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김지윤 : 저는 원래 연애 전문이 아닌 결혼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었어요. 신혼부부상담, 부부생활 이런 것들을 공부해왔죠. 그러던 차에 우연한 기회로 연애 강의를 하게 됐어요. 하고나니까 이게 블루오션이었네요.(웃음)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좋은 연애 연구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김지윤 : 처음에는 잘 안 되는 싱글들의 연애를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연애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안에서 조직 소통이나 신혼부부 교육, 부부 관계 등을 함께 하고 있어요. 추려 말하면 인간관계 안에서 소통? 직장이든, 가정이든 피할 수 없는 관계가 많잖아요. 연구소 이름을 바꿀까 고민도 했는데 주변에서 바꾸지 말라더군요.(웃음)
Q. 단독 MC 프로그램을 맡으셨을 정도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셨어요. 지금도 라디오를 하고 계시는데, 소장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무엇이었나요?
김지윤 : 아무래도 단독 MC를 맡은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겠죠?(웃음) 그땐 몰라서 용감했어요. 계산 없이 했었고. 그냥 ‘아,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 참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방송이 어떤 의민지도 몰랐고.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Q. 어떤 아쉬움이요? 단독 MC라는 점에 부담감이 있으셨던 건가요?
김지윤 : 뭐랄까. 그냥 너무 순수했다고 할까? 사실 단독 MC라는 개념도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런 걸 단독 MC라고 하는구나. 나중에 알게 됐어요. MC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고요. 만약 MC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었으면 더 욕심내서 재밌게 했을 거예요. 다시 오기 쉽지 않은 기회니까요. 그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이런 거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까란 부담감이 있었어요. 솔직히 저는 연애는 다큐멘터리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애와 예능이 합쳐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주 섹슈얼한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예능은 훨씬 자극적인 재미를 줘야하니까. 나에게 있어 연애는 참 어려운 건데. 이런 내적 갈등이 심했어요. 전형적으로 예능을 다큐로 기대한 타입이었죠. 그런데서 오는 아쉬움이에요. MC로서의 아쉬움보다는, 내가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그런.
Q. 방송활동하면서 연예인들의 연애 상담도 받았을 것 같아요.
김지윤 : 같이 방송했던 연예인보다는, 그동안 일하면서 알게 된 인맥들? 건너, 건너 알게 된 분들이었어요. 연예인들의 연애는 굉장히 큰 이슈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고, 은밀하고. 하하. 어떤 이는 저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상담을 받았어요. 저를 신뢰한 만큼 얘기 해 준거예요. 상담은 당연히 비밀이니까. 연예계의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어요. 가끔은 내가 대나무 숲에 가야하나 싶더라고요.
Q. 그들의 연애담은 많이 다르던가요? (웃음)
김지윤 : 음, 일단 스케일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죠. 고민의 색도 다르고. 보통 대학생들은 “‘썸’타는 친구가 내 연락을 안 받아요. 톡을 안 봐요” 같은 고민이 대부분이에요. 해외에서 삼각관계가 들통 나거나 이러진 않잖아요. 하하. Q. 김지윤이 생각하는 ‘연애’는 무언가 다를 것 같아요. 연구하시는 분이니까.
김지윤 : 제가 생각하는 연애의 목적은, 일단 행복이에요. 연애라는 게 인간이 할 수 있는 매우 기이한 행동인 것 같아요. 이 행동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인격적인 성장? 행복과 성장, 이 두 가지가 없으면 궁극에는 연애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드라마에서 그러더라고요. “인간이라면 의미가 남아야 한다.”(SBS ‘상류사회’) 맞아요. 의미가 남아야 해요. 연애가 단순히 그 사람과 잘됐다, 헤어졌다가 아니라 인생에서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될 만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요즘 연애는 의미보단 자극과 상처가 더 많아서 문제지만.
Q. 자극과 상처가 많은 ‘요즘 연애’. 참 와 닿는 말이네요. ‘썸’이 그 결과물인 건가요?
김지윤 : ‘썸’이라. 어디에선가 이동진 평론가가 ‘썸’의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했더라고요. ‘썸’을 햄릿 증후군 결정 장애에 빗대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이 무엇도 선택할 수 없게 불안하다고 말했어요. 연애마저도 불안하다고. 정말 어떻게 저렇게 평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 경이로움을 느꼈어요.(웃음) 덧붙여 말하자면, ‘썸’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래요. 책임감의 결여인 거죠. 선택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면 재미와 자극이 없어지고. 현실을 보게 되거든요. ‘썸’은 로맨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함과 동시에 언제든지 도망갈 수도 있어요. 물론 누구나 ‘썸’을 탈 수 있지만, 이건 ‘썸’만 타는 ‘썸 전문가’들 얘기에요.
Q. 얘기를 듣고 보니 ‘연인’이란 게 굉장한 책임감으로 뭉쳐져 있는 관계 같네요. 어떤 일이든 책임을 진다는 건 쉽지 않지만,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불리는 요즘 세대에게는 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김지윤 : 먼저 결혼한 세대로서 ‘삼포세대’에겐 미안한 감정이 들어요. 비싼 집 값, 불안정한 취업, 이런 걸 요즘 세대가 겪는다고 생각하니 결혼한 게 미안할 지경이에요. 결혼한 지 9년차인데, 저랑 남편이랑 맨 날 하는 얘기가 있어요. 그 때 결혼 못했으면 지금까지도 연애만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저희 결혼 후 2년 있다가 전세 값이 폭등했거든요. 마지막 버스를 탔던 거죠. 그런 걱정을 할 정도로 요즘 현실이 각박해요. 저희도 넉넉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지금 싱글들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점점 ‘삼포’에서 ‘육포’, ‘칠포’로 늘어나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 들을 때면 내가 부동산을 어떻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요.
Q.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강연하시나요?
김지윤 : 보통 ‘삼포세대’에 대해선 여성분들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요. 남자에게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고. 경제적인 부분을 남자가 책임진다는 관례를 깨트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결혼은 굉장히 어려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거예요. 부모님들이 현실을 잘 모르시기도 하거든요. 집 없이 시작한다고 하면 엄마들은 딸에게 “네가 뭐가 모자라서”라고 하잖아요. 이건 딸이 모자란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적 현실이 바뀐 거거든요. 이때쯤 친구들 중 하나가 넉넉한 집안으로 시집가거나, 찜질방에서 다른 엄마들이 훈수를 두기 시작해요. “어우, 그렇게 시집가려고 이때까지 남았어? 내가 한 번 알아봐줘?”라고. 딸은 속상해지죠. ‘삼포세대’는 어른들 강의할 땐 꼭 얘기해요. 어머니들에게 “사위는 집을 못해옵니다”라고 말하면 굉장히 충격 받으세요. 어떤 어머닌 이러셨어요. “내 딸이 못나서 변두리에 방을 얻고 시작하네요.” 그럼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어머니, 요즘엔 그게 정상입니다.” (일동웃음)
Q. 하하.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애는 계속되어야 하는 거죠? 솔로들은 탈출해야 하는 거고. 소장님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일 것 같아요. 솔로 탈출 팁이 있다면?
김지윤 : 솔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연애를 해 본 솔로와 모태 솔로. 모태 솔로를 대상으로 말할게요. 일단 아무나 만나세요.(웃음) 주변에 괜찮은 사람,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세요. 모태 솔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상이 크다는 거예요. 현실 ‘연애’에 매우 실망해요. 현실은 왕자님, 공주님 관계가 아니라 끝장을 보는 이기적인 관계니까. 모태 솔로들은 현실의 연애를 경험해보고, 크게 실망도 해봐야 해요. 하고나면 이럴 걸요? ‘별 것도 아닌 거, 그동안 왜 안 했을까?’ 그릇된 기대를 현실적인 기대로 바꿀 수 있을 거예요.
Q. 짝사랑은 다른 문제인가요?
김지윤 :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짝사랑은 ‘썸’의 방법 중 하나에요. 반복되는 경향이 많아요. 짝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짝사랑하게 되요. 짝사랑은 무조건 말해야 해요.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심리적 건강을 해치게 되요. 집착도 생기고, 망상도 생기고. 10년 동안 보낸 편지가 사과 박스 몇 개인데, 한 번 만나고 환상이 깨지게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마치 백도자기에 흠집 나서 깨버리고 싶은. 티 하나 없는 이조자기 같은 사랑만 할 수 없어요. 모든 사랑은 외사랑으로 시작되는 거지만, 사랑은 표현해야 해요.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한 거예요. 살아가면서 한 두 번은 끝까지 말 할 수 없는 사랑이 있기도 해요. 짝이 있거나, 말할 수 없는 대상이거나. 가슴으로 혼자 하는 짝사랑. 그런 거 말고 맨날 짝사랑하는, 죽어도 말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죽어도 말 못하겠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해요.
Q. 그게 가장 어렵잖아요. 하하.
김지윤 : 그렇게 해서 결혼한 친구가 있어요. 대학 시절에 친구가 자꾸 저한테 어떤 오빠랑 잘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그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눈에 빤히 보여서, “네가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네가 잘 해봐”라고 했어요. 친구는 “내가 어떻게~”라며 내숭을 떨더라고요.(웃음) 어느 날 오빠가 “외롭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친구가 “오빠, 그럼 나는 어때요?”라고 하고 뒤돌아서서 갔대요. 오빠는 그때부터 혼란스러워 했어요. 오빠 마음속에도 없었던 친구가 흔들어 놓은 거잖아요. 둘은 결국 결혼했어요.(웃음) 이렇게 가볍게 말하는 것도 괜찮아요. 지나가는 말로 “나 오빠, 좋아했었다?”라고 말하면 특히 남자들은 많이 흔들려요. 그때부터 남자들은 고민을 시작하고요. 말을 내뱉음으로 인해 감정소비는 상대편의 몫이 되는 거예요. 만약 거절당하면 “그럼 말고”라는 마인드로 쿨하게 넘겨버리면 되요. Q. 저서 ‘직장생활도 연애처럼’ 제목이 굉장히 시선을 끌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김지윤 :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어줬어요. 너무 솔직했나? (웃음) 사실 직장생활을 연애처럼 하기엔 대한민국 현실 난이도가 높아요. 청년 실업 사태와 직장, 연애를 연결시키는 게 심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출판에 있어서 출판사는 나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잖아요? 그들을 믿고 수긍하기 시작했죠.
Q. 책 내용 중에 ‘좋은 소통’이란 구절이 나와요. 김지윤이 생각하는 ‘좋은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김지윤 : 누군가와 누군가가 소통을 했을 때, 관계가 잘 풀릴 수도, 잃을 수도 있어요. 모든 걸 감수하고, 나에게 있어 소통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소통’이죠. 일차적으로 ‘좋은 소통’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건강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죠. 우리나라 엄마들은 소통하지 않아서 대부분 화병에 걸려있어요. 아빠들도 술을 먹어야만 소통하고. 전 말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이 감소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행복을 지켜야 해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거든요.
Q. 소통에 있어 말투와 톤, 화법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소장님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비결이 있나요?
김지윤 : 강연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중요한 건 화자가 얼마만큼 자신의 말에 동의하느냐에요.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면, 내가 말하면서도 재밌더라고요. 그럼 듣는 사람들도 재밌고. 대본에 아무리 ‘엣지’있는 구절이 있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여기서 인간은 정말 신비한 존재라고 느꼈어요. 영적인 존재?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을 하는 존재라고 할까. 티비나 유투브같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강의라도 의미가 전달되고, 교감을 할 수 있잖아요. 결국 말이라는 건, 교감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똑같은 내용의 강의라도 피곤해가지고 얘기하면 전달이 안돼요. 반면 열악한 환경이지만 진심을 다해서 듣는 사람들의 인생을 상상하며 얘기하면 청중들도 느끼더라고요. MBC ‘복면가왕’이나 KBS2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가수가 진심과 영혼을 다해 노래 부르면 감동을 느끼잖아요? 다 같은 거예요. 말도 진심을 담느냐가 중요해요.
Q. 소장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김지윤 : 직장 내 소통과 관련해서 기업에 출강을 나가기도 해요. 노인대학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뵙기도 하고요. 특히 노인대학 강의를 통해서 느끼는 바가 많아요.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걸 느껴요. 색깔이 없을 것 같은 할아버지도 칠 십 평생 표현해보지 못한 어떤 감성과 외로움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어버이날 강의 때 “오늘 저녁에 아드님이랑 식사약속 있으시죠? 그 때 ‘외로와’라고 얘기해보세요”라고 말 한 적이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이 말을 꼼꼼히 필기하시더라고요. 놀랬어요. 그만큼 내면에 숨겨진 감성이 있으신 거죠. 어머니, 아버지들 꼭 전화해서 ‘애 얼굴 까먹겠다, 전화기가 어떻게 됐냐?’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시잖아요. 우리 어머니도 그러세요. 그게 다 보고 싶다는 말인데. 표현을 못하시는 거예요. ‘실버로맨스’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요.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실버로맨스’를 위한 강연을 할 거고요. ‘과거를 잘 정리하는 비법’, ‘할머니의 마음을 얻는 비법’ 같은? 그러기엔 지금은 아직 어리죠.(웃음)
Q. 굉장히 좋은 소재인데요?
김지윤 : 제가 우리 할머니를 보고 느꼈어요. 경로당에 한 번 다녀오시면 그러세요. “어떤 영감이 있는데, 말도 할 줄 모르고, 화투만 치고 있다. 어떻게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산건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할아버지도 결국 외로워서 경로당에 왔을 텐데. 우리 할머니가 꽤 귀엽게 생기셨거든요.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우리 할머니를 마음에 두고 계신 거 같아요. 두 분 다 표현을 못하시는 거예요. 그때 애교 있는 할머니가 나타나 권력을 잡기 시작해요. 캐러멜 같은 걸 할아버지에게 건네시면서. 우리 할머니는 애교가 없어요. 할머니는 애교 있는 할머니가 보기 싫으셨는지, “이상한 할망구가 들어와서 경로당 물을 흐린다”라고 말씀하세요. 하하.
Q. 마치 20대 동아리 방 같은 느낌이네요.(웃음)
김지윤 : 맞아요. 100세 시대, 죽을 때까지 남녀 관계 다 똑같아요. 로맨스라는 게 인간에게 죽을 때까지 소멸되지 않는 독특한 감정이거든요. 결혼하고 한참 후에는 현재 배우자에게 연애 감정을 잘 못 느끼게 되요. 그 때쯤 다른 대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자연스런 감정인데, 남달리 크게 충격 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불륜으로 이어지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소장님의 강의를 찾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김지윤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잘 살고 있는가, 행복한가의 기준은 주변의 샘플들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일반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면 경제적인 면을 따지게 되요. 이게 참, 한도 끝도 없는 건데. 모든 불만족의 시작은 비교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만의 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매뉴얼대로 살아온 게 아니에요. 20-30대 때 집에서 제대로 된 일 좀 하고 살라고 많이 구박했어요.(웃음) 선교단체나 자원봉사만 했으니까, 월급이 40만 원 정도 였나? 제가 선택한 길인데도 주변에서 걱정이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전 제 길을 만들었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요. 주변 샘플에 틀 안에서는 모두가 불행해요. 어려운 일이지만,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해요.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로맨스는 인간에게서 죽을 때까지 소멸되지 않는 감정.” 김지윤의 말처럼 10대부터 실버까지, 인간은 평생 로맨스를 느낀다. 로맨스를 느끼기 위해 연애가 존재하는 법. 연애는 청춘이 즐길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일각에선 연애를 20-30대의 전유물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이는 곧 청춘세대를 20-30대로 제한한다는 뜻. 김지윤의 말대로라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든 세대는 연애를 한다. 로맨스를 느낀다면 모두가 청춘이라는 뜻이다. 많은 청춘들에게 연애 멘토로 나섰던 연애연구소장 김지윤은 ‘연애’를 통해 세대의 흐름을 얘기한다. ‘연애’를 통해 인생을 보는 것. 이것이 그가 ‘연애’를 말하는 이유인 것이다.Q. 많은 사람들이 소장님의 강연을 들었어요. 저 역시도.(웃음)
김지윤 : 저는 원래 연애 전문이 아닌 결혼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었어요. 신혼부부상담, 부부생활 이런 것들을 공부해왔죠. 그러던 차에 우연한 기회로 연애 강의를 하게 됐어요. 하고나니까 이게 블루오션이었네요.(웃음)
Q. 현재 운영하고 있는 ‘좋은 연애 연구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김지윤 : 처음에는 잘 안 되는 싱글들의 연애를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연애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안에서 조직 소통이나 신혼부부 교육, 부부 관계 등을 함께 하고 있어요. 추려 말하면 인간관계 안에서 소통? 직장이든, 가정이든 피할 수 없는 관계가 많잖아요. 연구소 이름을 바꿀까 고민도 했는데 주변에서 바꾸지 말라더군요.(웃음)
Q. 단독 MC 프로그램을 맡으셨을 정도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셨어요. 지금도 라디오를 하고 계시는데, 소장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무엇이었나요?
김지윤 : 아무래도 단독 MC를 맡은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겠죠?(웃음) 그땐 몰라서 용감했어요. 계산 없이 했었고. 그냥 ‘아,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가장 잘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 참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방송이 어떤 의민지도 몰랐고.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Q. 어떤 아쉬움이요? 단독 MC라는 점에 부담감이 있으셨던 건가요?
김지윤 : 뭐랄까. 그냥 너무 순수했다고 할까? 사실 단독 MC라는 개념도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런 걸 단독 MC라고 하는구나. 나중에 알게 됐어요. MC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고요. 만약 MC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었으면 더 욕심내서 재밌게 했을 거예요. 다시 오기 쉽지 않은 기회니까요. 그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이런 거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을까란 부담감이 있었어요. 솔직히 저는 연애는 다큐멘터리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애와 예능이 합쳐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주 섹슈얼한 이슈가 있지 않은 이상. 예능은 훨씬 자극적인 재미를 줘야하니까. 나에게 있어 연애는 참 어려운 건데. 이런 내적 갈등이 심했어요. 전형적으로 예능을 다큐로 기대한 타입이었죠. 그런데서 오는 아쉬움이에요. MC로서의 아쉬움보다는, 내가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그런.
Q. 방송활동하면서 연예인들의 연애 상담도 받았을 것 같아요.
김지윤 : 같이 방송했던 연예인보다는, 그동안 일하면서 알게 된 인맥들? 건너, 건너 알게 된 분들이었어요. 연예인들의 연애는 굉장히 큰 이슈가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고, 은밀하고. 하하. 어떤 이는 저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상담을 받았어요. 저를 신뢰한 만큼 얘기 해 준거예요. 상담은 당연히 비밀이니까. 연예계의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어요. 가끔은 내가 대나무 숲에 가야하나 싶더라고요.
Q. 그들의 연애담은 많이 다르던가요? (웃음)
김지윤 : 음, 일단 스케일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죠. 고민의 색도 다르고. 보통 대학생들은 “‘썸’타는 친구가 내 연락을 안 받아요. 톡을 안 봐요” 같은 고민이 대부분이에요. 해외에서 삼각관계가 들통 나거나 이러진 않잖아요. 하하. Q. 김지윤이 생각하는 ‘연애’는 무언가 다를 것 같아요. 연구하시는 분이니까.
김지윤 : 제가 생각하는 연애의 목적은, 일단 행복이에요. 연애라는 게 인간이 할 수 있는 매우 기이한 행동인 것 같아요. 이 행동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인격적인 성장? 행복과 성장, 이 두 가지가 없으면 궁극에는 연애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드라마에서 그러더라고요. “인간이라면 의미가 남아야 한다.”(SBS ‘상류사회’) 맞아요. 의미가 남아야 해요. 연애가 단순히 그 사람과 잘됐다, 헤어졌다가 아니라 인생에서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될 만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요즘 연애는 의미보단 자극과 상처가 더 많아서 문제지만.
Q. 자극과 상처가 많은 ‘요즘 연애’. 참 와 닿는 말이네요. ‘썸’이 그 결과물인 건가요?
김지윤 : ‘썸’이라. 어디에선가 이동진 평론가가 ‘썸’의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했더라고요. ‘썸’을 햄릿 증후군 결정 장애에 빗대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이 무엇도 선택할 수 없게 불안하다고 말했어요. 연애마저도 불안하다고. 정말 어떻게 저렇게 평할 수 있을까, 온 마음을 다해 경이로움을 느꼈어요.(웃음) 덧붙여 말하자면, ‘썸’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에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래요. 책임감의 결여인 거죠. 선택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면 재미와 자극이 없어지고. 현실을 보게 되거든요. ‘썸’은 로맨스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함과 동시에 언제든지 도망갈 수도 있어요. 물론 누구나 ‘썸’을 탈 수 있지만, 이건 ‘썸’만 타는 ‘썸 전문가’들 얘기에요.
Q. 얘기를 듣고 보니 ‘연인’이란 게 굉장한 책임감으로 뭉쳐져 있는 관계 같네요. 어떤 일이든 책임을 진다는 건 쉽지 않지만,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불리는 요즘 세대에게는 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김지윤 : 먼저 결혼한 세대로서 ‘삼포세대’에겐 미안한 감정이 들어요. 비싼 집 값, 불안정한 취업, 이런 걸 요즘 세대가 겪는다고 생각하니 결혼한 게 미안할 지경이에요. 결혼한 지 9년차인데, 저랑 남편이랑 맨 날 하는 얘기가 있어요. 그 때 결혼 못했으면 지금까지도 연애만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저희 결혼 후 2년 있다가 전세 값이 폭등했거든요. 마지막 버스를 탔던 거죠. 그런 걱정을 할 정도로 요즘 현실이 각박해요. 저희도 넉넉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지금 싱글들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점점 ‘삼포’에서 ‘육포’, ‘칠포’로 늘어나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얘기 들을 때면 내가 부동산을 어떻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파요.
Q.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강연하시나요?
김지윤 : 보통 ‘삼포세대’에 대해선 여성분들에게 이렇게 조언을 해요. 남자에게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고. 경제적인 부분을 남자가 책임진다는 관례를 깨트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결혼은 굉장히 어려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부모님을 설득시키는 거예요. 부모님들이 현실을 잘 모르시기도 하거든요. 집 없이 시작한다고 하면 엄마들은 딸에게 “네가 뭐가 모자라서”라고 하잖아요. 이건 딸이 모자란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적 현실이 바뀐 거거든요. 이때쯤 친구들 중 하나가 넉넉한 집안으로 시집가거나, 찜질방에서 다른 엄마들이 훈수를 두기 시작해요. “어우, 그렇게 시집가려고 이때까지 남았어? 내가 한 번 알아봐줘?”라고. 딸은 속상해지죠. ‘삼포세대’는 어른들 강의할 땐 꼭 얘기해요. 어머니들에게 “사위는 집을 못해옵니다”라고 말하면 굉장히 충격 받으세요. 어떤 어머닌 이러셨어요. “내 딸이 못나서 변두리에 방을 얻고 시작하네요.” 그럼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어머니, 요즘엔 그게 정상입니다.” (일동웃음)
Q. 하하.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애는 계속되어야 하는 거죠? 솔로들은 탈출해야 하는 거고. 소장님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일 것 같아요. 솔로 탈출 팁이 있다면?
김지윤 : 솔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연애를 해 본 솔로와 모태 솔로. 모태 솔로를 대상으로 말할게요. 일단 아무나 만나세요.(웃음) 주변에 괜찮은 사람,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세요. 모태 솔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상이 크다는 거예요. 현실 ‘연애’에 매우 실망해요. 현실은 왕자님, 공주님 관계가 아니라 끝장을 보는 이기적인 관계니까. 모태 솔로들은 현실의 연애를 경험해보고, 크게 실망도 해봐야 해요. 하고나면 이럴 걸요? ‘별 것도 아닌 거, 그동안 왜 안 했을까?’ 그릇된 기대를 현실적인 기대로 바꿀 수 있을 거예요.
Q. 짝사랑은 다른 문제인가요?
김지윤 :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짝사랑은 ‘썸’의 방법 중 하나에요. 반복되는 경향이 많아요. 짝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짝사랑하게 되요. 짝사랑은 무조건 말해야 해요.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심리적 건강을 해치게 되요. 집착도 생기고, 망상도 생기고. 10년 동안 보낸 편지가 사과 박스 몇 개인데, 한 번 만나고 환상이 깨지게 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마치 백도자기에 흠집 나서 깨버리고 싶은. 티 하나 없는 이조자기 같은 사랑만 할 수 없어요. 모든 사랑은 외사랑으로 시작되는 거지만, 사랑은 표현해야 해요.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한 거예요. 살아가면서 한 두 번은 끝까지 말 할 수 없는 사랑이 있기도 해요. 짝이 있거나, 말할 수 없는 대상이거나. 가슴으로 혼자 하는 짝사랑. 그런 거 말고 맨날 짝사랑하는, 죽어도 말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죽어도 말 못하겠다’라는 자신의 신념을 버려야해요.
Q. 그게 가장 어렵잖아요. 하하.
김지윤 : 그렇게 해서 결혼한 친구가 있어요. 대학 시절에 친구가 자꾸 저한테 어떤 오빠랑 잘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친구가 그 오빠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눈에 빤히 보여서, “네가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 네가 잘 해봐”라고 했어요. 친구는 “내가 어떻게~”라며 내숭을 떨더라고요.(웃음) 어느 날 오빠가 “외롭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친구가 “오빠, 그럼 나는 어때요?”라고 하고 뒤돌아서서 갔대요. 오빠는 그때부터 혼란스러워 했어요. 오빠 마음속에도 없었던 친구가 흔들어 놓은 거잖아요. 둘은 결국 결혼했어요.(웃음) 이렇게 가볍게 말하는 것도 괜찮아요. 지나가는 말로 “나 오빠, 좋아했었다?”라고 말하면 특히 남자들은 많이 흔들려요. 그때부터 남자들은 고민을 시작하고요. 말을 내뱉음으로 인해 감정소비는 상대편의 몫이 되는 거예요. 만약 거절당하면 “그럼 말고”라는 마인드로 쿨하게 넘겨버리면 되요. Q. 저서 ‘직장생활도 연애처럼’ 제목이 굉장히 시선을 끌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김지윤 :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어줬어요. 너무 솔직했나? (웃음) 사실 직장생활을 연애처럼 하기엔 대한민국 현실 난이도가 높아요. 청년 실업 사태와 직장, 연애를 연결시키는 게 심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어요. 출판에 있어서 출판사는 나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잖아요? 그들을 믿고 수긍하기 시작했죠.
Q. 책 내용 중에 ‘좋은 소통’이란 구절이 나와요. 김지윤이 생각하는 ‘좋은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김지윤 : 누군가와 누군가가 소통을 했을 때, 관계가 잘 풀릴 수도, 잃을 수도 있어요. 모든 걸 감수하고, 나에게 있어 소통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소통’이죠. 일차적으로 ‘좋은 소통’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건강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죠. 우리나라 엄마들은 소통하지 않아서 대부분 화병에 걸려있어요. 아빠들도 술을 먹어야만 소통하고. 전 말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이 감소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행복을 지켜야 해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거든요.
Q. 소통에 있어 말투와 톤, 화법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소장님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요. 비결이 있나요?
김지윤 : 강연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중요한 건 화자가 얼마만큼 자신의 말에 동의하느냐에요.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면, 내가 말하면서도 재밌더라고요. 그럼 듣는 사람들도 재밌고. 대본에 아무리 ‘엣지’있는 구절이 있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여기서 인간은 정말 신비한 존재라고 느꼈어요. 영적인 존재?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을 하는 존재라고 할까. 티비나 유투브같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강의라도 의미가 전달되고, 교감을 할 수 있잖아요. 결국 말이라는 건, 교감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똑같은 내용의 강의라도 피곤해가지고 얘기하면 전달이 안돼요. 반면 열악한 환경이지만 진심을 다해서 듣는 사람들의 인생을 상상하며 얘기하면 청중들도 느끼더라고요. MBC ‘복면가왕’이나 KBS2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가수가 진심과 영혼을 다해 노래 부르면 감동을 느끼잖아요? 다 같은 거예요. 말도 진심을 담느냐가 중요해요.
Q. 소장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 같아요.
김지윤 : 직장 내 소통과 관련해서 기업에 출강을 나가기도 해요. 노인대학에 가서 어르신들을 만나 뵙기도 하고요. 특히 노인대학 강의를 통해서 느끼는 바가 많아요.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걸 느껴요. 색깔이 없을 것 같은 할아버지도 칠 십 평생 표현해보지 못한 어떤 감성과 외로움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어버이날 강의 때 “오늘 저녁에 아드님이랑 식사약속 있으시죠? 그 때 ‘외로와’라고 얘기해보세요”라고 말 한 적이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이 말을 꼼꼼히 필기하시더라고요. 놀랬어요. 그만큼 내면에 숨겨진 감성이 있으신 거죠. 어머니, 아버지들 꼭 전화해서 ‘애 얼굴 까먹겠다, 전화기가 어떻게 됐냐?’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시잖아요. 우리 어머니도 그러세요. 그게 다 보고 싶다는 말인데. 표현을 못하시는 거예요. ‘실버로맨스’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요.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실버로맨스’를 위한 강연을 할 거고요. ‘과거를 잘 정리하는 비법’, ‘할머니의 마음을 얻는 비법’ 같은? 그러기엔 지금은 아직 어리죠.(웃음)
Q. 굉장히 좋은 소재인데요?
김지윤 : 제가 우리 할머니를 보고 느꼈어요. 경로당에 한 번 다녀오시면 그러세요. “어떤 영감이 있는데, 말도 할 줄 모르고, 화투만 치고 있다. 어떻게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산건지”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할아버지도 결국 외로워서 경로당에 왔을 텐데. 우리 할머니가 꽤 귀엽게 생기셨거든요.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우리 할머니를 마음에 두고 계신 거 같아요. 두 분 다 표현을 못하시는 거예요. 그때 애교 있는 할머니가 나타나 권력을 잡기 시작해요. 캐러멜 같은 걸 할아버지에게 건네시면서. 우리 할머니는 애교가 없어요. 할머니는 애교 있는 할머니가 보기 싫으셨는지, “이상한 할망구가 들어와서 경로당 물을 흐린다”라고 말씀하세요. 하하.
Q. 마치 20대 동아리 방 같은 느낌이네요.(웃음)
김지윤 : 맞아요. 100세 시대, 죽을 때까지 남녀 관계 다 똑같아요. 로맨스라는 게 인간에게 죽을 때까지 소멸되지 않는 독특한 감정이거든요. 결혼하고 한참 후에는 현재 배우자에게 연애 감정을 잘 못 느끼게 되요. 그 때쯤 다른 대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자연스런 감정인데, 남달리 크게 충격 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불륜으로 이어지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소장님의 강의를 찾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김지윤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잘 살고 있는가, 행복한가의 기준은 주변의 샘플들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일반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면 경제적인 면을 따지게 되요. 이게 참, 한도 끝도 없는 건데. 모든 불만족의 시작은 비교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만의 길,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매뉴얼대로 살아온 게 아니에요. 20-30대 때 집에서 제대로 된 일 좀 하고 살라고 많이 구박했어요.(웃음) 선교단체나 자원봉사만 했으니까, 월급이 40만 원 정도 였나? 제가 선택한 길인데도 주변에서 걱정이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전 제 길을 만들었어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요. 주변 샘플에 틀 안에서는 모두가 불행해요. 어려운 일이지만,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해요.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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