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역전 드라마 쓸 준비를 마치고 있다. 나인뮤지스는 신곡 ‘드라마’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SBS MTV ‘더 쇼’에서는 1위 인피니트H와 근소한 차이로 최종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나인뮤지스의 대표곡인 ‘돌스’보다 더 높은 음악방송 순위를 기록하면서, 진짜 역전 드라마를 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역전 드라마의 비결은 나인뮤지스의 기존 매력에 지난 1년간의 공백이 준 성장이 더해진 결과다. 사실 나인뮤지스는 프로듀싱팀 스윗튠과의 조합으로 유명한 그룹이기도 하다. 나인뮤지스의 대표곡인 ‘돌스’, ‘와일드’, ‘글루’ 모두 스윗튠과의 작업으로 탄생됐다. 스윗튠은 모델돌이라는 비주얼에 감춰진 나인뮤지스의 실력과 매력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나인뮤지스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그런데 나인뮤지스는 이번 컴백을 앞두고 스윗튠이 아닌 정창욱이라는 작곡가의 곡 ‘드라마’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반전의 기회를 노릴 때, 스윗튠을 비롯해 이단옆차기, 용감한 형제, 신사동호랭이 등 유명 프로듀서를 찾는다. 나인뮤지스는 정창욱 작곡가와 손을 잡으면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때문에 정창욱 작곡가에게도 기존에 알려진 나인뮤지스와 스윗튠이라는 조합이 꽤 부담스러웠을 터다. 그러나 정창욱 작곡가는 ‘드라마’를 나인뮤지스의 매력을 지키자는 부담감에서 출발하지 않고, 곡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인뮤지스가 대입되면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됐다고 전했다.
정창욱 작곡가는 “곡을 쓴다는 것이 의뢰를 받아 쓰면서 맞춤 양복처럼 가수의 색깔에 맞게 재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엔 2마디 정도의 멜로디 동기와 가사, 슬랩 베이스를 적극 활용하는 편곡이 우선 떠올랐다”며 “좀 더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나인뮤지스가 대입된 경우다. 그래서 나인뮤지스의 기존 매력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고, 덕분에 기존 나인뮤지스의 색깔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정창욱 작곡가가 강조하고 싶었던 나인뮤지스의 진짜 색깔은 ‘섹시함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섹시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인뮤지스의 매력에 대해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된 그림이 그려지길 원했다”며 “펑키한 슬랩 베이스가 음악 전면에 부각되는 것과 더불어 미니멀한 악기 편성, 가성이나 호흡을 많이 이용한 창법이 이런 의도를 가지고 활용됐다”고 전했다. 또한, “멤버 전원이 퍼포먼스를 위해 각을 잡고 무대에 섰을때 느껴지는 아우라는 걸그룹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것 같다”고 나인뮤지스의 매력을 전했다.
나인뮤지스도 ‘드라마’ 콘셉트가 섹시함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아는 “섹시가 목적인 콘셉트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섹시가 묻어나는 게 나인뮤지스”라고 전했다. 경리도 “섹시에 지쳐 있는 대중에게 조금 더 발랄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창욱 작곡가와 나인뮤지스의 합이 빛이 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이 나인뮤지스 정규 1집 ‘프리마돈나’의 수록곡 ‘핑’으로 함께 작업한 경험도 깔려 있다. 정창욱 작곡가는 ‘핑’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나인뮤지스에 대한 “노래 실력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노래 실력이 늘었고, 특히 현아의 가창력이 많이 늘었다”며 “원래도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핑’과 ‘드라마’를 나란히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들어보니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현아의 경우, 지난해 인디밴드 스무살 ‘지워지지 않는 11자리 번호’ 피처링 참여와 자작곡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좋아’ 등을 발표하며 음악적 성장물을 꾸준히 드러낸 멤버이기도 하다.
결국 나인뮤지스의 진짜 힘은 모델돌이라는 비주얼이 아닌 실력과 노력이다. 나인뮤지스의 경우, 큰 키와 예쁜 외모에서 오는 뛰어난 비주얼로 인해 실력이 가려진 걸그룹이기도 하다. 섹시한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엄격하지만, 나인뮤지스는 현아-경리-혜미-금조 등 보컬라인을 단단히 형성하고 있고, 래퍼 이유애린과 성아가 곡의 질감을 더한다. 소진, 민하 퍼포먼스와 비주얼, 음색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나인뮤지스의 실력은, 이들과 작업하는 관계자들이라면 놀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리는 “실력은 꾸준히 보여드려도 부족한 것 같다. 실력파라고 인정받고 데뷔하지 않는 이상 무한한 숙제다”며 “그런 숙제들이 남들보다 발전시키게끔 해주는 것도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창욱 작곡가도 나인뮤지스의 실력과 더불어 음색을 강조하며 나인뮤지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보통 ‘가이드’라고 불려지는 과정에서 가창력이 아주 뛰어난 친구와 작업을 하고, 그 버전을 가수들이 듣고 연습해 녹음을 하게 되는데 어지간한 경우에는 ‘가이드’의 느낌보다 못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나 나인뮤지스는 그 예상을 빗나가게 해준 매우 좋은 예다. ‘가이드’ 버전보다도 더 멋진 곡이 나온 드문 경우의 아티스트이고, 8명의 조화로운 음색의 결과물이 아주 마음에 든다. ‘드라마’의 작곡자로서, 가수들이 곡을 정말 잘 살려줘서 고맙다. 나뮤 때땡큐”
2010년 데뷔해, 멤버 교체를 겪으며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인뮤지스다. ‘드라마’로 2015년을 기분 좋게 출발한 나인뮤지스는 올해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진짜 역전 드라마를 쓸 차례가 온 듯하다.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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