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임동혁
임동혁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쇼팽의 슬픔으로 청자들에게 위안을 전한다.

임동혁은 3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스트라디움에서 새 앨범 ‘쇼팽:전주곡집’ 발매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들과 만났다. 이날 임동혁은 사뭇 진지했으며, 동시에 따뜻했다. 흡사 그의 연주처럼 말이다.

이번 앨범은 쇼팽의 음악으로 모든 트랙이 채워졌다. 그 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쇼팽의 살롱음악 ‘화려한 변주곡 작품 12’이 첫 트랙으로 실렸으며, 쇼팽의 작품 28에 수록된 ‘24개의 전주곡’ 외에도 ‘자장가 작품 57’과 피아니스트를 괴롭히는 난곡으로 유명한 ‘뱃노래 작품 60’도 함께 수록됐다.

임동혁은 “앨범 녹음을 앞두고 생각이 많았다. 쇼팽의 기념비적인, 의미 있는 연주를 하고 싶었다. 나 자신을 고생시키면서 더 도전적인 앨범이 만들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24개 전주곡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다. 고난도의 기술력,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노력한 것 모두 어렵고 중요했다”고 말해 그간의 노고를 짐작케 했다.
임동혁
임동혁
임동혁과 쇼팽의 재회가 더욱 의미 깊은 것은 10년 전 쇼팽 콩쿠르 대회 입상 경력 때문. 당시 임동혁과 그의 형 임동민은 한국인 최초로 공동 3위에 오르며 국내외 음악팬들을 놀라게 했다. 임동혁은 “지금 와서 느끼는 쇼팽은 더 깨질 것 같고, 연약한 느낌이 든다”면서 “부족한 것이 더 많은 것(the less is the more)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전해, 그간의 변화를 짐작케 했다.

그 저변에는 임동혁 나름대로의 ‘연륜’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데뷔한 임동혁은 활동 중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을 겪었다. 그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많은 아픔과 슬픔을 알게 됐다”면서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못할 때, 오히려 펑펑 울고 나면 위안이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펑펑 울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임동혁
임동혁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최근 “임동혁은 황금 손 이상을 가졌다”면서 “내가 그에게 반한 건 그가 실어 나르는 감정이 유난히 내 심장을 치기 때문”이라고 극찬했다. 결국 임동혁이 소망하는 방향대로 그의 음악이 전달되고 있는 것. 임동혁의 연주가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동혁의 ‘쇼팽 : 전주곡집’은 지난 2일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발매됐으며, 오는 12월부터는 전국투어 공연이 개최된다. 서울 공연은 내년 1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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