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서윤 기자] 대륙으로 간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다시 한번 신화를 썼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절강위성TV와 공동제작, 10월 첫방송한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가 4%대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래, 지난달 첫 방송한 시즌2는 2회에서 5%대를 넘어서며 중국의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50여개가 넘는 위성채널이 있는 중국에서 시청률 5%는 ‘마의 장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SBS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판 ‘런닝맨’으로 인한 수익은 수백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런닝맨’의 이같은 성공 사례는 이후 한국 콘텐츠 시장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오고 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성공을 이끌고 있는 ‘런닝맨’ 시리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달려라 형제 시즌2’의 한국 측 프로듀서인 SBS 김주형 PD에게 그 비결과 한중 콘텐츠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주형PD
Q. ‘달려라 형제’가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초대박 수치에 달하는 시청률을 보인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일까?김주형PD: 우선 시즌1의 성공을 바탕으로 게스트 섭외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첫 회에 판빙빙이라는 중국의 톱여배우가 출연해 기대에 부응하듯 완전히 망가짐을 불사했고, 리천이라는 멤버와 열애설이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나와서 해 줬다. 편집적인 부분은 한국 제작진이 많이 관여했다. 시즌2이기 때문에 중국 쪽에서도 주체적으로 하려는 부분이 있었는데 막힐 때는 한국 제작진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해서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잘 굴러갔다.
Q. 중국 스타들과의 작업이 순조롭게 잘 이뤄졌나보다.
김주형PD: 스킨십이 많진 않았지만 멤버들이 한국판 ‘런닝맨’을 많이 모니터했음을 알 수 있었다. 캐릭터를 많이 연구해 왔다. ‘달려라 형제’에서 리더격으로 활동하는 출연자는 유재석의 모습이 많이 묻어 있었다. 배우 출신들은 준비하는 데 익숙해 많이 연구하고 공부한 티가 났다. 또 멤버들끼리도 굉장히 사이가 좋다. 그런 면에선 한국 ‘런닝맨’과 비슷한데 밥도 출연자들끼리 항상 같이 먹고, 특별한 날이면 같이 모이더라. 시즌1 마지막회에서는 서로 미안한 마음에 이름표를 뜯지 못해 촬영이 7~8시간이나 걸리고 눈물바다가 됐다는 에피소드도 들었다. 출연자들이 카메라가 있든 없든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등 굉장히 순수하고 친밀하다.
Q. 중국의 톱스타급 게스트들이 다수 출연했는데 섭외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김주형PD: 시즌1의 성공으로 중국 방송가에서 ‘시즌2는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많아 처음부터 게스트 섭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중국 스타들 섭외는 절강위성에서 담당했는데 제작진이 어떤 설정을 주면 방송사에서 섭외를 진행했다. 판빙빙 때는 촬영 전까지 보안에 굉장히 유의했다. 최근 중국 방송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서 먼저 알려지면 안 좋은 분위기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려라 형제’의 인기로 절강위성TV가 기존 4~5위권에서 2위로 올라섰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방송사들의 견제가 심하다.
‘달려라 형제’
Q. 시즌1 마지막회 촬영에는 8만명이 모이는 등 중국 내 프로그램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들었다. 김주형PD: 촬영 장소가 알려지면 아예 촬영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반응이 폭발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선가는 전국인민대회에서도 ‘달려라 형제’가 언급됐다. 중국은 형제, 공동체의식에 대해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달려라 형제’가 팀으로 뭉쳐서 해 내는 긍정적 에너지가 있다며 이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의 영향력에 대한 방증일 것 같다.
Q. 한국 출연진에 대한 수요도 있나?
김주형PD: 문의는 많이 들어온다. 중국 시장이 굉장히 커서 한국 스타들 사이에서 출연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시즌1에는 김종국 씨가 출연했는데 아직 시즌2에는 한국 게스트는 없다.
Q. 여러 예능 프로그램 포맷 중에서도 ‘런닝맨’이 성공한 요인은 뭘까?
김주형PD: 일단 게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게임이라는 요소는 어느 환경 어느 문화권에서도 할 수 있고 정확한 룰에 의해 경쟁하고 그 안에 웃음이 있어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다. 또 꾸며진 스타들의 모습이 아닌, 완전히 망가지는 부분에서 흥미를 많이 느낀다. 중국에서는 이 프로그램 이전까지 본격적인 야외 버라이어티라는 게 없었다는 면에서도 새로운 형식으로 각인된 것 같다.
판빙빙
Q.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둬서 신경 쓰는 지점은 어떤 부분인가?김주형PD: 콘텐츠 제작에 있어 우리가 중국보다 제작 노하우나 질적 측면은 앞서지만 프로그램은 ‘문화와 정서’를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 특유의 것을 이해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고, 확인 작업을 많이 거쳤다. 웃음이라는 코드는 비슷하지만 작은 부분에서 큰 차이가 만들어지는 게 정서인 것 같다. 그 곳에서 살지 않으면 체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중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해석해야 한다.
Q. 한국 드라마의 경우 중국 정부에서 6개월 심의 기간을 두는 등 규제가 생겨났다. 예능 프로그램 심의 부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김주형PD: 프로그램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달려라 형제’를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어찌됐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통제가 있다 예를 들어 심하게 장난치는 부분은 빼라고 하는 부분이 그렇다. ‘달려라 형제’ 1회에서는 판빙빙이 눈을 뒤집는 장면이 있었는데 전파는 타지 못했다.(웃음) 이전에 비해 심의가 조금씩 까다로워지고 있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
Q. 한국 콘텐츠의 중국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김주형PD: 결국 서로를 존중하는 부분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높이 사는 부분은 세련된 감각과 경험이다. 그건 우리가 뛰어나게 잘한다기보다 먼저 치열하게 경험해서 얻은 것이다. 중국은 자본이 있고 연예인도 풍부하기 때문에 콘텐츠 시장에서도 빠르게 치고 나올 것이다. 다만 시기가 언제이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가 영원히 콘텐츠 공급처일 수는 없다. 현재 역학적 관계에서도 일본보다는 한국에 대해 긍정적 시선이 있는 만큼 중국 쪽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함께 가야할 것 같다. 그래야 지금은 우리가 가르쳐주는 입장이지만 나중엔 협력하는 관계로 함께 가는 입장이 될 것이다.
‘달려라 형제’
Q. 중국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 궁금하다. 김주형PD: 완성도가 한국에 비해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미국처럼 시즌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는 장점도 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 입장에서는 시즌제가 확실히 낫다. 시청자들이 기다려줄 수만 있다면 질적인 측면에서는 시즌제가 새로운 시도도 하고 신선하게 해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반면 단점은 빨리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중국에서 제작을 하면서 1년 52주를 매주 싸우면서 ‘무조건 해 낸다’는 정신으로 제작중인 한국 제작진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치열함이 지금을 만든 것 같다는 점이다.
Q.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부분인가?
김주형PD: 촬영 허가가 한국에 비해 까다로워 촬영 당일까지 가능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있다.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또 저작권이나 보안 개념이 자리잡지 않아서 대본 등에 대한 보안 유지가 어렵다. 사전제작인데 결과가 미리 노출되는 등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 아직까지 PD와 작가의 역할 구분이 모호한데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다.
Q.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종류일까?
김주형PD: 일단 버라이어티물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중국은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 큰 행사의 연출이 좋은 반면 TV쇼 연출은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한국에서 도전해볼 만한 부분인 것 같다.
Q. 중국 시장을 노크하는 한국 제작진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경험해 본 결과 가장 주력해야 할 지점은 뭔가?
김주형PD: 지금은 어찌됐든 중국 시장이 기회다. 하지만 방송은 트렌드고 문화이기 때문에 결국 변화한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기회가 왔으니 우후죽순으로 틈새를 파고들기보다는 상호간 신뢰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수익에 대한 단기적 접근보다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수준은 따라오게 돼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경험이 없고 수준이 떨어진다고 결코 영원할 순 없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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