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케빈오
케빈오
“케빈한테는 마지막 심사평이니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고집 꺾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너무 흔들리지 말고.”

지난 19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7’ 결승전. 다소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케빈오는 윤종신의 말이 끝나자 씨익 미소 지었다. 사실 비슷한 맥락에서 케빈오의 준우승을 내심 바라기도 했다. 혹여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대중성’을 강요하지 않을까 미리 염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케빈오의 자작곡 ‘블루 드림(Blue Dream)’을 듣는 순간 걱정은 눈 녹든 사라졌다. 케빈오는 충분히 대범했다. 낯선 멜로디에 심지어 한국어 가사도 아닌 노래를 결선 무대에서 부를 만큼. 그리고 그 한 곡의 노래. 가사도 알아들을 수 없고 가요적인 작법을 따르지도 않은 그 한 곡의 노래에, 케빈오가 어떤 사람인지 오롯이 담겨 있었다. “‘블루 드림’은 케빈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알려주는 노래”라던 설명은 결코 허투가 아니었다.

백지영의 말마따나, 케빈오의 노래는 슬프지만 그 안에선 희망이 느껴진다. 그에게는 연약함과 낭만도 있지만 과감할 정도의 솔직함과 결단력도 있다. 그래서일까. ‘블루 드림’의 처음 몇 구절에선 때때로 데미안 라이스가 연상되기도 했으나, 곡의 중후반부가 지나자 오로지 케빈오만이 보였다.

윤종신은 “심사위원으로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게 대중적으로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본인이 가장 잘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의미 있는 곡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 무대에서 부른 고집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했다. 물론 ‘대중성’은 뮤지션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일 터. 그러나 케빈오의 음악에는 대중성만큼이나 값진 울림이 있다. 그의 고집이 꺾이지 않길 바라는 것도 바로 그 울림의 깊이를 알기 때문이다.

비주얼 역시 감동적이었다. 외모가 아니라 노래를 부를 때의 이미지 말이다. 큰 눈과 예쁘게 말린 입꼬리를 가진 그는, 기타를 집어 드는 순간 가공할 폭발력을 드러낸다. 무대 위의 케빈오는 더할 나위 없이 후련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이미지는 또 다른 심상을 만들어내 감동을 배가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까지도 음악이 되는 셈이다.

이날 케빈오는 ‘블루 드림’ 외에도 신승훈 작곡의 ‘꿈이 되어’를 불러 심사위원으로부터 총 747점을 얻었다. 라이벌 천단비에게는 다소 못 미치는 점수였으나 시청자 투표로 전세를 역전시켜 ‘슈퍼스타K’ 일곱 번째 우승자에 올랐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Mnet ‘슈퍼스타K7’ 방송화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