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왼쪽), 크러쉬
자이언티(왼쪽), 크러쉬
자이언티(왼쪽), 크러쉬



최근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휩쓴 ‘그냥(Just)’은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함께 부른 곡이다. 이 곡은 네 명이 함께 작곡했다. 자이언티, 크러쉬, 피제이, 그리고 윤석철. 피제이는 힙합그룹 라임버스 출신으로 리쌍, DJ DOC, 빅뱅, 빈지노 등의 곡에 참여한 힙합 프로듀서다. 그러면 윤석철은 누굴까? 윤석철은 자신의 피아노 트리오를 이끌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자이언티와 재즈 피아니스트라니? 언뜻 보면 의외의 조합이다.

윤석철은 ‘그냥(Just)’에 작곡과 연주로 참여했다. 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이언티와 윤석철은 작년 2월 재즈 훵크 밴드 세컨세션과 함께 팀을 이뤄 ‘더 세션’이란 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R&B와 재즈를 자유롭게 오가는 협연을 통해 호평 받았다.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은 일반 대중이 즐기기에 힘들어 보일 수 있겠지만, 음악인들에게 자극을 줄만한 결과물이었다.

‘그냥(Just)’에는 윤석철의 건반 연주가 맛깔나게 들어가 있다. 세련된 연주가 노래를 한층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곡은 기존에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던 곡들이 지니는 히트공식에서는 벗어나 있다. ‘재지(Jazzy)’한 코드 진행이 살짝 들어가다 보니 대중에게 조금 낯설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다른 기획사라면 이런 곡을 싱글로 내는데 부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의외의 조합은 대중, 그리고 음악마니아들까지 만족시켰고, 음원차트 상위권에 계속 머물러 있다.

종현
종현
종현

종현과 자이언티가 함께 한 ‘데자-부(Deja-Boo)’도 의외의 콜라보레이션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좋은 예다. 이 곡은 피처링으로 참여한 자이언티의 색이 매우 강하게 드러난다. 자이언티의 팬들이 듣는다면 자이언티의 곡으로 착각할 만큼 SM의 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은 협연을 통해 종현의 R&B에 대한 재능을 잘 살려줬고, 동시에 종현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게 해준 음악으로 귀결됐다. 물론 차트에서도 선전했다.

사실 SM의 아이돌그룹 출신들이 솔로로 앨범을 낸 경우를 살펴보면 SM의 색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발라드 앨범을 낸 규현은 제외). 가령 작년에 나온 샤이니 태민의 솔로 EP ‘에이스’를 보면 전형적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종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종현의 경우 자이언티와 협연을 통해 ‘탈 SM’을 선보임과 동시에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지드래곤이 자이언티와 함께 한 곡 ‘너무 좋아(I Love It)’처럼 말이다.

박효신
박효신
박효신



이와 같은 의외의 콜라보레이션이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성과를 거둔 경우는 작년에도 있었다. 박효신이 3년 3개월 만에 발표해서 음원차트 1위에 장기간 머물렀던 ‘야생화’가 그것이다. 박효신은 음원 발표와 관련해 일체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곡으로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까지 1위를 했다. 이 곡은 ‘음악천재’라 불리는 정재일이 박효신과 함께 만든 곡이다. 정재일은 가요, 뮤지컬, 연극, 국악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상업 작곡가로서 활동은 드문 편이다. 그런 그가 박효신과 함께 작업한 이유가 있다.

박효신은 군대에서 정재일과 함께 ‘야생화’를 만들었다. 함께 군 생활을 한 둘은 전우로서 동지애를 다졌다. 군대에서 일과를 마치면 휴식시간에 함께 곡을 만들었다. 그때 박효신은 기타를 치면서 정재일과 함께 ‘야생화’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만든 ‘야생화’가 부활을 가능케 할 줄은 박효신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역시 음원차트 1위에 오른 ‘해피 투게더’도 박효신과 정재일이 군대에서 함께 만든 곡이다.

이현도 한상원의 D.O Funk(사진출처 매니아디비)
이현도 한상원의 D.O Funk(사진출처 매니아디비)
이현도 한상원의 D.O Funk(사진출처 매니아디비)



이처럼 의외의 인맥이 만난 콜라보레이션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98년 이현도와 한성원이 함께 만든 앨범 ‘디오 펑크(D.O Funk)’다. 이 앨범은 듀스 출신으로 당시 아이돌 스타였던 이현도가 음악적으로 욕심을 드러내며 당시 ‘훵크의 마스터’였던 무림의 고수 기타리스트 한상원과 함께 만든 의욕적인 작품이었다. 이현도는 힙합을 추구하면서도 H2O, 크래쉬, 봄여름가을겨울 등 다양한 밴드와 협연을 한 바 있다.

‘디오 펑크’에 실린 ‘폭풍(U Got The Funk!)’은 작년에 미국에서 히트를 쳤던 다프트 펑크의 ‘겟 럿키(Get Lucky)’와 비교해볼만한 곡이다. ‘겟 럭키’에서 다프트 펑크와 나일 로저스, 퍼렐 윌리엄스가 만난 것처럼, ‘폭풍(U Got The Funk!)’에서는 이현도의 음악과 한상원의 기타와 보코더 연주, 그리고 ‘그루브의 달인’인 건반 연주자 강호정의 리듬 메이킹이 만나면서 트렌디한 음악과 과거의 훵크가 어우러진 명곡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당시 이들의 음악은 꽤 센세이셔널 했지만 너무 앞서갔기 때문인지 상업적으로 히트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현도의 이러한 행보는 아이돌 스타가 아티스트로 진화한 교훈과 같은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디오 펑크’ 앨범 속지에서 이현도는 “훈장과도 같은 이 앨범이 있기에 저는 어제보다 조금 더 멋진 인생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훈장과 같은 활동들이 가요계 트렌드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아메바컬쳐, 매니아디비(mania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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