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클라라.
클라라.

프로야구 시구 한 번이 인생을 바꿨다. 일명 ‘레깅스 시구’로 스타덤에 오른 클라라다. 시구 이후 클라라는 ‘섹시’라는 강력한 무기를 탑재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무기의 힘은 상당했다. 클라라와 섹시는 대중의 입을 타고 널리 퍼졌고, 여러 방면에서 그녀의 이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구 이후 그녀의 행보는 거침없다.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대중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연기를 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제법 될 것 같다. 지금은 달라졌다. 어떤 의미에서든 대중의 궁금증을 끄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영화 ‘워킹걸’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 작품은 성인용품점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19금’ 섹시 코미디다. 노출과 베드신도 있다. 클라라는 첫 주연 영화에서 자신의 무기인 ‘섹시’를 십분 활용했다. 클라라와 섹시,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직접 물었다.

Q. 이번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드라마 출연작이 꽤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주목받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시구 한 번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론 승승장구다. 시구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을 설명해 달라.
클라라 : 달라진 게 아주 많다. 그땐 이성민으로 활동하던 시기다. 열심히 해도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집념으로 8년을 그렇게 꾸준히 해 왔다. 그러다가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는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자유롭게 내가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름을 클라라로 바꿨다. 사실 이게 본명이고,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구 제의가 왔고, 그때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다. 그다음부터는 나를 불러주시는 분들과 함께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실천하고, 도전해야 결과물이 따라온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됐다.

Q. 클라라가 본명이라고.
클라라 :
여권에도, 모든 친척도 클라라라고 부른다. 이성민은 학교에서 부르는 이름 정도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는 이성민이었으니까.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사춘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클라라가 더 익숙하다.

Q. ‘워킹걸’은 첫 주연인데 그 소감이 궁금하다.
클라라 :
큰 행운이다. 현장에서 여러 선생님, 선배님들이 연기 지도나 조언을 해주셨고, 즐겁게 만들어주셨다. 난희 캐릭터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면적인 슬픔과 외로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걸 감독님이 많이 끌어내 주셨다. 틀에 박혀 있는 섹시한 이미지가 아닌 내면에 아름다움도 잘 만들어주셔서 행복했다.

Q. ‘워킹걸’을 선택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그중에 첫 주연이라는 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클라라 :
조여정 김태우 두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잘 이끌었고, 나는 거기에 잠깐잠깐 양념만 더한 것뿐이다. (웃음)

Q. 솔직하게 말하자. 이 영화는 조여정 클라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다.
클라라 :
조여정 언니 같은 파트너를 만난 게 정말 좋았다. 안면이 있는 사인데 파트너 호흡은 처음이다. 잘 이끌어주고, 잘 받아줬다. 그래서 ‘케미’가 배어 나온 것 같다.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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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워킹걸’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클라라 :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원래 성격이 밝다. 그런 밝은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찰나에 난희 캐릭터가 들어왔다. 성인용품을 콘셉트로 한다는 게 획기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원래 새로운 거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장르에 호감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정범식 감독에 대한 주변의 신뢰가 좋았다. 그분하고 영화 하면 성장 할거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선택해준 감독님께 감사하다.

Q. 클라라가 곧 섹시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섹시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 것 같나.
클라라 :
모니카 벨루치나 샤론 스톤 그리고 60세에 가까운 마돈나도 보면 섹시하다. 김혜수 선배님도 정말 섹시하지 않나. 어떻게 가꾸고, 얼마나 건강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은 나잇대별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40대, 50대에도 섹시하고 싶다. 그땐 지금과 다른 고혹적인 섹시가 아닐까.

Q. 섹시에 대해 질문한 건 이번 작품에서도 섹시를 내세워서다. 분명 ‘또 섹시야’라고 싫증 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클라라 :
이번 영화에서는 성 전문가다. 당연히 성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어야 하고, 섹시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난희가 보희와 있을 때에는 순수한 모습도 묻어난다. 그렇게 상황에 맞춰지는 것 같다. MC를 보거나 시상식에 참여할 때 또는 예능에 출연할 때, 각기 다른 변화를 줌으로써 나에 대해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즐거움이 있다. 아무래도 지금 섹시하게 봐주시는 건 그 부분이 많이 어필돼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억지로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여자로서 섹시하다는 건 한편으론 감사한 일이니까.

Q. 노출이나 베드신이 크게 드러나는 영화는 아니더라도 극 중 노출과 베드신이 있다. 그리고 가슴골을 드러내는 의상이나 성에 대한 대사들이 많다. 분명 부담일 것 같은데.
클라라 :
내가 선택한 캐릭터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성 전문가로 보이고 싶었다. 대중들이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첫 영화인만큼 이 속에서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캐릭터에 집중했던 것 같다.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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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여정과는 과거 같은 소속사였다고 들었다. 민망할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호흡 맞추기는 수월했겠다.
클라라 :
보희 역이 조여정 언니라고 들었을 때 제일 기뻤다. 진짜 ‘여여 케미’가 중요한 데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과 호흡을 맞췄으면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언니하고 친분이 많았던 건 아니었지만, 워낙 성격 좋기로 유명했다. 특히 상대에 대한 예의가 좋다고 들었다. 한참 후배인데도 본받을 점이 많았다면서 존중해주니까 내가 오히려 몸들 바를 모를 정도였다.

Q. 그리고 정범식 감독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클라라의 열정을 말한다는 의도였는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클라라 :
감독님께 많이 죄송했다. 감독님 의도는 그게 아니니까. 나를 위해서 말해준 감독님이 피해를 보니까 속상했다.

Q. 앞서 감독님에 대한 주변의 신뢰가 좋다고 했다. 직접 경험한 정범식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나.
클라라 :
정말 세심하시고, 말씀을 잘 들어주시는 분이다. 큰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해주신 것 같다. 그 부분에서 성장한 것 같다. 대본 안에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겪었던 실제 상황이나 감정을 끌어내려고 도와주셨다. 내 마음을 치유해주신 분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Q. 그런데 그런 기사가) 그러니까. 하하. 정말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범식 감독님은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거다.

Q. 성인용품을 직접 사용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성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준비했나. 논란을 불렀던 직접 사용해보고, 녹음까지 했다는 게 바로 이 부분인데.
클라라 :
그냥 열심히 공부하듯이. 하하. 사랑에 있어 사랑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인관계에 있어 성적 관계나 사랑표현, 행동도 중요하다. 그걸 성인용품으로 표현한 거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성 전문가로 자신감 있게 얘길 하는데 내가 사랑을 했을 때 느꼈던 점 등 자신을 많이 되돌아봤던 것 같다. 그리고 경험하지 못해 본 것들은 공부를 많이 했다.

Q. 민망했던 순간은 없었나.
클라라 :
이 영화에선 난희고, 성 전문가니까. 그렇게 나 자신을 잡아가니까 민망하진 않았다. 어쨌든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니까 몰라도 전문가인 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척을 하면서 점점 전문가가 됐다. 그땐 집중하다 보니까 민망할 겨를이 없었는데 오히려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더 민망하다. 다만 모든 사람이 알게 된 문제의 장면, 감독님이 얘기했던 그 장면은 의지할 곳이 없었다. 카메라를 두고 혼자서 표현해야만 했다. 그거 할 때는 어렵고 민망하긴 했다.

클라라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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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속 인물의 모습과 실제를 쉽게 오해한다. 악역을 하면 욕을 먹는 것처럼. 정말 성인용품을 사용하고, 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
클라라 :
그런 오해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역할을 잘했다는 거니까. ‘정말 너 그런 거 아니야’ 이렇게 보이면, 역할 소화를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릴 것 같다. (웃음)

Q. 그렇지 않아도 강한 섹시 이미지가 더 강조되겠다. 그러다 보면 섹시가 연기를 가릴 수도 있다. 다른 모습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클라라 :
그건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보여드릴 시간만 남은 것 같다. 아직도 해본 작품이 많이 없다. 이제 시작이다. 첫 장편영화고, 사실 스크린 속 내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난희 캐릭터를 여러 색깔로 잘 만들어주셨다고 믿는다. 영화를 통해서 그런 모습을 알아준다면 감사할 것 같다.

Q. 최근에 해외 진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클라라 :
올해 홍콩 필름 페스티벌 초청작 단편 영화를 찍게 됐다. 영어로 연기하는 거고, 영화제 초청작이라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중국 쪽에도 내 얼굴을 알릴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Q. 할리우드 이야기도 나오던데.
클라라 :
2015년도 목표다. 작년에 미국 갔을 때 좋은 기회를 통해 여러 제작진을 만났다. 그들을 만나 느낀 건 자유분방 하다는 점이다. 친구처럼 대화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그걸 바탕으로 캐스팅하더라. 또 한국 영화와 여배우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래서 ‘워킹걸’이 잘돼야 한다. 미국에까지 소문나서 클라라 연기도 알아봐 주시고. 올 2월에는 클라라의 존재를 어필하러 간다. 그냥 막연하게 가는 거다. 미국 쪽 일을 연결해주는 친구가 인맥을 통해 미팅 잡아주면, 그 안에서 열심히 어필하려고 한다. 그 친구 말이 1월 중순부터 3월까지 파일럿 시즌이라면서 그때 오라고 하더라.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똑똑 두드리고 있다.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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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앨범도 냈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 코리아나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뭐라 하던가.
클라라 :
아빠는 평가하지 않는다. 무조건 최고라고 하신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셔서 하고 싶은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여러 분야 활동하는 걸 제일 좋아하신다. TV에 많이 나오니까. 하하. 최근 ‘엠카운트다운’에서 ‘귀요미송’을 했는데 엄마가 좋아하셨다. ‘내 딸이 이런 모습이 있네’라면서 새로운 발견을 한다고.

Q.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그 당시엔 지금보다 해외 활동을 한다는 게 더 어렵고,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어쩌면 클라라가 아버지의 그런 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클라라 : 요즘에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 연기에만 집중했을 때는 몰랐던 부분인데 여러 활동하면서 아빠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빠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면서 정말 여러 국가에서 여러 경험을 하시지 않았을까. 그런 아빠의 피가 나한테 오지 않았나 싶다.

Q. 그런데 한편으론 한 분야만 ‘제대로’ 보여주기에도 어렵다. 그리고 솔직히 클라라는 어느 한 분야에서도 아직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 아닐까 싶다.
클라라 :
한 분야에만 있으면 나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러 분야를 하게 되면 각 분야에서 얻는 게 많다. 그것들이 연기할 때 도움된다. 에너지가 분산된다기보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함으로써 연기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그런 점이 나 자신을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 때문에 계속 도전과 시도를 하게 된다. 또 다방면으로 활동해서인지 여러 캐릭터 제안이 들어오는 것 같다.

Q. 클라라의 섹시는 익숙하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무엇인가.
클라라 :
만들고 싶었던 건 건강미 있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다. 항상 좋은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난희 역할도 그렇고. 다음에는 이와 반대로 청순가련한 인물을 하고 싶다. 하루하루의 삶을 굉장히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역할을. 내 이미지는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데, 반대의 역할을 했을 때 내 모습이 궁금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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