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의 제작본부장방송계 거물 송창의 PD가 TV조선 신임 제작본부장으로 이적한 뒤, 채널의 변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송창의 본부장은 1977년 MBC 입사, 이후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일요일 일요일 밤에’,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등을 연출한 스타 PD다. 이후 2006년, CJ E&M으로 자리를 옮겨 tvN의 개국을 이끈 공신으로, ‘막돼먹은 영애씨’, ‘현장토크쇼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젊은 감각의 연출가다.
그는 2015년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이 채널은 송창의 본부장의 이적으로 변화를 맞게 될 것인가.
송창의 제작본부장
Q. 이적 이후, 경험해본 TV조선은 어떤가.송창의 본부장 : 아담하고 차분하다. 뒷골목에 구멍가게도 당구장도 있다. 식당도 지척에 있더라.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진다(웃음).
Q. 이적 과정이 궁금하다.
송창의 본부장 : 일주일 사이에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의를 받게 됐고, 2~3일 생각해보다가 결정을 했다. tvN에서는 2년 전부터는 후배들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라고 일종의 고문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의 멘토링이나 프로그램의 자문 역할을 했다. 일선에서 일하지 않던 차, 제작본부장 제의를 맡게 됐다. 주변에서도 TV조선과 내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나 역시 계속 젊은 프로그램을 지향하며 일을 해왔기에 의외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처음 ‘제가 왜 필요한가요?’라고 물었었다. 돌아온 대답은 ‘TV조선이 개국한 지 3년이 됐는데 이제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변화의 주축 일선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가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내게 재미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더 설렌다고 할까?
Q. 연봉은 안 올랐나(웃음).
송창의 본부장 : 하하. 돈으로 제의를 한다면, 물론 그것도 이적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이 나이에 그런 것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Q. TV조선은 그동안 외주에 너무 기대있었다. 이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을까.
송창의 본부장 : 자체제작은 물론 필수다. 제작본부에 있어, 기획역량도 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프로덕션의 역량도 있을 수 있고, 또 외주와의 호흡을 통해 일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내부 프로듀서들이 스스로 제작을 해본 경험이 없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획 제작 에 있어 다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자체제작을 통해서 제작의 밑바닥부터 훈련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은 설비 등의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회사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역량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다.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획을 많이 하려고 한다.
Q. 실제 TV조선에 들어와보니, 채널에 대한 시각이 바뀌던가.
송창의 본부장 : 외부에서 바라본 것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별 차이가 없다. 현재 TV조선의 주요 타깃은 중장년층, 노년층이고, 내부적으로 그쪽에 집중해서 기획, 제작을 했다. 하지만 회사의 니즈는 시청층 외연의 확대다.
따라서 시청층을 젊은 쪽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Q. 기존 시청층의 저항은 걱정되지 않나.
송창의 본부장 : TV조선을 갑자기 tvN으로 바꿀 수는 없다. 제가 보기에 빗장이 닫혀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빗장을 테크니컬하게 열어준다면 이 분들이 나가지 않으면서도 다른 시청층도 유입이 되지 않을까 한다. 프로그램 개선 회의를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법대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패널로 등장하는 시청자 4명이 모두 50대로 나온다. 은연 중에 빗장을 닫았기에 (제작진도) 자꾸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접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디테일한 것부터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송창의 제작본부장
Q. 보도 프로그램이 많은데, 양적 변화도 있을까.송창의 본부장 : 편성 제작 본부장이 따로 있기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농반진반으로 사측에서 ‘송 본부장이 컨텐츠를 많이 만들어준다면 (보도채널을) 줄이겠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회사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갈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비보도 부분에서 킬러 콘텐츠가 생긴다면 재방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시청효율이 높다면 일정 부분 편성에 변화도 생길 것이다. 결국 내가 하기 나름이다.
Q. tvN에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했던터라, 갑작스러운 이적에 멘붕이 왔다는 말도 있다.
송창의 본부장 : 하하. 그런데 내가 보는 PD들은 다 내 후배다. tvN에 9년 동안 있으니 정도 들고 섭섭하지만,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다.
Q. 지금까지의 설명으로는, 사실 공격적인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송창의 본부장 : 회사 최고 경영층의 의지도 있고 ,다른 부서도 있으니 내 의지로만은 안되고 또 드릴 수 있는 이야기도 한정돼 있다.
Q. 신규 프로그램 제작 계획은?
송창의 본부장 : 물론 있다. 오자 마자 할 수 있는 것이 첫째는 기존 프로그램의 개선과 진화의 과제가 있고, 또 신규 기획안을 개발해야하는 미션이 있다. 또 제작본부의 전임자들도 잘 하셨지만 사람이 바뀌었으니까 제작본부에 더 나은 문화나 후배들이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역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려는 뒷받침의 역할도 있다. 나는 선배의 정의를 기를 공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PD 후배들에게 기를 듬뿍 공급할 것이고, 이미 스타트 했다.
Q. 요즘 스타 PD들이 참 많은데, 사실 스타 PD 원조다.
송창의 본부장 : 나는 스타 PD는 아니다. 그리고 요즘 후배들, 신원호 나영석 김태호와 같은 실력있는 후배들에게서 나도 많이 배운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신원호 PD는 정말이지 천재라고 생각했다. 나영석 PD의 일련의 프로그램도 어쩌면 저렇게 만드나 싶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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