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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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관계자들 가운데 음원 차트와 포털사이트에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0에 수렴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차트가 보여주는 곡은 고작해야 100곡. 포털 연예 면에 노출되는 기사는 5~60여 개 정도다(웹 페이지 기준). 말하자면, 메인 페이지 너머에 절대 다수의 비주류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윤종신은 새로운 생태계를 구상했다. 무대는 새로운 플랫폼, 아프리카TV. 여기에 생방송을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과 별풍선 기반의 클라우드 펀딩을 동력 삼아, 비주류의 놀이터를 생각해낸 게다. 직접 들어본 윤종신의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혁신적이었다.

기본적인 개념은 이렇다. 뮤지션들이 BJ가 되는 것. 그들은 아프리카TV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서비스한다. 시청자들이 보내는 별풍선은 그들의 수입원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아프리카TV의 최대 무기인 ‘소통’이 자리한다.
형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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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각각의 뮤지션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쇼를 만든다. 포맷은 자유롭다. 라이브 공연이 될 수도 있고, 토크쇼가 될 수도 있다. 두 가지를 혼합한 형태 역시 가능하다. 현재 네이버 뮤지션 리그를 통해 뮤지션들의 자체 제작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 바, 이들에게 ‘창작’을 맡긴다는 것이 허무맹랑한 발상은 아닐 테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청자들 역시 얼마든지 쇼에 참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놀이터가 마련되는 셈. 그 안에서 문화에 대한 소비는 자연스럽게, 또 자유롭게 발생한다.

윤종신은 “음원 수익료로 먹고 살 수 있는 뮤지션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인디에서 활동 중인 밴드들은 공연을 통해 돈을 벌지만, 이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면서 “하지만 아프리카TV 내에서는 유저들과의 소통 시스템만 잘 구축된다면, 충분히 (새로운 채널이 생길)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도, 뮤지션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형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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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제 방송 내용이다. 지난 2일 진행된 첫 방송은 ‘음악 방송’이라는 정체성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였다. 채팅창에는 극우 사이트 일간 베스트의 용어들이 남발했고, BJ들은 “퇴물” “X창” 등 부적절한 언행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자정이 안 됐다면 필터링에 나서는 것은 진행자와 스태프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흡했다. 음악은 부재했고, MC들은 아프리카TV의 부정적인 기류에 매몰된 듯 보였다. 게스트 김동완의 노고가 컸다. 팬들이 상처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항의와 반발 역시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유의미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주체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되는 한 말이다. 뮤지션들은 과도한 마케팅 없이 오직 자신의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을 만날 수 있고, 직접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혹은 슈퍼 갑에 의지하지 않고도, 다수의 비주류들이 충분히 ‘자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첫 방송을 마쳤으니, 풀어야 할 과제는 이제 명확해 졌을 테다. 윤종신이 꿈꾸는 새로운 생태계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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