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귀(이수혁)는 세손의 국혼일에 자신을 ‘사냥’하려 한 죄를 물어 숱한 이들을 죽이거나 잡아들인다. 현조(이순재)는 ‘모계의 비책’을 밤까지 기다리다 끝내 세손(심창민)이 서진-양선(이유비)을 데려오지 못하자 귀와 맞서다 자진하고 만다. 수향(장희진)도 귀의 지하궁에 끌려간다. 노학영(여의주)은 세손 대신 귀의 제물이 되는데, 흡혈귀로 변해 화양각의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만다. 양선은 세손빈 혜령(김소은)으로부터 김성열(이준기)이 흡혈귀임을 듣게 된다.
리뷰
수향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귀의 지하궁이다. 수향이 꾼 악몽 속에서 수향과 성열의 인연이 밝혀진다. 흡혈귀가 된 양반이 어린 수향의 목을 물려던 찰나 성열이 살려냈던 것이다. 수향이 성열을 연모했을 뿐 아니라 동경해왔음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수향은 자신의 목을 탐하는 귀를 ‘당장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시라’는 말로 요령껏 달래 목숨을 부지한다.
혜령은 귀와 현조, 양쪽 모두에게 의심을 받는다. 귀에게 영의정은 혜령이는 어쩔 것이냐 묻고, 귀는 “하는 걸 봐서 정하겠다”며 혜령이 세손의 편은 아닌지 의심한다. 세손을 살리고, 자신이 실패한 거사의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 현조는 혜령을 불러 말한다. “세손은 몰라도 나는 너를 믿지 않는다. 내일이면 너는 중전의 자리에 오른다. 부디 세손을 잘 보필하거라.” 세손이 모계의 비책이라는 서진-양선을 잡아올 것을 좌상은 기다려보자 하고, 주상은 죽음을 각오한 채 뒷수습을 하며 손자에게 혈서를 쓴다.
세손이 생각하는 이 나라의 살길은 오직 ‘서진을 귀에게 바치는 것’ 뿐이어서, 세손은 양선을 찾으러 초조하게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닌다. 김성열도 아침부터 행방을 모르는 양선을 불안하게 찾아다닌다. 둘은 산길에서 부딪치는데, 성열도 양선의 행방을 모른다고 고하나 세손은 김성열을 믿지 못해 음석골도 뒤진다.
한편 양선은 성열이 귀와 싸우다 죽었을까 봐 안부라도 알아야겠다고 몰래 동궁전까지 찾아간다. 동궁전 앞에서 세손빈 혜령과 마주친 양선, 그 뒤로는 몸을 숨긴 성열도 보인다. “연모하는 분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고 따지는 양선에게, 혜령은 싸늘한 얼굴로 “그 자는 흡혈귀”라고 일러준다. 양선은 궁궐 뜰에 앉아 하염없이 울지만, 이윽고 김성열이 나타나자 자신의 변함없는 마음을 고백한다. “살아 있는 동안 선비님 곁에 있겠습니다. 그러다 제가 죽는다면 옛 정인을 기억하신 딱 그 동안만큼만 저를 기억해 주신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습니다.” 성열과 양선의 포옹은 애틋했지만,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시점인데다 모두 양선을 찾느라 혈안이 된 마당에 등장한 사랑고백은 어쩐지 숱한 죽음들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세손을 위해 노학영은 죽음을 각오하고, 할아버지 좌상 대감에게도 큰절로 인사를 한다. “어차피 저는 말 지지리도 안 듣는 손자였습니다. 세손 저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할아버님.” 현조와 세손 못지않은 3대의 비극이 노학영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할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은 서글펐다. 좌상은 “내 죄는 죽어서도 씻을 길 없다”며 비통해하는데, 노학영은 세손이 보는 앞에서 귀에게 물려 죽음을 당한다. 이런 그를 귀는 ‘흡혈귀’로 만들어 화양각으로 보낸다.
현조는 비장하게 최후를 준비한다. 사동세자가 죽은 우물가로 칼을 질질 끌며 걸어와, 아들의 넋과도 인사를 나눈다. 모두 자신이 꾸민 일이라는 현조의 우렁찬 꾸짖음에는 군왕의 기개가 서려 있었다. “해가 두려워 지하궁에 사는 요물 주제에 이 나라가 이미 네 손에 든 것 같으냐? 인간은 네가 생각하듯이 그리 나약하지 않다.” 현조는 귀를 준엄하게 꾸짖고, 스스로 칼로 목을 쳐 귀의 얼굴에 피를 뿌리고는 우물 속으로 들어간다. 귀는 현조의 마지막 말에 그저 맥없이 서 있다. “피가 고프거든 그거나 쳐먹어라.”
노학영은 흡혈귀가 돼 관짝을 깨고 나와 화양각의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만다. 마침내 양선의 목까지 조르려던 순간 김성열이 간신히 제압해 산사나무 단도를 빼드는데, 양선은 흐느끼며 소리친다. “죽이지 마.” 어린 시절의 기억, 아버지가 눈앞에서 김성열에 의해 죽어가던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일까. 그 많은 사람을 다 죽이고 흡혈귀가 된 노학영을 처단하지 말라고 하면, 어쩌란 것인가. 여기서 엔딩하기엔 오늘 전개된 학살이 너무나 가혹했다.
수다 포인트
-내일이면 중전이 될 세손빈이 수행 상궁 하나 없이 돌아다니다 뜰에서 양선과 독대하시다니, 너무 보안이 허술하네요.
-현조가 세손에게 남긴 혈서, “부디 그 피의 무게를 기억하라”는 말은 울림이 컸어요. 그런데 임금의 어찰이 두루마리도 아닌 현대적 편지봉투에 들어있을 줄이야.
-양선과 선비님은 대체 몇 번째 사랑고백을 하신 건가요.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 이젠 몰입도 안 되옵니다.
김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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