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51회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오후 9시 30분

다섯 줄 요약
국보급 스타 강수진과 서장훈 2탄. 서장훈의 냉장고는 여태 본 적 없는 황당한 냉장고였다. 텅텅 비어 있고, 몇몇 식품의 ‘저장고’ 이상의 기능이 없는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든 게 없는 냉장고였다.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만 좋아할 뿐 평소 요리를 하지 않는 서장훈은 입맛도 까다로워 셰프들을 당혹스럽게 했는데, 특유의 직설 화법이 의외의 웃음을 줬다. ‘건강한 요리’에는 이찬오와 샘킴이, ‘불량한 요리’에는 이연복과 김풍이 맞붙었다.

리뷰
서장훈의 냉장고는 정말이지 텅텅 비어 있었다. 비어도 너무나 비었다. 가전제품 매장에 있는 냉장고 보다 더 비어 보였다. 서장훈은 그나마 출연하려니 ‘미안한 나머지’ 고기를 사다 쟁여놓은 거라고 했다. 요리를 아예 안 해먹는다고 하니 요구르트 저장고인 셈이었다. 신선실에 야채의 흔적조차 없는 냉장고 앞에서, 셰프들은 표정 관리가 안 돼 그저 멍한 얼굴이었다. 다들 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식이어서, 요리에 호명이 되고도 신나 하는 사람은 ‘불량 요리의 대가’ 김풍 뿐이었다.

서장훈은 의외의 돌직구 ‘옹졸 화법’으로 웃음을 안겨 주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깔끔벽과 ‘옹졸함’으로 오늘 자신에게 잘 보여야 할 셰프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샘킴에게는 “정말 착한지 궁금하다”고 하는가 하면, 오늘 아내 생일이라며 승부욕을 보이는 이찬오에게는 뚱한 얼굴로 “행복해 보이시네요”라고 말해 이후 이찬오를 쩔쩔매게 했다. ‘옹졸 자학 개그’로 한동안 웃음바다가 됐고, 셰프들의 ‘행복론’을 들어보고는 별을 샘킴 옆에 미리 딱 놓고 시작해 그 ‘옹졸하게’ 구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로 만든 건강한 요리’는 제목부터 어이없다고 놀림을 당했다. 재료가 없는데 무슨 ‘건강한’ 요리냐는 타박 속에, 이찬오는 ‘아이스테키’를 샘킴은 ‘3점 슛테이크’를 선보였다. ‘아이스테키’는 서장훈이 좋아한다는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과 마늘로 소스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고, ‘3점 슛테이크’는 살짝 익힌 스테이크에 채소의 단맛으로 맛을 내겠다고 했는데, 서장훈은 “설탕보다야 낫겠죠”라며 처음엔 시큰둥했다. 단맛을 싫어한다는 서장훈을 위한, 둘 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듯한 놀라운 요리였다. 입맛 까다로운 서장훈을 사로잡은 요리는 샘킴의 ‘3점 슛테이크’였다. 샘킴이 별을 달았다.

서장훈의 시식하는 모습은 정형돈에게 “집안이 성리학 출신인가 봐요”라는 말을 들을 만큼 조용하고 ‘조신’했다. 천천히 입도 안 벌리고 오래오래 씹는 식습관을 갖고 있었는데, 자기만의 페이스를 중시하는 서장훈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그는 요리 주문에는 까다로웠지만, 누구보다 맛있어 하며 셰프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냉장고 주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재료로 만든 불량한 요리’에는 야매 김풍과 이연복 대가의 제자-스승 대결이 펼쳐졌다. 햄과 소시지가 엄청 들어간 요리들이었는데, 그야말로 보기만 해도 껄렁껄렁한 요리들이 먹음직스러웠다. 이연복 셰프의 불량하고 껄렁껄렁한 요리와 실수연발의 요리 자세를 보는 게 의외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풍은 기대대로 기발함과 불량함을 다 갖춘 요리를 보여줬다. 햄, 소시지, 차돌박이가 섞인, 서장훈이 “좋아하는 모든 게 다 들어있는 ‘행복한’ 밥”이라고 평한 이연복의 ‘햄복한 밥’은 정말 맛있어 보였다. 다들 딱 내 스타일이라며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고 좋아했다. 매운맛, 신맛, 단맛 다 빼고 철저하게 게스트 맞춤용 요리를 했다는 이연복 셰프의 설명에, ‘피 맑아지게 하는 기적의 불량요리’라는 자막이 붙어 웃음을 주었다.

‘불량식풍’은 핫도그를 한껏 김풍스럽게 만든 정말 불량한 요리였다. 서장훈은 한 입 씹자마자 쿡 웃음을 터뜨렸다. 30년 만에 핫도그를 먹어본다는 강수진도 “진짜 불량해!”라고 소감을 밝혔고, 김풍은 의기양양했다. 다들 이 핫도그에 대해 기발함과 아이디어만큼은 대단하다고 인정. 창의성과 ‘비굴 모드’, 초대 손님 입맛에 딱 맞춘 요리 등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서로 잘근잘근 씹어주는 맛이 있는 재밌는 방송이었다. ‘불량요리’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보도 듣도 못한 요리였다며, 서장훈은 김풍에게 별을 안겨 주었다. 김풍은 청출어람이라는 찬사 속에 야매 불량 요리 대가로 등극했다.

수다 포인트
-정형돈 씨, 이제 보니 서장훈 킬러?!
-서장훈 식 유머엔 쫀득쫀득한 긴장감이 있군요. 오늘 설설 기는 셰프들 때문에 많이 웃었네요.
-불량하고 맛있는 요리, 집에서 꼭 해먹어야겠네요! 이연복 식으로 전분도 넣어서.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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