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EXID 솔지
‘복면가왕’ EXID 솔지
‘복면가왕’ EXID 솔지

[텐아시아=박수정 기자]“노래 잘하는 아이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돌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대에서 콘셉트로 보이는 게 아이돌의 본질이다. 솔지처럼 노래로써 다시 평가 받고 박수 받았으면 한다.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결국에는 노래를 잘해야 되는 사람이다. 그래야 빛이 난다.” – 작곡가 김형석, 2일 MBC ‘일밤-복면가왕’ 제작발표회 중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말이다. 아이돌 그룹이 컴백하거나 데뷔할 때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음악이나 사람이 아닌 콘셉트다. 칼군무, 카리스마, 청순, 섹시, 발랄 등등 각종 형용사가 동원되며 아이돌 콘셉트를 표현한다. 때문에 아이돌은 콘셉트에 짜 맞춘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한다. 정작 본인의 음악적 색깔이나 선호하는 장르를 추구하기에 한계가 있다. 콘셉트로 인해 실력보다 비주얼이 먼저 부각되기도 해, 실력이 폄하되는 경우도 있다.

Ment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지민을 향했던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란 꼬리표는 ‘아이돌은 실력이 부족할 것이다’라는 단적인 시선을 나타낸다. 지민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란 꼬리표는 프로그램 내내 따라다녔다. 함께 출연했던 래퍼 치타는 최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랩을 심사할 때 그게 들어가는 것이 좋은 건 아니지만, 지민이가 이 프로그램에 나온 것 자체는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가 붙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돌을 아이돌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복면가왕’은 인종차별의 싹을 처음부터 없앨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복면을 쓰고 노래하기에 어떤 꼬리표도 달 수 없는 계급장 뗀 싸움을 펼칠 수 있다. 오로지 노래를 소화하는 목소리만으로 평가받는다. 그 대결의 장에서 EXID 솔지가 우승을 따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목소리만으로 따낸 인정이었다. 솔지의 우승은 EXID ‘위아래’ 역주행 신화를 넘어서 솔지라는 멤버의 실력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솔지는 ‘복면가왕’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팀이 올해 초에 많은 인지도를 얻었는데 멤버를 잘 알진 못했다. 이 프로그램 이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를 알아봐주셔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9~10년 정도를 알아봐주시지 않았는데 지나다닐 때 어르신이 ‘복면가왕’ 솔지라고 알아봐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복면가왕’에 출연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제2의 솔지가 되는 것을 아니다. 꼭 우승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만큼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EXID처럼 그룹 자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지만, 멤버별 실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복면가왕’에 최근 활동 그룹 중 대표적으로 비투비와 나인뮤지스를 추천하고 싶다. 비투비는 보컬라인 서은광, 이창섭, 육성재, 임현식 모두 메인보컬급 기량을 자랑하는 실력 구멍이 없는 그룹이다. 최근 9년만에 컴백한 보컬그룹 테이크는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비투비의 ‘나비무덤’ 커버 무대를 칭찬하기도 했다. 테이크는 “ 비투비 분들이 우리 곡을 한번만 한 것이 아니라 공연이나 라디오에서도 많이 했었다. 정말 잘 했다”며 “화음까지 해서 대단하다”고 비투비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비투비는 ‘너의 멜로디가 되어줄게’라는 자체 제작 영상을 통해 각종 커버곡을 공개하면서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나인뮤지스는 모델돌이라는 섹시 비주얼을 강조한 수식어 뒤에 실력이 감춰진 그룹이다. ‘돌스’, ‘와일드’, ‘글루’, ‘드라마’ 등 세련된 음악으로 꾸준히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그룹이기도 하다. 현아, 경리, 혜미, 금조 등 8명의 멤버 중 4명의 멤버가 보컬라인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최근 멤버 경리 팬카페를 통해 디아 ‘니가 돌아오면’ 커버곡을 공개해 수준급 가창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 당시 김구라가 EXID 솔지를 두고, 나인뮤지스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에는 제2의 솔지를 노릴 수 있는 숨은 보석 같은 실력자들이 많다. 무대 위 섹시하거나 멋있는 모습으로 콘셉트를 선보이던 가수가 생각지 못한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낼 때, 더 빠져들게 된다. 작곡가 김형석이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결국에는 노래를 잘해야 되는 사람이다. 그래야 빛이 난다”고 했던 것처럼 빛이 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MBC ‘복면가왕’ 캡처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