말하듯이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Q. 시련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궁금한 게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시환 : 나는 ‘그냥’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하. 굳이 아프지 않고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말하는 건, 아픔에서 오는 성장이 자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일 거다. 아픔을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에 오는 시련에 너무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고 의연할 수 있으니까.
Q. 얼마 전 임재범이 ‘히든 싱어4’에 출연해 자기의 시련이 곧 노래가 됐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더라. 비슷한 맥락에서, 당신도 보여줄 것이 많겠다.
박시환 : 앞으로 굉장히 여러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아프지 않고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고, 아픈 만큼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고. 나는 선배님보다 어리지만, 여태껏 겪어온 일들이 있고 앞으로 겪어갈 일들이 있잖아.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시련에 대한 노래도 하고 싶고, 반대로 굉장히 신나는 노래도 하고 싶다. 정말 펑키한 노래나, 소울풀한 음악도 재밌을 것 같고. 어차피 노래할 시간 너무 많이 남아서 굉장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런데 대중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 시련을 극복해낸 청춘의 이미지. 이것이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박시환 : 방금도 말했듯이, 노래를 되게 오래 할 거라서(웃음). 나에 대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모습이 그런 부분이었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나를 알고 좋아할 수 있게끔 노력할 거다. 그 때마다 새로운 모습, 내가 좋아하는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다. 언제부턴가 멀리 보게 되더라.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다.
Q. 멀리 봤을 때, 이번 앨범 특히 ‘괴물’이라는 곡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박시환 : 오래 부르게 될 노래일 것 같다. 그리고 나중이 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해줄 것 같은 노래이다. 나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여러 가지 기회를 준 노래인 것 같다. 노래를 항상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오래 부를 노래’거든. 이 곡도 그런 곡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자주 찾게 되는 컬렉션 중에 하나일 것 같다.
Q. 팬들 또한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박시환 : 많이 좋아하신다. 일단 발라드 앨범이 나온 걸 좋아하시고, ‘괴물’ 뿐만 아니라 단 한사람과 이별거리를 골고루 좋아해준다. 반응을 살펴보면 세 곡 모두 반응이 고르게 온다. 덕분에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은 상태다.
Q. 그래도 ‘괴물’에 대한 애정은 좀 다를 것 같다. 뭐랄까. 그냥 노래로서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가수의 인생 전체를 생각했을 때 좋아하는 노래가 있잖아. 개인적으로는 ‘괴물’이 그런 곡이 될 것 같거든. ‘인생 노래’ 같은 느낌?
박시환 : 아휴, 감사하다. 작곡가님도 그렇게 인생노래가 될 거라고 자랑하신다(웃음). 정말 그럴 것 같다. 이 노래에 끌렸던 것도 인생 이야기였기 때문이고. 그런데 되도록이면, 계속 처음의 감정으로 부를 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인생은 ‘괴물’로서 사는 게 아니라 더 즐겁고 싶거든.
노래의 감정과 느낌에 충실해서 부르려고 하지만, 찾을 수 없는, 그 때가 아니면 안 되는 감정도 있다. 노래를 하면서 가장 고민이었던 게 ‘내가 변했나’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변한 거 아닌가, 내가 너무 안이한가, 내가 안 슬픈 게 아닐까. 처음 ‘슈스케’에서 불렀던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나 자신도 많이 좋아했던 곡이다. 그래서 노래를 하거나 앨범이 나올 때 나도 그 영상을 돌려본다. 노래는 좀 능숙해졌을지언정 그 때의 느낌이 안 나오는 거다. 가끔 그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는데 그 때의 처절함은 아직 못 찾은 거 같다. 비슷한 의미로 ‘괴물’도 좋은 노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때의 감정은 내가 많이 찾지 않는 감정이었으면 좋겠다.
Q.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박시환 :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계속 달리는 중이고. 올 한 해를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다. 무언가 남기고 싶고, 좀 더 단단해지고 싶다. 개인적으로 내년 초까지 목표를 잡아 놨다. 무엇을 하던 간에 다 감사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달려가자는 생각이다.
Q. 그래도 유의미한 족적이 많았잖아. 정규 앨범도 나왔고, 드라마와 뮤지컬도 시작했고.
박시환 : 물론 행복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지금은 앞으로의 활동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고 있어서 아직 감회에 젖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바쁘게 달려 나갈 생각이거든. ‘행복했어. 좋은 에너지 얻었고, 이제 달려가자’ 그런 생각이다.
Q. 내년에 서른이 된다. 서른의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나?
박시환 : 더 단단했으면 좋겠고 뿌듯했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얘기해서는 어느 정도의 입지가 됐으면 좋겠다. 나를 아는 사람들,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나를 기다려주는 팬이나, 가족,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지 않게 하고 싶다. 그리고 주위에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Q. 지금은 행복한가?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대체로 말이다.
박시환 : 아, 물론이다. 그건 확실하다. 앞을 보고 달려가고 있으니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토탈셋
가수 박시환이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5’에 처음 등장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는 참 매력적인 참가자였다. 미성과 가창력도 그러하지만, 곱상한 외모와 넉넉지 못한 형편, 음악을 향한 끈질긴 열망(당시 박시환은 ‘슈스케’ 전 시즌에 도전했다) 등은 그의 매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덕분에 박시환은 당시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팬카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Q. 지난달 28일 드라마 ‘송곳’이 끝났고 최근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가 개막했다. 그리고 23일에는 새 앨범도 냈고. ‘슈퍼스타K5’ 참가자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시환은 상당히 신중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신중했는지, 행복을 누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 “대체로는 행복한 편인가”라는 질문에 박시환은 엷게 웃으며 답했다. “아, 물론이죠.” 그 미소를 짓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왔을까. 힘겹게 지어진 만큼, 쉽게 지워지지 않을 미소였다.
박시환 : 나로서는 무척 즐겁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기회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연기자의 목표를 가지고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하면서 흥미를 더 가지게 됐다.
Q. 어떤 작곡가는 “가수는 연기를 할 수 있는데, 배우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도 하더라. 특히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 말이다.
박시환 : 맞다. 무대 위에 올라가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나를 더 보여주게 되고 어떤 때는 나를 놓고 싶은 적도 있다. 물론 캐릭터에 맞게 분석을 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이해한 게 들어가니, 나 자신이 좀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당신은 평소 ‘말’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다. 그래서 연기나 노래를 할 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후련할 것 같기도 하고.
박시환 : 노래는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부를 때 말이다. 연기는 좀 아니었던 것 같다. 후련함이라는 건, 배역과 내가 함께 감정을 느껴 나갈 때 생기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아니었다. 동협(‘송곳’에서 박시환이 맡은 배역)이가 느끼는 감정이 답답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 시원하지 않냐’ ‘외향적으로 살면 좋지 않냐’고 하는데 소리 지르고 하면 뭐하냐. 애가 (극 중) 형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사실 끝나고 좀 우울했다. 지금은 뮤지컬을 통해 철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밝게 열심히 살다 보니 많이 밝아졌다. 참 좋은 수순을 밟았다고 생각한다.
Q. 드라마, 뮤지컬, 노래. 세 장르의 호흡이 모두 다를 것 같다.
박시환 : 몰입도 자체가 다르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씬을 띄엄띄엄 찍잖아. 그러다 보니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힘을 쓰고 했다. 촬영장 안에서는 계속 동협이로 있어야 하니, 좀 더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뮤지컬은 정말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웃음). 무대에 서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더라. 음악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나는 그게 좋다. 짧은 시간 안에 내 감정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걸 사실 좋아한다. Q. ‘괴물’이 발매되기 전, 그러니까 보도자료로 처음 곡 설명을 받았을 때부터 전작과는 느낌이 달랐다. 좀 더 본격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았다.
박시환 : 이전 앨범은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나는 박시환이고 여러분에게 다가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느낌. 이번에는 ‘나’라는 사람에 좀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내 욕심이 나왔다는 거지.
Q. 그 욕심은 밴드 음악을 향한 건가? ‘괴물’은 록발라드의 색채가 강한 곡인데.
박시환 : 아, 아니다. 나는 슬픈 노래를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도 수록곡 ‘업스 & 다운(Ups & Down)’을 빼면 세 곡 모두 슬픈 노래뿐이다. 물론 가수라는 직업을 얻게 된 이상, 대중적으로도 어필을 해야겠지. 앞으로 점점 맞춰 나갈 생각이다. 나를 소개하는 느낌으로 1집을 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욕심을 냈던 거다.
Q. 욕심을 드러내는 시기가, 남들보다 좀 빨랐던 것도 같다.
박시환 : 미니앨범과 정규 1집 앨범 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음악을) 너무 하고 싶었다. 회사에도 좀 우겼다. 1집 다음에는 무조건 발라드할 거라고. 그랬더니 흔쾌히는 아니지만(웃음) 어쨌든 수락해주셨다.
Q. ‘괴물’이란 곡은 제목부터가 파격적이다.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여러 단어들이 맞물리면서 결국 ‘이상한 존재’로 귀결되더라. 당신이 상상한 괴물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사전에서 얘기하는 ‘이상한 존재’는 아닐 것 같거든.
박시환 : 마음을 더 굳게 다진다는 의미다. 그 의미에 좀 처절함을 넣기 위해서 괴물이라는 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위로’라는 밑바탕이 있었고. 처절함이라는 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그게 즐거운 상태로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거든. 가사에 보면 “굳은살로 덮인 피부”,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단순히 일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버텨내던 내 모습이 괴물 같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며 풀었다. 녹음을 할 때에도 정말 단순하게 내 손의 굳은살을 봤고. 그러면서 가수 이전과 이후의 두 가지 굳은살을 비교하게 되기도 하더라.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불렀다.
Q. “나를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됐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나를 지킨다는 건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지키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 안의 두려움으로부터?
박시환 : 아마 받아들이는 분들 나름일 거다. 가수가 되기 전엔 ‘세상이 힘들어도 살아야지’라는 처절함을 가진 괴물이었다면, 이후에는 내가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참고 견뎌내는 과정에서의 괴물인 것 같다. 두 가지가 같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되게 처량했다가, 나중에는 눈을 뜨고 앞을 똑바로 보게 되더라. 그런데 이건 순전히 내가 해석한 괴물이다. 공감하는 분들, 혹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는 분들은 어떻게 듣던 다 그 분의 몫이다.
Q.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에 계속 도전했던 건, 당신이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이었던가?
박시환 : 하고 있던 음악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해’ 혹은 ‘금전적인 안정감을 이뤄야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놓지 못하고 있었던 미련. 첫 시즌에는 호기심으로 출전했고 그 다음에는 기대감, 세 번째는 좀 더 능숙하니까, 노련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네 번째는 그냥 했다. ‘‘슈스케’ 또 하네? 해봐야지.’ 시즌5에서는 내 생활이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아마도 그 사이에 나이를 먹어서겠지(웃음). 당시에는 굉장한 절실함이었다. 정말 뭐든 다 할 생각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위로 올라가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졌고. 오죽하면 지원서에 살고 싶다고 썼겠나(웃음).
Q. 방금 말했듯, 당신은 썩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 있었다. ‘금전적인 안정감을 이뤄야 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채로 ‘슈스케’에 지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박시환 : 다행히 당시 다니던 직장에 동료 분들께서 이해를 해주셨다. 하다가 금방 떨어졌으면 다시 일을 했을 거다(웃음). 그런데 계속 올라가면서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나 역시 확신 아닌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명확함이 생긴 거다.
Q. 그 때 갖게 된 방향이 아까 말한 ‘위로’였던 건가?
박시환 : 아니다. 당시에는 지극히 나를 위한 생각이었다. 그냥 노래하고 싶다는 것. 1등이 되면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사실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점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친구들도 떨어지고. 좀 힘들어지다가 경연 당일이 되니까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걸 느끼고, 그들에게 더 잘하기 위해서 계속 했던 것 같다. 물론 처음 받아보는 사랑에 약간의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실수도 했고. 마침내 ‘슈스케’가 끝났을 때, 가수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 당연히 내 노래에 깔고 가야 하는 게 ‘위로’인 거고.
Q.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건, 상당히 이타적인 마음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고, 직접적으로 내게 뭔가를 해준 사람도 아니잖아. 어디에서 그런 이타심이 생겼나?
박시환 : 왜냐면 나조차도 노래로 위로를 받았던 사람이거든. 그걸 나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일 거다. 가수가 있으려면 팬도 있어야 하고 노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분들도 나와 같은 걸 겪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거 같다. 사실 앞으로는 더 슬픈 노래를 하고 싶다.
Q. ‘괴물’ 안에서는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의지적인 것 같으면서도, 자조적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노래를 부르면서 가졌던 지배적인 감정이 있었나?
박시환 : 기본적으로 처절함 속에… 후렴구에선 억울함도 있었던 것 같다. 한 감정을 베이스로 갔다는 건 생각을 안 하고, 그 때 그때 느껴졌던 감정을 따라갔던 것 같다. 글쎄, 뭐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깔렸던 감정도 분명 있겠지.
Q. 억울함이라…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환경에 대한 억울함인 건가? 그럼 그건 지금 극복하는 과정인 거고?
박시환 : 하는 과정이다. 꿈과 직업을 정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최고의 극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있다. “매일 행복하세요?”라고 물어보는 분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일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길의 끝에는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달려가는 중이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 행복이란 건 나중에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 구절 “두렵지 않아. 난 괴물이니까”라는 가사는 좀 쓸쓸하게도 느껴지더라. 어떤 감정으로 불렀나?
박시환 : 괴물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한껏 울부짖고 난 후에 나 자신을 본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조금 지친 모습의 나를 보고, 다시 한 번 내가 괴물이 됐다는 걸 확인하고. 그게 허탈하기도 하고… 되게 복잡하다. 헛웃음이 나오는 구절인데,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 (잠시 침묵) 괴물이 된 상태의 나를 돌아봤을 때의 허탈함이었던 것 같다. 전에 한창 힘들 때,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힘든 일이 되게 많이 겹쳤다. 머리가 뻥 터져버린 거지. 그런데 그 때 웃음이 나오더라. ‘아 진짜, 에휴~’ 그런 웃음. 그런 비슷한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Q. 괴물이 된다는 게 어떤 건가?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박시환 : 슬픈 거다. 사실은 슬픈 거야. 스스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일그러진 얼굴과 굳은살이었던 거다. 내가 괴물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게 아니라 괴물이 돼야 하기 때문에 그 상태가 된 거지만, 그게 나중에는 허탈감으로 올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내일도 난 괴물일 거라는 게 슬펐던 것 같다.
Q. 정말 복잡하네.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 된 상태를 깨뜨리고 싶었던 건 아니지 않나?
박시환 : 괴물이 된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이겨내야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괴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상태는 무언가가 더 남아있다는 거지.
Q. 숙제 같은 것?
박시환 : 그 숙제가 꿈일 수도 있고, 당장 눈앞에 힘든 시련일 수도 있다. 작곡가님의 노래를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부르는 거라, 설명이 좀 복잡해도 이해해 달라.
Q. 오, 아니다. 그 어떤 자작곡보다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 같았다.
박시환 : 개인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노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르기도 힘들더라고. 그리고 말하듯이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Q. 시련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궁금한 게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시환 : 나는 ‘그냥’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하. 굳이 아프지 않고 성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말하는 건, 아픔에서 오는 성장이 자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일 거다. 아픔을 한 번 겪고 나면, 다음에 오는 시련에 너무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고 의연할 수 있으니까.
Q. 얼마 전 임재범이 ‘히든 싱어4’에 출연해 자기의 시련이 곧 노래가 됐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더라. 비슷한 맥락에서, 당신도 보여줄 것이 많겠다.
박시환 : 앞으로 굉장히 여러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아프지 않고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고, 아픈 만큼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고. 나는 선배님보다 어리지만, 여태껏 겪어온 일들이 있고 앞으로 겪어갈 일들이 있잖아.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시련에 대한 노래도 하고 싶고, 반대로 굉장히 신나는 노래도 하고 싶다. 정말 펑키한 노래나, 소울풀한 음악도 재밌을 것 같고. 어차피 노래할 시간 너무 많이 남아서 굉장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런데 대중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 시련을 극복해낸 청춘의 이미지. 이것이 당신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박시환 : 방금도 말했듯이, 노래를 되게 오래 할 거라서(웃음). 나에 대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모습이 그런 부분이었으니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나를 알고 좋아할 수 있게끔 노력할 거다. 그 때마다 새로운 모습, 내가 좋아하는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다. 언제부턴가 멀리 보게 되더라.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다.
Q. 멀리 봤을 때, 이번 앨범 특히 ‘괴물’이라는 곡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박시환 : 오래 부르게 될 노래일 것 같다. 그리고 나중이 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해줄 것 같은 노래이다. 나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여러 가지 기회를 준 노래인 것 같다. 노래를 항상 고를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오래 부를 노래’거든. 이 곡도 그런 곡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자주 찾게 되는 컬렉션 중에 하나일 것 같다.
Q. 팬들 또한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박시환 : 많이 좋아하신다. 일단 발라드 앨범이 나온 걸 좋아하시고, ‘괴물’ 뿐만 아니라 단 한사람과 이별거리를 골고루 좋아해준다. 반응을 살펴보면 세 곡 모두 반응이 고르게 온다. 덕분에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은 상태다.
Q. 그래도 ‘괴물’에 대한 애정은 좀 다를 것 같다. 뭐랄까. 그냥 노래로서 좋아하는 노래가 있고, 가수의 인생 전체를 생각했을 때 좋아하는 노래가 있잖아. 개인적으로는 ‘괴물’이 그런 곡이 될 것 같거든. ‘인생 노래’ 같은 느낌?
박시환 : 아휴, 감사하다. 작곡가님도 그렇게 인생노래가 될 거라고 자랑하신다(웃음). 정말 그럴 것 같다. 이 노래에 끌렸던 것도 인생 이야기였기 때문이고. 그런데 되도록이면, 계속 처음의 감정으로 부를 수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인생은 ‘괴물’로서 사는 게 아니라 더 즐겁고 싶거든.
노래의 감정과 느낌에 충실해서 부르려고 하지만, 찾을 수 없는, 그 때가 아니면 안 되는 감정도 있다. 노래를 하면서 가장 고민이었던 게 ‘내가 변했나’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변한 거 아닌가, 내가 너무 안이한가, 내가 안 슬픈 게 아닐까. 처음 ‘슈스케’에서 불렀던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나 자신도 많이 좋아했던 곡이다. 그래서 노래를 하거나 앨범이 나올 때 나도 그 영상을 돌려본다. 노래는 좀 능숙해졌을지언정 그 때의 느낌이 안 나오는 거다. 가끔 그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는데 그 때의 처절함은 아직 못 찾은 거 같다. 비슷한 의미로 ‘괴물’도 좋은 노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때의 감정은 내가 많이 찾지 않는 감정이었으면 좋겠다.
Q.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박시환 :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계속 달리는 중이고. 올 한 해를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다. 무언가 남기고 싶고, 좀 더 단단해지고 싶다. 개인적으로 내년 초까지 목표를 잡아 놨다. 무엇을 하던 간에 다 감사히 받아들이고 열심히 달려가자는 생각이다.
Q. 그래도 유의미한 족적이 많았잖아. 정규 앨범도 나왔고, 드라마와 뮤지컬도 시작했고.
박시환 : 물론 행복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지금은 앞으로의 활동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고 있어서 아직 감회에 젖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바쁘게 달려 나갈 생각이거든. ‘행복했어. 좋은 에너지 얻었고, 이제 달려가자’ 그런 생각이다.
Q. 내년에 서른이 된다. 서른의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나?
박시환 : 더 단단했으면 좋겠고 뿌듯했으면 좋겠다. 간단하게 얘기해서는 어느 정도의 입지가 됐으면 좋겠다. 나를 아는 사람들,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나를 기다려주는 팬이나, 가족, 친구들이 나를 걱정하지 않게 하고 싶다. 그리고 주위에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Q. 지금은 행복한가?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대체로 말이다.
박시환 : 아, 물론이다. 그건 확실하다. 앞을 보고 달려가고 있으니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토탈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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