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에 나선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1인 시위에 나선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1인 시위에 나선 정문식 뮤지션유니온 위원장



뮤지션들이 화났다. 삼성 밀크뮤직의 광고 때문이다.

지난 3일 삼성 밀크뮤직은 자사의 공식 페이스북에 “넌 아직도 돈 내고 노래 듣니?”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에는 “노래 들으며 즐길랬더니 돈 내놓으라고 닥달”, “토렌토로 다운받아 무료로 즐기려니 무한 클릭질로 찾아 헤메어야 하는 신세야”, “이 앱을 깔지 않고 버티다 호갱이 되지 말라”라는 맞춤법도 맞지 않는 문구들을 사용해 밀크뮤직이 무료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뮤지션유니온 측은 “이러한 표현들은 저가형 음원 서비스 때문에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해온 다수 음악인들의 고통어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뮤지션유니온 측은 “실제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곡당 6원의 이용료는 음원서비스업체 40%, 제작사 44%, 작사가 5%, 작곡가 5%, 가수 3%, 연주자 3%의 비율로 분배된다. 작사, 작곡가는 0.3원, 가수는 0.18원밖에 받지 못한다. 채 1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현실 때문에 그동안 음악계에서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대한 개선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많은 상황과 여전히 고통 받는 음악인들의 입장을 신중하게 배려하고 음악생태계의 공생을 고민해야 할 음원서비스 업체의 광고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크뮤직은 소비자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로 스트리밍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는 합법적 서비스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무료로 즐기는 서비스이다. 뮤지션유니온 측은 “밀크뮤직은 소비자들은 공짜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특징 때문에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부터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켜왔다. 또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밀크뮤직의 광고가 게시되자 SNS에서는 밀크뮤직을 비판하는 음악인들과 네티즌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음악인들과 네티즌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유료 음악 서비스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는커녕, 음악이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음악 생태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밀크뮤직은 하루 만에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음악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대중음악인들의 노동조합인 뮤지션유니온(위원장 정문식)은 밀크뮤직의 홍보사건을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음악의 가치 회복’에 대한 모든 노력을 단번에 무너뜨린 경악스러운 사건”이라며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 밀크뮤직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음악가들의 노동조합인 뮤지션유니온의 정문식 위원장은 지난 6일 금요일 오후 3~6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1인 버스킹을 진행했다. 정 위원장은 “음악인들의 노동과 열정이 투입된 생산물인 ‘음악’을 공짜로 여기게 만들어 음악 생산자들을 모욕하는 폭력적인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며 “음악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삼성전자측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뮤지션유니온 성명서 전문

음악인들을 모욕한 삼성은 음악이 공짜가 아니라고 말하라. 댓가를 지불하고 음악 듣는 것을 조롱한 삼성 밀크 뮤직 서비스의 저열한 홍보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조치를 요구한다.

지난 2월 2일, 우리는 각종 SNS 사이트에서 충격적인 홍보 문구를 만났습니다. 삼성전자 밀크 뮤직 서비스 측의 “아직도 돈내고 노래듣니?” “아직도 돈내고 음악들어?”라는 무료 음악감상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홍보 카피였습니다.

삼성전자의 밀크뮤직 서비스는 모바일 인터넷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로서, 요즈음 확산되고 있는 여러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이 밀크뮤직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되면 각 채널별로 들려주는 음악들을 마치 라디오를 청취하듯 무료로 즐기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무료로 즐긴다고 해서 밀크뮤직 서비스가 공짜로 음원을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스트리밍 저작권 사용료는 지불하고 있기에 밀크뮤직 서비스는 합법적인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관련 저작권 사용료는 회당 1원 이하의 매우 미미한 수준인데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서비스 형태이기에 음악 창작자 및 제작자들에게는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되는 밀크뮤직 서비스의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기능하는, 즉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끼워팔기 상품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기에 충분한 서비스였으며, 더군다나 우리 음악인들은 이러한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음악은 공짜다’라는 인식을 고착화시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반감 및 의혹과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만나게 된 ‘아직도 돈내고 음악듣니?’라는 홍보 문구는 음악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SNS 담당자의 사과문이 게시되긴 했으나, 이렇게 저열한 홍보문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밀크뮤직이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수준이하의 인식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였습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음악은 공짜라도 상관없다는 속내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음악 한곡을 만들고 발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지에 대해 또다시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음악인들이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음악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재차 강조하지도 않겠습니다. 다만, 음악인들의 노동과 열정이 투입된 생산물인 ‘음악’을 공짜로 여기게 만들어 음악 생산자들을 모욕하는 폭력적인 현실에 대한 음악인들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밀크뮤직의 이번 홍보사건은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음악의 가치 회복’에 대한 모든 노력을 단번에 무너뜨린 경악스러운 사건입니다. 뮤지션유니온은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 밀크뮤직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려 합니다.

더 이상, 음악이 다른 상품의 마케팅 도구로 악용되는 상황에 대해 뮤지션유니온은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합니다. 음악인 여러분,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소비자 여러분 우리와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의 요구

1. 이번 사태에 대한 삼성전자의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조치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

2. 음악인들과의 상생을 위한 방안을 음악인들과 함께 마련하고 시행하라.

3. 음악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싱어송라이터’s 스토리 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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