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현지
김현지
“난 간다. 사람들한테 희망을 전하러.” (故 김현지 미니홈피 작성글 중)

27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공기는 싸늘했고, 바람도 매서웠다. 故 신해철이 떠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었고 故 유재하의 기일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또 다른 가수가 명을 달리했다. 김현지다.

지난 27일 오전 3시 50분께, 김현지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용길 복심사 주차장에 주차된 카니발 승용차 안에서 남성 2명과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차량 안에는 다 탄 번개탄도 함께 발견됐으며 일행 한 명이 최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먼저 간다”는 문자를 남긴 것으로 밝혀져 자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현지는 지난 2009년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자주 웃진 않았지만 노래는 참 잘했다. 탈락을 하게 된 것도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프로페셔널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탈락한 김현지를 부활시키자는 누리꾼들의 서명 운동도 있었다.

얼마 뒤 김현지가 한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이름 옆에는 ‘소울 퀸’이라는 당찬 닉네임도 붙었다. 타이틀곡 ‘에브리씽(Everything)’은 정말이지 드라마틱했다. 그의 과거를 생각한다면 특히 더 그랬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김현지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방황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였다. 그러던 중에 음악을 통해 구원을 얻었고 가정도 제자리를 찾았다. 백암아트센트에서 자신이 꾸린 밴드와 첫 공연을 하던 날, 김현지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 날은 완전 내 날이었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용기가 나고 앞으로 더욱 음악을 열심히 할 거라는 생각과 희망과 꿈과 내 열정들이 나를 감쌌다. 꼭 성공해야 돼, 난 꼭. 아버지 어머니 제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모님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더 열심히 할게요. 난 간다. 사람들한테 희망을 전하러.”

2013년에는 ‘보이스 오브 코리아2’에 출연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김현지가 불렀던 ‘바보처럼 살았군요’는 그의 굴곡진 과거와 오버랩되면서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김현지는 “방황했던 과거가 후회됐다”고 말했고, 심사위원 백지영은 눈물을 보였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오광석 CP는 김현지의 사망 소식에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컸던 출연자다. 그의 열정과 의욕은 방송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매우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살아있다면, 훗날 좋은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아픔을 치유 받고, 어쩌면 과오를 용서 받았을 지도 모른다. 일찍 마감한 생이 그저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김현지 ‘에브리씽’ MV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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