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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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는 자신의 ‘스물’을 영화로 만든다면, 장르는 ‘다큐’로, 테마 음악은 도끼의 ‘온 마이 웨이(On My Way)’가 좋겠다고 했다. 그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 ‘갈 길이 멀고 오를 벽들이 많아도 이게 나라서 힘들어 하지 않았어(‘온 마이 웨이’ 중)’라는 가사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는 없겠다, 생각했으니. 올 한 해 Mnet ‘칠전팔기 구해라’를 시작으로, KBS2 ‘프로듀사’, Mnet ‘쇼미더머니’, tvN ‘두번째 스무살’과 온스타일 ‘처음이라서’까지. 김민재는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가능성을 쉬지 않고 증명했다. 래퍼인 동시에 배우, 배우인 동시에 래퍼, 대단한 ‘쓰임’을 지닌 사람이란 걸, 끊임없이 내보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고 말하다가도 “밸런스(균형)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어른스러운 스무 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김민재의 오늘이 참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Q. Mnet ‘칠전팔기 구해라(이하 칠전팔기)’ 종영 이후 7개월 만에 보는데, 그새 많이 변했다.
김민재 : ‘칠전팔기’가 끝나고 일부러 다이어트를 했다. 살이 많이 빠졌다.

Q. 일부러?
김민재 : 그 당시에 운동을 해서인지 보이지 않는 곳에 근육이 좀 많았다. 딱 맞는 옷을 입으면 그게 다 티가 났는데, 이번엔 슬림하게 나오는 게 더 예뻐 보인다고들 하셔서 다이어트를 했다. 그랬더니 요즘엔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더라. 잘 못 먹는다. 예전에는 진짜 잘 먹고 문도 한 손으로 열었는데, 요새는 몸으로 민다.

Q. 앗, 그 정도로! (웃음)
김민재 : ‘비실이’었다. 하하. 다시 운동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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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라마 두 개를 동시에 촬영했으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겠다.
김민재 : 아무래도 ‘처음이라서’와 ‘두번째 스무살’을 같이 찍다 보니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러면서 또 살이 자연스럽게 빠진 것도 있었고. 침대에 누워서 잘 시간이 거의 없었다.

Q. 드라마 촬영을 다 마친 요즘은 어떤가.
김민재 : 요새는 그래도 좀 괜찮다. 그때에 비하면 천국이지. 침대에서 잘 수 있다.

Q. 올해, ‘칠전팔기’ 출연 이후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잘) 될 때가 돼서’ 일어난 일들 같았나.
김민재 :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다. 감독님들과 작가님들이 기회를 주신 거였지, 나 스스로 ‘될 때가 돼서’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기하다는 듯이) 내가?’ 싶었지. (‘두번째 스무살’의) 김형식 감독님이 어떤 작품이든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는데 최지우 선배님의 아들 역할이라는 거다. 대단한 선배님의 아들 역이라니… 정말 감사했다. 게다가 드라마를 두 개나 하게 되어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Q. 이전에 인터뷰했을 때 ‘버티면 뭔가는 항상 있더라’라는 말을 한 적 있다.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도 기억하는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나.
김민재 : 그렇다. 그런데 옛날엔 (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젠 내가 뭔가를 더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욕심이 생긴다. 이제 버티기만 해서는…

Q. 안 된다?
김민재 : 버티기만 해서는 내 욕심이 안 채워진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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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내가 발전해 가고 있구나’ 느끼는 순간순간이 있었나.
김민재 : 선배님들도 그렇고, 다들 워낙 연기를 너무 잘하시지 않나.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짓지, 어떻게 저런 리액션을 할 수 있지 하며 선배님들처럼 표정도 지어 보고 호흡도 해보곤 했다. 그러면서 몰랐던 것들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발전이라는 건, 내가 느끼는 게 아니라 내 연기를 봐주시는 대중분들이 판단해 주시는 것이지 않을까.

Q. ‘두번째 스무살’의 김민수와 ‘처음이라서’의 서지안 중 심정적으로 다가가기에 좀 더 편했던 건 어느 쪽이었나.
김민재 : 지안이었던 거 같다. 민수란 친구가 이해 가긴 했지만 내 입장에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고지식한 부분이 있었다. 지안이 같은 경우는 워낙 철이 일찍 든 친구였고, 충분히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을 하다 보니 지안이 캐릭터가 조금 더 편했다. 나하고 닮은 점이 많았다.

Q. 두 캐릭터 모두 극중에서 감정을 누르는 모습이 많이 비쳐졌다. 지안이가 민수보단 좀 더 발산하는 편이었지만. 어땠나, 연기하기에.
김민재 : 평소에 화를 잘 내는 성격이 아니다. 화가 나도 소리를 ‘아악’ 지른다거나 한 적이 없다. 화나면 그냥 가만히 있거든. 그래서 (감정을) 누르는 게 연기하기엔 더 편한데, 연습하면서 바뀌었다.

Q. ‘처음이라서’에서 송이(박소담)의 고백을 자신의 상황 때문에 거절한 뒤 속상한 마음에 의자를 확 내리치는 신(4화)이 있지 않나. 어색했을 것도 같은데.
김민재 : 지안이의 감정 상태에 대해선 어색한 게 없었는데 그런 모션을 취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평소에 뭔가를 집어 던진다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그래도 그땐 지안이였으니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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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이라서’의 인물 설명을 보니 지안을 ‘쿨한 현실주의자’라고 해 놓았더라. 김민재가 생각하는 김민재를 한 줄로 정의 내려 본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김민재 : 아하하. 한 번도 생각 안 해 본 거였는데, 흠. ‘끈질긴 놈’? (웃음) (옆에 있던 관계자: 잘 버티는 욕심쟁이?) 욕심쟁이, 맞는 거 같다. 하하.

Q. 그럼, 사람들이 보는 김민재와 자신이 생각하는 김민재는 비슷한가, 아니면 차이가 있나.
김민재 : 약간은 다르다. 사람들이 가끔 “귀엽다”고 해주시는데 내 성격은 그렇지 않다. 귀엽다고 하실 때마다, 아… (웃음) 귀여운 ‘척’ 하는 걸 잘 못 한다. 남들이 하는 건 좋은데 내가 하는 건 오글거리더라. 하하. 춤을 추거나 노래를 표현해야 할 때 해야 하는 거라면 할 수 있지만 평소엔 그러지 않는 편이다.

Q. 꽤 남자다운 성격인데, ‘두번째 스무살’ 제작발표회 때 상대역 손나은이 소속된 그룹 에이핑크의 춤을 선보이지 않았나. 연습을 엄청 많이 한 것 같았다.
김민재 : 잠자는 시간을 짬 내서 틈틈이 계속 연습했다. 여자 춤을 처음 춰 보는 거라서 이왕 출 거면 제대로 추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막내로서 센스 있게 개인기를 보여드리는 거였지만, 어중간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춤출 때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원래 제작발표회는 그런 분위기라고? (웃음) 분위기가 안 좋은 줄 알고, 앗 큰일 났다, 했다. 하하.

Q. 보통 신인 배우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거나 하면 쑥스러워하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김민재는 가수로서의 재능도, 배우로서의 재능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끼들이 다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나.
김민재 : 내재되게끔 노력했던 것 같다. 타고난 건 절대 아니다. 많이,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일 거다.

Q. 드라마 속에서 연기한 스무 살들이 짊어진 고민들은 각기 달랐지만, 그 무게는 상당했다. 현실 속 스무 살 김민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김민재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고민을 했다. 대단한 선배님들이 계신데 내 입으로 배우라 말하기에도 뭔가 민망하고, 가수라고 하기엔 아예 아무런 커리어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넌 뭘 하는 사람이냐”라고 물으면 ‘나는 진짜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 하나를 정해서 이것만 해야 하나 이것만 보여줘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굳이 나를 하나에 묶어둘 필요는 없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항상 연습생 때처럼 춤, 노래, 랩, 연기, 라디오, 예능, 다 연습하면서 어떤 상황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주면 되니깐. 어떤 카테고리 안에 나를 넣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연습하고 준비해야겠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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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김민재 : 아직 멀었지. 이제 스무 살밖에 안 됐고.

Q. ‘처음이라서’에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 ‘나이로…’
김민재 : ‘나이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야’.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어른의 정확한 기준을 말할 순 없겠지만,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정확한 주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다. 내 주위엔 그런 ‘어른’인 분들이 많으시다.

Q. 스무살 동갑내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물’이란 영화가 있다. 만약, 김민재가 ‘나의 스물’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장르일까.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김민재 : 어… 장르는 일단 다큐일 거 같다. (웃음) 멜로 없지, 코미디 없지, 액션 없지. 그러니, 다큐! 하하. 그래도 다큐 중에서도 재미있는 게 많을 테니깐. 내용은… (한참 생각하다가) 생활 패턴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스물 안에서의 나의 고민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까.

Q. 배우와 가수 사이의 고민 말인가?
김민재 : 그런 것도 있을 테고, 내가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들도. 그러면서 연습하는 과정이나 현장에서 있었던 것들을 담으면 좋겠지.

Q. 메인 테마 음악은 뭐가 좋겠나.
김민재 : 음… 다큐의 내용이 열심히 하며 뭔가를 이뤄가는 거니깐 도끼의 ‘온 마이 웨이(On My Way)’가 좋겠다. ‘온 마이 웨이’랑 ‘스틸 온 마이 웨이(Still On My Way)’가 연결되잖아. 지금은 ‘온 마이 웨이’를 쓰고, ‘스틸 온 마이 웨이’는 훨씬 더 나중에 쓰면 되겠다.

Q. 잘 어울리겠네.
김민재 :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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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무 살인데, 술은 좀 하는 편인가.
김민재 :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개진다. 술은 먹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들이부은 뒤에 참는 거지. 맥주 한 잔 정도는 먹을 수 있지만, 그렇게 잘 마시진 않는다.

Q. 스트레스는 술로 푼다, 와는 거리가 전혀 멀겠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
김민재 : 스트레스를 받는 어떤 원인이 있지 않나. 그렇다면 그 원인을 해결해야 스트레스가 없어지겠지. 그런데 그런 걸 모르고 그냥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아질 땐 피아노를 친다. 어떤 곡을 연주하는 건 아니고 그냥 친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눌러진다.

Q. 곡도 쓰지 않나.
김민재 : 피아노로 감성적인 곡을 많이 쓴다.

Q. 랩도 하고, 감성적인 곡도 쓴다, 라. 묘하게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랄까.
김민재 : 그게 되게 좋다. 랩을 할 때도, 감성적인 곡을 쓸 때도, 둘 다 가사는 쓰니깐.

Q. 중간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
김민재 : 밸런스가 항상 중요한 거 같다. 무엇을 하든 한쪽에만 치우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얘기는 내가 존경하는 댄스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다. 연습생을 하던 시절부터 같이 해주신 분인데, 주관이 만들어지던 10대 시절에 그분이 항상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얘기를 듣다 보니 나도 말하게 되더라. 그렇기에 어떤 상황이 크게 닥쳐서 혹 밸런스가 무너지더라도 다시 잡아가게 된다. ‘아, 이러면 안돼’ 하면서.

Q. 매번 느끼지만, 내면에 단단한 힘이 있는 사람 같다.
김민재 : 아… 아니다. (웃음) 다들 그러시지 않을까? 한 가지를 열심히 하고, 다시 그다음으로 나아가고. 엄청 힘든 일이겠지만 힘들다고 포기하면 더 나아갈 수 없지 않나. 마음이 단단해져야만 앞으로 갈 수 있으니깐. 이게 되게 중요한 거 같다.

Q. 내년 이맘때쯤, 김민재와 관련해 이런 기사가 났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나.
김민재 : 아하하. 진짜, 정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다. 음… 너무 많은데… 신인상도 좋고, 음악도 좋아하니 ‘MAMA’ 같은 데에서 수상도 했으면 좋겠고.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떤 걸 원하며 간다기보다 그냥 내가 하고 있는 걸 계속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그냥,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거면 충분하다.

Q. 너무 진지한 거 아닌가. 이때다, 하고 한번 질러 봐라!
김민재 : 그럼, 신인상! 신인상으로 하겠다. (웃음)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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