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송곳
JTBC 금토드라마 ‘송곳’ 마지막회 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다섯 줄 요약
파업은 시작됐으나, 회사는 사흘만에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감행해 노조만 고립시킨다. 회사는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 통지서를 보내 금융을 정지시킨다. 사측은 대화는커녕 모든 소통을 거부하고, 계속되는 투쟁에 지쳐 하나둘 노조를 탈퇴하기 시작한다. 인사상무(정원중)의 눈에 다시 들어야하는 절박함에 눈 먼 정민철(김희원) 부장은 숨은 계략을 모른 채 ‘용역’을 동원해 조합 천막을 습격하고 체포된다. 이수인(지현우)과 구고신(안내상)은, 각자의 ‘지킬 곳’에서 모든 것을 건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

리뷰
주용태 소장은 말한다. “사람들은 때로 희망이 없어져야 악이 남아요.” 그러나 이수인은 갈수록 사람들이 다치고 서로 분열하고 미워하고 모함하는 게 못 견디게 괴롭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일에 뛰어든 이수인의 간절한 소망은 지켜질 수 있을까.

김정미(이정은) 여사가 흐느끼며 운다. 통장이 사측의 ‘손해배상 가압류’로 인해 지급정지를 당한 뒤, 이를 악물고 노조를 외면하면서 ‘출근’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내 자식 피눈물 나는 꼴은 못 보겠어.” 한영실(백현주)도 운다. “됐어. 간다는 사람 더 잡을 것도 없어.” 슬퍼도 기뻐도 ‘조끼’를 입고 함께 했던 두 여자가 울면서 서로를 가르는 출근길을 택한다. 잘라 말하는 영실의 말에 울음을 삼키는 김여사의 말이 더 슬프다. “고마워.” 살고자 하는 선택이 왜 이렇게까지 힘들고 모질기만 한 것일까.

황준철(예성)은 주강민(현우) 앞에서 비굴하게 살아남아 마트에서 ‘성공’하겠다며 외운 듯이 말한다. 노조 탈퇴의 변이다. “남자는 결혼할 때 명함이 있어야 돼. 안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너무 쪽팔려. 하라는 대로 다 할 거야. 나 하나 쪽팔리면 민정이도 민정이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도 모두 안 쪽팔리니까.” 그러나 표정이 없다. 고과장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웃는다. 마치 잠시 정민철 부장의 젊은 시절과 겹치는 듯하다. 그렇게 간도 쓸개도 빼놓고 버티면 아니 쪽팔림을 감수하면, 계속 다닐 수는 있는 회사인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푸르미’가 뭐였는지를 실제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시청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사상무가 뭘 하라고 할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정민철 부장은 그저 고개 조아리며 말한다. “상무님, 제가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조의 농성 천막에 새벽부터 용역이 들이닥친다. 무차별적인 구타와 폭력 끝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 모두 맞은 후에야 출동하는 경찰. 이 일의 배후가 정부장이었다. 다시 상무님의 눈에 들 수만 있다면, 어머니를 요양원도 형님댁도 아닌 자기 집에 모실 수도 있을 것이었다. 상무님은 자기를 끝까지 지켜줄 거라 믿었던 이 빗나간 충정. 그는 절박했다. “이과장, 당신만 지켜야 될 사람 있는 거 아냐. 우리도 지켜야 될 사람 있어.” 고과장(공정환)은 이죽거린다. “기어이 저지르셨나 보네. 장기판에서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상무한테 당신은 죽은 말이라구.”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부담’을 떠안고 과잉 충성을 한 정부장. 그는 상무님 실에서 긴급 체포된다. 지난날의 모든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토록 몸부림 친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옛날의 고문관이 단식투쟁으로 투석마저 금하고 쇠약해진 구고신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구소장님, 평생 과거에서 도망치면서 살았습니다. 구소장님 만나게 돼서 솔직히 고마웠습니다. 이제 과거에서 도망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서요. 정말 미안했습니다.” 여태 용할 정도로 잘 버틴 고신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내가 용서 밖에 할 게 없잖아.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나는 아직도 과거 속에서 눈 떠.” 고신은 허리를 꺾으며 피를 토한다. 뒷모습을 보이며 멀어져 가는 모자를 벗은 경비원의 모습이 아련히 보이는 가운데 쓰러지고 만다. 왜 늘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게 되는 구조인가. 용서마저 강요된 마지막 고문 같은 것이었단 말인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 덕택이 아니라, 프랑스 본사에서 사장 선임 문제로 인사담당자가 오는 통에 극적으로 노조와 회사와의 협상이 타결된다. 복직과 밀린 임금 지급… 꿈같은 일들이 ‘최종회’라 그런지 이루어진다. 그러나 노조위원장 이수인은 ‘푸르미 인재 개발원’이라는 외딴 곳으로 혼자 발령 난다. 컴퓨터도 아무것도 없이 책상만 덜렁 있는 독방이다. 2개월을 버틴 수인은 푸르미 본사 노조에 메일을 보낸다. “여긴 한국이야. 노조를 가질 자격이 없어”라던 프랑스인 전임 사장의 말대로, 이 나라에서는 “내 책상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날마다 업무를 피씨방에서 봐야 하는 노조위원장. 이수인이 이후에 겪게 될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시청자의 머리 속에서는 향후 ‘푸르미’가 겪은 일들이 자동적으로 그려진다. 어쩌면 진짜 이야기는 그 메일 이후가 아니었을까.

수다 포인트
– 상무님 아들 졸업식에 가느라 아들 중학교 졸업식에도 못 간 아빠가 긴급체포 후 수갑 찬 손으로 울며 전화합니다. “아들… 졸업식 언제지? 아빠가… 이번엔 꼭 가려고…” 이 눈물, 너무 늦은 걸까요?
– 하나하나 이웃 같던 푸르미 사람들과 헤어지려니 아쉽네요.
– 20분 특별편성이 아니라 그냥 20부작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송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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