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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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돌아왔다’는 표현이 어색할지도 모른다. 사실 ‘돌아왔다’는 건 다른 곳에 갔다가 원래 있던 곳으로 오거나, 다시 그 상태가 될 때 쓰는 표현이다. 신승훈이 지난달 29일 자정 정규 11집 ‘아이엠 앤 아이엠(I am…&I am)’을 내놨을 때 그의 이름 앞엔 ‘귀환’이란 단어가 붙었다. 귀환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곳으로 떠나 있던 사람이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인데, 아마 9년 만의 정규 음반 발표라는 의미에서 붙은 수식일 것이다.

신승훈의 정규 음반은 9년 만이지만, 그는 2006년 10집 이후 2008년과 2009년, 2013년 총 세 장의 미니음반을 발표했다. 스스로 이 음반을 두고 “실험적”이라고 말했고, “이유 있는 방황”이라고 회상했다. 누군가는 ‘공백’이라고 말할 9년은 신승훈에게 ‘시행착오’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아가 진짜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9년이 흘러 ‘나(아이엠)’를 내놨다. 그래서 신승훈에게 ‘돌아왔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늘 음악을 하며, 노래를 만들고 내놓으며 보냈으니까.
신승훈
신승훈
파트1(Part1)과 파트2(Part2)로 나눠 발매하는 정규 11집은 ‘아이엠’과 ‘앤 아이 엠(& I am)’으로 구성돼 있다. 신승훈은 ‘아이엠’을 먼저 공개했고, 오는 11일 자정 ‘앤 아이엠’을 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 2015년은 신승훈의 데뷔 25주년이기도 하다. 보통의 가수라면, 25주년 기념 음반 정도로 홍보를 했을 거고, 그동안 인기를 얻은 곡을 버무려 내놨을 거다. 하지만 신승훈은 축하받을 시간이 없단다.

“데뷔 25주년입니다. 과거의 영광을 모아 음반을 내야겠지만, 정규 음반을 택했어요. 축하받을 시간이 없어요.(웃음) 앞으로 해야 할 25년, 앞으로 해야 할 음악을 이 음반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음반의 구성은 ‘빈틈이 없다’는 표현이 딱 적절하다. 신승훈표 발라드 ‘이게 나예요’를 타이틀 넘버로 앞세웠고, 9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과를 ‘아이엠 앤 아이엠’에 오롯이 담았다.

사실 앞선 세 장의 미니음반을 내놓으면서는 ‘딴 길을 가느냐’는 말도 들었던 ‘발라드의 황제’. 그만큼 도전적이었고, 실험적인 노래로 팬들마저 갸웃하게 만들었다. 이번 음반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딴 길을 택한 거냐’고 물은 이들에게는 ‘돌아왔다’는 걸 보여주고, 9년의 실험정신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표현하고자 했다.

“명반은 한 장르가 쭉 이어지는 건데, ‘아이엠 앤 아이엠’은 명반이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요. ‘혼혈’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곡이 다양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것 같아요. 좋아하고, 어울리는 음악 장르가 있다면 하고 싶어요. 아마 두 장을 모두 들어보면, ‘이래서 나눴구나’ 하실거예요.”

먼저 세상에 나온 ‘아이엠’의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는 처절하지 않은, 담백한 슬픔을 담은 노래이다.
신승훈
신승훈
“대부도 펜션에서 쓴 곡이에요.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 애절한 발라드를 기억해주신 분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뭐가 나오더라고요. 자극적은 슬픔은 뺐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이 묻어나는, 처음 들었을 때보다 다시 들을 때 더 슬픔 감정이 느껴질 거예요. 믹싱을 네 번, 마스터링을 세 번 했어요. 담백함을 뽑아내려고 오랫동안 작업한 곡입니다.”

이 밖에도 ‘아이엠’에는 ‘해, 달, 별 그리고 우리’ ‘사랑이 숨긴 말들’ ‘아미고(AMIGO)’ ‘우쥬 메리 미(Would You Marry Me)’ ‘아이윌(I Will)’ 등이 수록돼 있다. 유일하게 받은 곡은 정준일이 만든 ‘해, 달, 그리고 우리’이다. 배우 김고은과의 듀엣곡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고(故) 유재하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라는 부푼 꿈을 품었던 신승훈은 ‘작곡 유재하, 작사 유재하, 노래 유재하’의 문구가 그렇게 멋지게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수가 된 뒤에도 멜로디, 노랫말, 가창까지 모두 ‘신승훈’으로 통일이 된 걸 보고 흡족해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데뷔 25주년을 맞은 관록의 가수가 된 그는 ‘협업’이 이뤄낸 완성도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 모두 모여 작업을 하는 ‘송캠프(SONG CAMP)’의 매력도 알았다. 연장선에서 정준일의 곡도 받았고, 가사도 심현보, 양재선, 윤사라, 김이나 등과 호흡을 맞췄다.

파트2에는 ‘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하는 과시도 있다. 실제 자신이 프러포즈를 할 때 사용하려고 만든 ‘우쥬 메리 미’가 그것. 파트1에 담은 것이 오리지날 버전이라면 Neo 버전으로, 같은 곡이지만 편곡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발라드도 어떻게 편곡하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는데, 그동안은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는 걸 했을 뿐이다. ‘이렇게 하면 저도 달라집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보너스 트랙으로 담았다.

그렇게 모든 곡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어느 하나 스토리가 없는 곡이 없다. 믹싱, 마스터링에 편곡 작업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최상’의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신승훈의 ‘아이엠 앤 아이엠’은 빛을 봤고, 25주년을 맞은 그는 앞으로의 25년을 그리게 됐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도로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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