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My Name is 손승원. 이을 승(承)에 근원 원(源)을 쓴다.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하하.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내 이미지? 그냥, 되게 착하고, 차분할 거 같다고 하시더라. 손에 때 한 번 안 묻히고 곱게 자랐을 것 같다고들 얘기하신다. (웃음)
배우는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장기자랑 시간이 있으면 항상 앞에 나가서 노래했다. 어릴 때였으니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단 연예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커서 예고에 갔다. 계원예고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신입생을 위해 환영회 공연을 해줬다. 그때 뮤지컬을 처음으로 봤는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더라.
스무 살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출연자 중 제일 막내였다. 내가 ‘헤드윅’에서 터져서 그렇지, (웃음) 차근차근 작품을 하며 올라왔다. 데뷔 작품인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선 앙상블이었거든. 그때 항상 뒤에 서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며 연구했다. 아, 같이 공연했던 선배들이 방송 쪽에서 다 유명해졌다. 주원 형, 조정석, 김무열, 강하늘…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 잘되기가 쉽지 않은데, 하하. 그렇게 뮤지컬로 시작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드라마도 하게 됐다. ‘센’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KBS2 일일드라마 ‘달콤한 비밀’의 착한 아들 한진우를 제외하곤 다 그랬다. 오디션을 볼 때 일부러 사연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서인가. 브라운관 데뷔작이었던 KBS2 ‘드라마 스페셜-다르게 운다’ 오디션 땐 시놉시스를 보고 욕하는 모습을, ‘힐러’땐 악역을 준비해 갔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지만, 방송 쪽에선 신인이니 내 이미지를 활용한 연기보단 좀 ‘센’ 캐릭터를 해서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처음 데뷔했다는 마음으로, 완벽하게 신인의 자세로!
KBS2 ‘너를 기억해’ 출연 이후 최은복과 관련된 연관검색어가 많아졌다. 극에서 내가 연기한 최은복이 사람을 죽이고 나니(14회) ‘최은복 정체’부터 시작해서 주르륵 생기더라. 하하. 처음 시놉시스 상엔 최은복에 대한 성격이 딱히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극 초반에는 정확하고 꼼꼼해서 빚어지는 고지식한 면이 웃겨 보이도록 연기했다. 누가 잘못된 걸 말하면 “아닙니다”라면서 정정해주거나 했지. 그런데 은복이가 그런 인물일 줄이야. 그렇게 될지 전혀 몰랐다. (웃음) 드라마 상에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때부터 눈빛에 변화를 줬다.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잠깐 등장하더라도 이야기에 연관성이 있도록 노력했다.
악역을 연기할 때 ‘난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한 모습을 내보여야 할 땐 평소에 참았던 감정이나 속상했던 일들을 다 끄집어낸다. 무대나 매체는 극의 인물이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공간이니깐. 그렇지만 모든 악역에겐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난 나빠’라거나 ‘난 악역이야’라며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정말 ‘악’밖에 보이지 않거든. 그들의 행동엔 다 전사나 이유가 있다. 난 그냥 그 캐릭터 자체가 된다. ‘너를 기억해’의 최은복도 이준영(최원영)이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준 과거가 있으니 그 빚을 갚은 거다. 물론 이건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말이다. 악역 캐릭터는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좋아한다. 악역이지만 사랑받는 악역이지 않나.
현장에 갈 때 너무 많이 준비하진 않는다. 공연을 오래 해오다 보니 주변에서 분석력이나 이해력이 빠른 편이라고 얘기해주신다. 현장에서 디렉션 하는 것에 따라서 빨리빨리 잘 바뀐다고. 감독님께 맞춰 드리고 싶어서 기본 틀만 가져가는 편이다. 준비를 엄청 많이 해 봤자 “아, 이거 아니야” 하면 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준비한 것이 몸에 익숙해져 있으면 안 된다. 처음에 단막극 할 때 준비를 너무 많이 했다. 이게 나한테 제일 멋있어 보이고 매력 있어 보여, 정답이야! 하며 연습해 갔는데 현장에서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다시 해볼래? 라고 하셨는데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몸에 이미 숙지가 되어 있었다. 그 이후론 머릿속에 생각만 가져간다. 그래야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공연 같은 경우는 한 달 반 동안 출연하는 배우들과 계속 연습을 하기 때문에 맞출 수가 있는데 드라마는 현장에 가서 한 번 맞춰보고는 슛을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준비해 가면 안 되겠더라. 상대방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하니깐. 연기는 같이 만들어 가야지. 맘 편히 6개월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일이 계속 들어와서? (웃음) 스무 살 때부터 계속 공연을 했다. 공연을 하다 드라마 쪽으로 바로 넘어왔는데 운이 좋게 드라마 일도 또 들어왔다. 성격상 오래 쉬는 걸 못 즐기는 스타일이라서 일주일 정도 쉬면 지겹더라. 촬영할 땐 언제 끝나냐 이러는데 끝나고 일주일만 지나도 할 게 없더라. 쉬어 봤자다. 하하. 쉴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누워 있거나 강아지랑 논다. 아니면 친구들 만나 술 한잔 하는 게 다다. 놀 때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쓰는 편이 아니거든. 평소에 시끄럽게 지내면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할 수가 없다. ‘헤드윅’을 할 땐 공연할 때 빼고는 한마디도 안 했다. 집에선 항상 말없이 화난 애처럼 다녔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될 정도니깐. 평소에도 되게 활발한 배우들이 있지 않나. 어떻게 그러는 걸까. 너무 신기하다.
선배들이 애늙은이 같다고 한다. 난 동생들이랑은 잘 안 친해서. (웃음) 공연할 때도 회식을 하면 ‘설마 쟤가 따라오겠어?’ 라고 생각하신단다. 따라가도 ‘와 봤자 술을 몇 잔이나 먹겠어’라 여기신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게 나다! 하하. 억지로 남아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내가 술 먹고 얘기하고, 형들 얘기 듣는 거 좋아해서 그러는 거다. 홀짝홀짝 마시면서 조곤조곤 얘기한다. 그래서 선배들이 많이 예뻐해 주시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거 힘들잖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식으로 항상 말하곤 했는데, 사실 막연한 것 같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게 답이지 않을까. 연기 잘한다, 의 기준?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도 역할이나 작품을 잘못 만나면 되게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가 감독, 작품, 대본을 잘 만났을 때 연기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 계속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는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장기자랑 시간이 있으면 항상 앞에 나가서 노래했다. 어릴 때였으니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단 연예인이 되겠다는 마음이 커서 예고에 갔다. 계원예고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신입생을 위해 환영회 공연을 해줬다. 그때 뮤지컬을 처음으로 봤는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더라.
스무 살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출연자 중 제일 막내였다. 내가 ‘헤드윅’에서 터져서 그렇지, (웃음) 차근차근 작품을 하며 올라왔다. 데뷔 작품인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선 앙상블이었거든. 그때 항상 뒤에 서서 주인공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며 연구했다. 아, 같이 공연했던 선배들이 방송 쪽에서 다 유명해졌다. 주원 형, 조정석, 김무열, 강하늘…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 잘되기가 쉽지 않은데, 하하. 그렇게 뮤지컬로 시작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드라마도 하게 됐다. ‘센’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KBS2 일일드라마 ‘달콤한 비밀’의 착한 아들 한진우를 제외하곤 다 그랬다. 오디션을 볼 때 일부러 사연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서인가. 브라운관 데뷔작이었던 KBS2 ‘드라마 스페셜-다르게 운다’ 오디션 땐 시놉시스를 보고 욕하는 모습을, ‘힐러’땐 악역을 준비해 갔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지만, 방송 쪽에선 신인이니 내 이미지를 활용한 연기보단 좀 ‘센’ 캐릭터를 해서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처음 데뷔했다는 마음으로, 완벽하게 신인의 자세로!
KBS2 ‘너를 기억해’ 출연 이후 최은복과 관련된 연관검색어가 많아졌다. 극에서 내가 연기한 최은복이 사람을 죽이고 나니(14회) ‘최은복 정체’부터 시작해서 주르륵 생기더라. 하하. 처음 시놉시스 상엔 최은복에 대한 성격이 딱히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극 초반에는 정확하고 꼼꼼해서 빚어지는 고지식한 면이 웃겨 보이도록 연기했다. 누가 잘못된 걸 말하면 “아닙니다”라면서 정정해주거나 했지. 그런데 은복이가 그런 인물일 줄이야. 그렇게 될지 전혀 몰랐다. (웃음) 드라마 상에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때부터 눈빛에 변화를 줬다.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잠깐 등장하더라도 이야기에 연관성이 있도록 노력했다.
악역을 연기할 때 ‘난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한 모습을 내보여야 할 땐 평소에 참았던 감정이나 속상했던 일들을 다 끄집어낸다. 무대나 매체는 극의 인물이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공간이니깐. 그렇지만 모든 악역에겐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난 나빠’라거나 ‘난 악역이야’라며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정말 ‘악’밖에 보이지 않거든. 그들의 행동엔 다 전사나 이유가 있다. 난 그냥 그 캐릭터 자체가 된다. ‘너를 기억해’의 최은복도 이준영(최원영)이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준 과거가 있으니 그 빚을 갚은 거다. 물론 이건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말이다. 악역 캐릭터는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좋아한다. 악역이지만 사랑받는 악역이지 않나.
현장에 갈 때 너무 많이 준비하진 않는다. 공연을 오래 해오다 보니 주변에서 분석력이나 이해력이 빠른 편이라고 얘기해주신다. 현장에서 디렉션 하는 것에 따라서 빨리빨리 잘 바뀐다고. 감독님께 맞춰 드리고 싶어서 기본 틀만 가져가는 편이다. 준비를 엄청 많이 해 봤자 “아, 이거 아니야” 하면 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준비한 것이 몸에 익숙해져 있으면 안 된다. 처음에 단막극 할 때 준비를 너무 많이 했다. 이게 나한테 제일 멋있어 보이고 매력 있어 보여, 정답이야! 하며 연습해 갔는데 현장에서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다시 해볼래? 라고 하셨는데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몸에 이미 숙지가 되어 있었다. 그 이후론 머릿속에 생각만 가져간다. 그래야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공연 같은 경우는 한 달 반 동안 출연하는 배우들과 계속 연습을 하기 때문에 맞출 수가 있는데 드라마는 현장에 가서 한 번 맞춰보고는 슛을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준비해 가면 안 되겠더라. 상대방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하니깐. 연기는 같이 만들어 가야지. 맘 편히 6개월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일이 계속 들어와서? (웃음) 스무 살 때부터 계속 공연을 했다. 공연을 하다 드라마 쪽으로 바로 넘어왔는데 운이 좋게 드라마 일도 또 들어왔다. 성격상 오래 쉬는 걸 못 즐기는 스타일이라서 일주일 정도 쉬면 지겹더라. 촬영할 땐 언제 끝나냐 이러는데 끝나고 일주일만 지나도 할 게 없더라. 쉬어 봤자다. 하하. 쉴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누워 있거나 강아지랑 논다. 아니면 친구들 만나 술 한잔 하는 게 다다. 놀 때도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쓰는 편이 아니거든. 평소에 시끄럽게 지내면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할 수가 없다. ‘헤드윅’을 할 땐 공연할 때 빼고는 한마디도 안 했다. 집에선 항상 말없이 화난 애처럼 다녔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될 정도니깐. 평소에도 되게 활발한 배우들이 있지 않나. 어떻게 그러는 걸까. 너무 신기하다.
선배들이 애늙은이 같다고 한다. 난 동생들이랑은 잘 안 친해서. (웃음) 공연할 때도 회식을 하면 ‘설마 쟤가 따라오겠어?’ 라고 생각하신단다. 따라가도 ‘와 봤자 술을 몇 잔이나 먹겠어’라 여기신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게 나다! 하하. 억지로 남아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내가 술 먹고 얘기하고, 형들 얘기 듣는 거 좋아해서 그러는 거다. 홀짝홀짝 마시면서 조곤조곤 얘기한다. 그래서 선배들이 많이 예뻐해 주시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거 힘들잖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식으로 항상 말하곤 했는데, 사실 막연한 것 같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게 답이지 않을까. 연기 잘한다, 의 기준?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도 역할이나 작품을 잘못 만나면 되게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가 감독, 작품, 대본을 잘 만났을 때 연기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 계속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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