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
이미도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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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배우 이미도는 바로 그런 사람 들 중 한 명이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덩달아 즐거워진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이미도가 이토록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배우라는 사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악역에 처음 도전한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액션 배우로서 자질을 보여준 예능 ‘레이디 액션’은 이미도를 재발견하게 해 줬다. 준비된 여배우였기에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미도의 감춰진 매력은 그것이 끝이 아니다. 춤을 사랑해서 힙합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고, 날씨가 좋으면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한다는 그녀. 한 번 뿐인 인생을 도전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이미도의 유쾌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터뷰 시간은 예상했던 시각을 훌쩍 넘어 있었다.

-악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도 : 악역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박총무가 이렇게 못 돼질 거라고 생각은 못했어요. 드라마 중반부터 욕을 먹기 시작하면서 ‘이런 게 악역이구나’ 싶었죠. 하하. 다양한 감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박총무의 변신은 본인도 예상 못했나보다.

이미도 :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어요. 다른 등장인물보다 약간 더 미스터리한 면이 있다는 것,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욕심이나 자격지심있는 것 정도만 알았어요. 이렇게까지 크게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죠. 악역을 의도하고 출연한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제 성격이, 사투리로 말하면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스타일이거든요. 박총무의 이중적인 면모는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했죠.

-이미지 변신을 위한 작품 선택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미도 : 선생님들과 호흡 맞춘다는 부분이 무척 좋았어요. 사실 고민된 건 박총무의 나이였어요. 박총무가 원래는 중년으로 설정돼 있었어요. 바뀌기 전 마리(이하나) 대사 중에 “박총무 아줌마 어디갔어?”라고 하는 대목도 있었죠. 근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를 캐스팅 하시면서 열살 이상 캐릭터 나이를 낮추셨어요. 솔직히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나이 때문에 고민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외모만 보고) 제가 대학로에서 10년이상 있었던 걸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고민이 많던 시기라서, ‘굳이 제게 이 역할을 주실까’ 고민도 했죠. 나중에 감독님은 나이 설정은 바꾸실 생각이라고 설명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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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이 캐스팅에 영향을 줬을까.

이미도 : 저도 감독님이 저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캐스팅하셨을까 궁금했어요. 그 전에 코미디 연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처음엔 그런 감초 역할을 원하시는 건가 생각도 했죠. 그런데 감독님은 오히려 영화 ‘마더’나 ‘부당거래’ 등을 보시고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캐스팅 된 후에도 따로 주문하신 것은 없고 그냥 ‘캐릭터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라고만 하셨어요.

-이미지 변신에 얽매이지는 않는 편인 것 같다.

이미도 : 사실 처음엔 센 캐릭터나 못난 캐릭터만 해서 괴로운 것도 있었죠. 그러데 반대로 캔디형 여주인공이나 부잣집 딸 역할만 고정적으로 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은 오히려 저처럼 개성 강한 연기 하고 싶어하시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그들이 하고 싶은 캐릭터를 저는 골라서 하고 있더라고요. 또, 저는 그런 역할만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저한텐 이게 적성에 맞고 재미있더라고요. 비중은 별로 중요치 않고, 흥미가 생기는 역할이면 뭐든 하고 싶어요. 아직 못해본 역할은, 끝없이 순수한 산골 여인? 하하. 그런 캐릭터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박총이 악역이었다고는 해도 결국 화해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완전한 악역은 없었던 것 같다.

이미도 : 마지막에 현숙(채시라)와 박총의 요리 대결을 앞두고 ‘현숙이 이긴다, 박총이 이긴다’ 말이 많았어요. 원래는 제가 떠나고 그런 식의 스토리였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김혜자 선배님도 그렇고, 다들 ‘박총무가 돌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다시 돌아오고 싶었고요. 박총무가 밖에서 떠돌 때, 저 역시 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드라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랬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박총무가 돌아오고 현숙도 자기 길을 찾잖아요. 우는 박총을 강선생님이(김혜자) 보듬어 주실 때는 정말 뭉클했어요.

박총도 그렇고 나말년(서이숙)도 그렇고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살잖아요. 그들도 어찌보면 실수를 한 건데, 마지막에 모든 사람을 보듬어 주는 결말이었어요. 그런 결말이 좋았어요. 시청자들도 마음이 치유된것 같다면서 진심어린 반응들 많이 보내 주셨어요.

-박총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던데, 실제로도 요리를 잘 하는 편인지.

이미도 : 집에서는 요리를 많이 할 기회가 없어요. 샐러드 간단하게 해 먹는 편이라. 사실 저희 어머니가 드라마속 김혜자 선생님처럼 광주에서 요리연구가를 하고 계세요. ‘동명동 강선생’이신 셈이죠. 저도 보고 자란게 있어서 그런지 박총무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채썰고 그런 것을 해 본적이 없는데, 그래도 본게 있어선지 하니까 되더라고요. 근데 제가 손이 좀 커서…발로 썰었냐고 놀림도 받았어요.(웃음)
이미도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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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배우분들이 모인 작품이었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이미도 : 마지막회에서 채시라 선배님과 요리 대결하다가 제가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어요. 근데 식구들이 그걸 전부 지켜보고 있거든요. 이순재 선생님, 김혜자 선생님 부터 선배분들이 다 거기 서계셨어요. 부담돼서 거기를 지나가지 못하겠더라고요. 가장 힘든 신이었죠. 그 장면을 한 세시간을 찍었는데, 선배님들이 긴 시간동안 조용히 자기 역할에 몰입하시는 모습에 놀라고 감탄했어요.

-세 시간씩이나 찍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법도 한데 대단하다.

이미도 : 그러니까요. 젊은 배우들은 현장에서 농담도 하고 분위기도 띄우고, 또 그러는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은 ‘스태프들이 판을 벌여주는데 잡담하고 있다가 어설픈 연기를 하면 얼마나 죄송스러우냐. 현장에서 에너지를 비축해 두고 발산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모로 많이 배웠죠.

-박총과 순옥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김혜자와 호흡은 어땠나.

이미도 :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박총이 순옥의 수제자로 나오니까, 저도 김혜자 선생님께 연기를 배우는 수제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연기 했어요. 현장에 가서 연기하시는 것 보니까 차원이 다르시더라고요. 그냥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이면 저 또한 자연스럽게 김혜자 선배님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렇게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극중 인물의 숨소리 하나, 손동작 하나도 끊임없이 이유를 찾으시면서 연기를 하시더군요. 저는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감정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없으면 대사 한마디도 허투루 안 하세요. 정말 배우고 또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드라마 촬영하면서 중간에 ‘레이디 액션’ 출연까지 했다.

이미도 : 제가 흥이 많아요. 예능 쪽에도 관심이 많고, 특히 MBC ‘무한도전’은 챙겨보죠. 예능도 해보고 싶었던 분야 중 하나였고요. 근데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애착을 갖고 계시고 박총무한테 힘을 실어주셔야 할 때, 마침 예능 섭외가 들어온거예요. 예능도 그렇고 액션도 정말 하고 싶었던 건데. 드라마랑 병행하려니 심적 부담이 컸던게 사실이예요. 근데 오히려 두가지 같이 하면서 서로 원동력이 돼 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예능에서도 많은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미도 : 여배우 복이 터졌죠. 하하. 드라마는 대선배님들이 계셨는데, 예능은 반대로 또래가 많아서 느낌이 또 달랐어요. 드라마에서는 많이 배웠다면, ‘레이디 액션’ 때는 같이 놀면서 즐겼던 것 같아요. 함께 했던 배우들과 정말 친해졌죠. 특히 시영이랑 이번에 마라톤도 같이 나가기로 했어요. 여배우 중에 운동 같이 할 친구가 별로 없었던 참에 서로 취미가 맞아서 좋더라고요.

-‘레이디 액션’에서 보니 정말 힘이 세더라. 삼손 캐릭터가 강렬했다.

이미도 : 기억하시네요? 저도 제작진한테 ‘삼손 캐릭터가 뭐냐’고 투정 부렸어요. ‘그럼 뭐, 꽃봉오리로 해줘요?’ 그러시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그러면 꽃봉오리 말고 꽃덩어리로 하자고 했었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예능에도 도전했는데 결국 저는 삼손이네요.(웃음) 그래도 액션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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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의 운동 신경과 액션에 놀랐다. 평소 운동도 즐겨하는 편인가.

이미도 : 운동을 좋아하는데 막상 뭐 했냐고 물으면 꼽을 만한 게 없어요. 생활 자체가 운동과 연관이 있는 편이거든요. 비가 오거나 춥지 않으면, 웬만하면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편이예요. 그리고 농구 골대 같은게 있으면 농구도 하고, 가끔 야구 배팅도 하고요. 오래한 건 아니지만 수영도 배우고 킥복싱도 배웠죠. 춤이나 무용도 좋아해서 라틴 댄스, 폴댄스, 힙합, 발레, 현대무용도 배웠어요.

-단순히 취미라기에는 화려한데? 연기를 위해 배운건지.

이미도 : 둘 다예요. 운동을 좋아한 것도 있고, 연기적으로 준비도 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액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서 뭔가 배워볼까 했는데, 어떤 감독님이 격투보다는 되려 리듬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해 주시더군요. 음악을 많이 듣고, 무용 같은 것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요.

-정말 준비된 배우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벌써 데뷔 10년이 넘었다. 올해 유독 이미도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도 : 솔직히 예전에 어디가서 배우라고 하기가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버티니까 이제 어디가서 당당히 제 소개도 있게 됐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일적으로 보람도 있고요. 특히 영화 ‘왕이로소이다’와 ‘레드카펫’을 통해 관계자들이 저를 인식을 해주셨고, 이번에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랑 ‘레이디 액션’으로 대중에게 저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삶은 예상하기 힘든 것 같아요.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잘 안 돼요.

-다음엔 또 이미도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미도 : 좋은 작품있으면 얼른 작품으로 찾아 뵙고 싶고, 기회되면 예능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제 꿈 중에 힙합 가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이 있거든요. 끈적한 19금의 힙합 뮤직비디오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비키니 같은 거 입고요. 하하. 좋아하는 가수는 도끼랑 다이나믹 듀오.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 프로그램도 즐겨봐요. 언젠가 꼭! 해내고 싶어요.

-힙합 뮤직비디오 출연 기대된다. 도전적인 여배우의 모습이 멋지다.

이미도 : 배우라고 해서 연기만 해야된다고 생각지 않아요. 스스로 한계를 두고 싶지 않거든요. 예능도 하고 싶고, 뮤직비디오 출연도 하고 싶고, 다방면에서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다양한 도전을 해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인 것 같아요. 몸 사리지 않고 여러 분야에 도전할래요. 이미도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보란 기자 ran@
사진. 구혜정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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