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교체를 겪은 그룹들, 쥬얼리, 카라, 걸스데이, EXID(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걸그룹 쥬얼리가 결국 데뷔 14년만에 해체를 선언했다. 2001년 1집 발표 이후 4기까지 거치며 멤버 교체를 통해 그룹명을 이어오던 쥬얼리가 결국 해체를 하게 된 것이다. 쥬얼리의 역사는 아이돌 그룹 멤버 교체의 득과 실을 함께 볼 수 있는 본보기가 됐다.쥬얼리는 2002년 2집 발표를 앞두고 정유진, 진은미 대신 조민아, 서인영을 영입했다. 영입은 성공했다. 쥬얼리는 2기로 컴백한 정규 2집 타이틀곡 ‘어게인’으로 반응을 끌어올리면서 이후 ‘니가 참 좋아’, ‘슈퍼스타’까지 사랑받았다. 서인영은 이후 2005년 ‘슈퍼스타’에서 털기춤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뒤 솔로 활동을 통해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교체가 약이 됐다.
쥬얼리는 ‘원 모어 타임’ 발표를 앞두고 조민아, 이지현과 이별하고, 김은정 하주연을 영입했다. ‘원 모어 타임’은 쥬얼리에게 골든디스크 대상을 안겨줬으나 이는 새 멤버 효과가 아니었다. 쥬얼리 3기는 사실상 박정아, 서인영 투톱 체제로 이뤄진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멤버들은 영입한 결과였다. 박정아와 서인영이라는 그룹의 핵심이 빠진 쥬얼리 4기는 결국 힘을 쓰지 못했다. 교체가 독이 됐다.
아이돌 멤버 교체가 약이 되는 경우는 그룹의 인지도가 쌓이기 전이다. 데뷔 초기에는 팬덤 형성이 이뤄지기 전이며 멤버 교체가 알려져도 화제를 모으거나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소속사의 경우, 일종의 시행착오로 멤버 교체를 통해 또 다른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한다. 카라는 1집 활동 이후 김성희가 탈퇴하고 구하라, 강지영을 영입했다. 걸스데이 또한 데뷔곡 ‘갸우뚱’에서는 민아, 소진, 지해, 지선, 지인으로 이뤄진 5인조였으며, 혜리와 유라는 데뷔 3개월 뒤인 두 번째 싱글부터 지선과 지인을 대신해 합류한 경우다. EXID도 데뷔 당시 하니, LE, 정화, 해령, 다미, 유지로 이뤄진 6인조였으나 데뷔곡 활동 이후 해령, 다미, 유지가 탈퇴하고 솔지, 혜린이 합류한 5인조로 재정비됐다. 헬로비너스도 최근 컴백을 앞두고 유아라, 윤조가 탈퇴하고 서영과 여름을 영입했다.
인지도가 쌓이기 전, 소위 뜨기 전의 멤버 교체는 그룹 인기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나인뮤지스의 경우, 9인조, 7인조, 8인조 등 여러 차례 멤버 교체를 시도했다. 현재 네 번째 활동곡 ‘뉴스’부터 합류한 경리가 팀내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애프터스쿨의 경우 데뷔 이후 유이, 레이나, 나나, 리지 등 멤버를 꾸준히 추가해 그룹 인지도와 멤버 인기를 동시에 높인 경우다. 멤버 교체나 추가는 데뷔 이후 발견한 그룹의 부족한 점을 채우거나 신선함을 주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된 것이다.
반면, 멤버 교체가 독이 되는 경우는 그룹 자체가 이미 상당히 자리잡은 경우에 쉽게 발생한다. 그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그에 따라 팬덤이 형성되고 그룹내 멤버의 역할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이미 대중과 팬에게 그룹에 대한 일정한 이미지가 심어지고 난 뒤 변화를 시도하게 되면 ‘더 이상 내가 좋아했던 그룹이 아니다’라는 낯섦이 생기게 된다. 쥬얼리의 경우, 쥬얼리 음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박정아와 서인영이 빠지게 되면서 쥬얼리의 이름은 그대로지만, 음악은 아예 달라지게 됐다. 카라의 경우, 니콜과 강지영이 빠지게 되면서 두 멤버로 인해 생겼던 카라의 음악색 또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인지도가 쌓이고 난 뒤의 멤버 교체는 팬덤의 이탈을 가져오게 된다. 쥬얼리를 대표하던 박정아와 서인영의 이탈, ‘카라=5인조’라는 등식의 붕괴 등 각 그룹의 상징성이 사라지고 난 뒤 돌아오는 후폭풍은 그룹의 다음 활동에 큰 치명타를 입힌다. 카라의 경우, 허영지가 예능에서 활약하면서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떠나간 팬심을 붙잡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는 “원년 멤버를 100% 다 교체한 뒤 성공한 대한민국의 걸그룹은 한 팀도 없다”며 “한국 팬덤의 정서에서는 멤버 교체를 수용하기 어려우며 한국은 AKB48이나 모닝구 무스메를 키우는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메인보컬의 목소리가 달라지면 대중은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멤버 교체의 독을 설명했다. 결국 아이돌 멤버 교체가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는 해당 그룹의 상징성과 핵심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렸다. 멤버 교체를 생각하고 있는 모든 아이돌 그룹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제국, DSP미디어,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예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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