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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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또 하나의 영원히 잊지 못할 러브 스토리가 찾아온다. 영화 ‘스윗 프랑세즈’가 그것.

이 영화는 1940년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 뷔시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루실이 자신의 저택에 머무는 독일 장교 브루노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후, 파리의 피난민들이 모여든 뷔시라는 시골 마을에서 적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 루실과 브루노는 시선 한 번이 조심스럽고 말 한마디가 금기시 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면서 다가갈 수도, 멈출 수도 없었던 비밀스런 로맨스를 시작한다. ‘스윗 프랑세즈’는 오는 12월, ‘노트북’ ‘어톤먼트’를 잇는 ‘인생 로맨스’ 계보를 이을 작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크백 마운틴’ ‘블루 발렌타인’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로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되고,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시카고 비평가협회, 보스턴 비평가협회 등 전미 9개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여배우 미셸 윌리엄스가 루실로 분했다.

지난 2012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끝나지 않는 전쟁에 지친 독일 장교 브루노로 변신해 여심을 저격하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스윗 프랑세즈’의 시작은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유작 ‘스윗 프랑세즈’이다. 전쟁을 피해 피신했던 한 시골 마을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구상하고 집필한 역작으로,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예정한 총 5부 중 1부 ‘6월의 폭풍’과 2부 ‘돌체’까지 완성한 후 1942년 나치에 붙잡혀 39세의 젊은 나이에 아우슈비츠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50년이 지난 후 그녀의 딸 드니즈 엡스타인-도플은 어머니의 노트를 조심스럽게 읽어 나갔고 2004년, 62년 만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세상에 공개했고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는 감동과 충격에 휩싸였다.

책이 출간된 해, 프랑스 문학상 르노도상은 생존작가에게만 상을 수여한다는 관례를 깨고 ‘스윗 프랑세즈’에 르노도상을 수여했다. 이 소설의 1부 ‘6월의 폭풍’은 1940년 파리가 함락되기 전 앞다퉈 피난길에 오른 다양한 인물들의 행로를 추적한다. 전쟁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각양각층의 인간군상은 비굴하고 파렴치하게 살아남는 일에만 몰두한다. 작가는 이를 냉정하게 묘사하면서도 은행 회계원인 미쇼와 그의 부인이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며 시련을 묵묵히 견디는 것을 통해 독자에게 온기를 전달한다. 2부 ‘돌체’는 독일군이 점령한 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당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나치에의 협력과 저항을 둘러싼 갈등을 증언한다. 또 집단 광기인 전쟁이 개인들의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드러낸다. 악곡에서 ‘달콤하고 부드럽게’ 부를 것을 지시하는 나타냄표인 돌체는 역설적인 표현인 셈이다. 영화 ‘스윗 프랑세즈’는 ‘스윗 프랑세즈’ 속 2부에 해당하는’돌체’를 영화화 한 것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1940년,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피어난 전쟁 같은 사랑을 완성시킨 제작진 역시 아카데미를 통해 인정 받은 할리우드의 실력파 스대프들이 협업했다. 아카데미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의 사울 딥 감독은 영화 속 스케일 넘치는 전쟁 장면과 더불어 두 남녀의 비밀스럽지만 애틋한 로맨스 모두를 완벽하게 담아내기 위해 톰 포드 감독의 ‘싱글 맨’으로 평단을 놀라게 한 에두아르드 그라우를 선택했다. 아울러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하고 ‘레미제라블’을 통해 탁월한 실력을 입증해 보인 크리스 딕큰스가 편집감독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레미제라블’ 등을 통해 주목 받은 릴 존스가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더불어 미술, 의상은 사울 딥 감독이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마이클 오코너는 단순히 시대극 의상을 만든 게 아니라 끝나지 않는 전쟁이라는 특정 시대에 대한 엄밀성을 매우 중시했다. 동시에 배우가 영화 속 의상을 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옷을 입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배우만큼이나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 국적의 인물에게는 실제 프랑스에서 구입한 원단으로 제작한 옷을 고집했을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썼다는 후문이 의상감독으로서의 열의를 다시금 확인케 한다. 더불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외투는 물론 장갑과 벨트 등의 소품, 심지어 속옷의 디테일까지 실제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목격했을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제작 과정을 거쳤다.

사울 딥 감독과 제작진은 ‘스윗 프랑세즈’ 속 모든 측면에서 진실성이 추구되고 사실적인 느낌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먼저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장소에서 촬영해야 했는데, 적합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원작에서 그려진 대로 시대가 갖는 고전적인 느낌이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운치 있는 풍경을 담은 곳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장소를 답사했지만 적합한 장소가 없어서 고민을 하던 사울 딥 감독과 제작진은 마침내 벨기에 국경 부근에서 마을 마르빌을 발견했고, 이후 ‘스윗 프랑세즈’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마을 마르빌의 주민 모두가 하나의 스태프처럼 움직였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극 중 독일군이 광장에 도착하는 장면에서는 200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엑스트라를 자청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촬영에 필요한 소품들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등 열의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제작진은 감사의 뜻으로 1940년 분위기 연출을 위해 만든 벽화를 선물했고 주민들은 영화를 위해 제작된 설치물들을 고스란히 남겨두는 등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스윗 프랑세즈’를 응원했다.

극중 루실과 브루노의 다가갈 수 없는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바로 피아노이다. 루실의 피아노방에 머물게 된 브루노는 매일 밤, 음악을 전공한 루실 조차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곡을 연주하는데, 이 곡의 제목이 바로 영화의 제목이자 원작 소설의 제목과 동일한 ‘스윗 프랑세즈’라는 곡이다. 전쟁이라는 잔인한 일상 속에서 자신과 닮은 유일한 여인이자 지켜주고 싶은 일생의 연인을 위해 이 남자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 바로 음악. 두 남녀의 사랑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피아노 곡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킹스 스피치’ ‘이미테이션 게임’ 등에 참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참여했다.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피아노곡을 만들고자 했다는 알렉상드로 데스플라의 피아노곡은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과 여운을 더한다.

BBC 드라마 ‘라인 오브 뷰티’를 통해 연출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울 딥 감독은 2008년 키이라 나이틀리, 랄프 파인즈, 도미닉 쿠버 등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한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을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어 차기작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고민하던 사울 딥 감독은 우연히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스윗 프랑세즈’ 소설을 접하게 되고 독일의 점령으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던 프랑스 사람들과 그 안에서 피어난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에 단숨에 매료됐다. “이미 많은 전쟁 시대극이 남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성의 삶과 경험에 집중되고 독일군에 의해 사망한 여성 작가가 직접 쓴 소설이라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힌 바 있는 사울 딥 감독.

그는 2007년 소설 ‘스윗 프랑세즈’의 영화 판권을 획득하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 영화 제작에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또 “프랑스와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실제로 겪었던 역사를 되새겨 보면 영화는 절대 평화로운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모든 측면을 영화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 사울 딥 감독은 1940년대와 관련된 여러 서적과 많은 사람들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무엇보다도 영화 속 리얼리티에 집중했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사울 딥의 열정으로 탄생된 ‘스윗 프랑세즈’는 오는 12월 3일 개봉해 관객에게 잊지 못할 단 하나의 시크릿 로맨스로 기억될 전망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스윗 프랑세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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