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MC (3)
슈가맨 MC (3)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사들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1~2회 분량으로 시험 방송하는 샘플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규 편성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어도 주목받지 못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저 한 번의 특집 방송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방송된 파일럿(pilot)들은 ‘정규편성’ 활주로에 착륙해도 좋다는 그린라이트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

예능과 추억 속 음악의 만남은 지난 연말 MBC ‘무한도전’이 기획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비롯해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던 검증된 아이템이다. 그중에서도 대중가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1990년대의 히트곡들은 3~40대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새 파일럿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는 이전의 예능들과 조금 다른 전략을 짰다. 90년대를 주름 잡은 이들의 노래가 아닌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에 주목했다.

‘슈가맨’은 시청률 측면에서 2.02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종편채널 프로그램들 중 시청률 꼴찌에 머무르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차별화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슈가맨으로 출연한 김준선-박준희와 그들의 노래 ‘아라비안나이트’, ‘눈 감아 봐도’가 계속해서 온라인상에 회자되고 있다. 앞으로 ‘슈가맨’으로 출연할 수 있는 가수가 누가 있나, 예상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슈가맨
슈가맨
병풍 출연자가 없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슈가맨’의 출연진은 모두 14명이다. 상당히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병풍 출연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각자에게 정해진 확실한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역할을 시청자들이 무리 없이 이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슈가맨 김준선, 박준희를 포함해 모든 출연진들은 유재석과 유희열의 지휘 아래 각자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공연에 오르지 않았던 ‘쇼맨’ 존박조차 센스 있는 멘트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파일럿 방송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슈가맨’은 90분 동안 오프닝과 팀 구성원 소개를 비롯해 ‘슈가송 맞히기’, ‘슈가맨 추적’, ‘자랑배틀’, ‘역주행송 공연’ 등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욕심을 부렸다. ‘슈가맨 추적’은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 제목답게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꼭지다. 하지만 어설픈 스토리텔링으로 추적 과정에서 전달할 수 있는 호기심, 긴장감, 흥미진진함등을 모두 놓쳐버렸다. ‘역주행송 공연’ 역시 원곡을 어떻게 편곡하려고 했었는지 고민하는 프로듀서들의 모습과, 이를 연습하는 ‘쇼맨’ 하니와 소진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줬더라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슈가맨’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녹아들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에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지난 1회처럼 방송 분량을 4등분을 해서 이야기들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에 방송 분량을 투자해도 된다는 뜻이다. 슈가맨과 함께 달콤한 추억을 전달할 것인지, 역주행송을 통해 2015년에 어울리는 달콤한 음악을 선사할 것인지는 이제 ‘슈가맨’의 선택에 달려있다.

TENCOMMENTS, 그린 라이트. ‘슈가맨’의 멜로디는 충분히 좋다. 강약조절에만 힘쓰자.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JTBC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