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속 비상해서 공연에 남기지 않고 모두 퍼붓는 공연계의 큰 형님이 되고 싶어요. 오랫동안 하고 싶고 계속 진화하고 싶어요. 일상에 지친 여러분들에게 제 공연에서만큼은 환상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최고의 콘서트는 무엇일까? 대략 세 가지 정도 기준이 있다. 노래, 연주, 춤 등 ‘퍼포먼스’, 음향, 조명, 무대연출 등의 ‘시스템’,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가수가 바로 이승환이다.
이승환은 십수년 동안 ‘라이브의 황제’로 살았다. 4시간 공연을 처음 시작했고, 무대에서 관객에게 물총을 쐈다. 연주자에게 솔로연주 대신 춤을 시켰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면 ‘슈퍼 히어로’가 된다. 작은 체구로 들짐승마냥 무대 위를 헤집고 다니고 기인열전처럼 마이크스탠드를 돌려댄다. 날뛰는 와중에도 음정이 불안한 순간은 없다. 오죽하면 ‘공연계의 인간문화재’라는 말이 나왔을까? 만약에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책을 쓴다면 이승환은 가장 중요하게 거론돼야 할 가수 중 하나다.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 ‘이승환 콘서트 진짜 - SAVE the DF’은 이승환 콘서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이승환의 최근 금전적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올해 3월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를 발표하고 비상을 꿈꿨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사 드림팩토리가 잠정휴업에 들어갔다. 팬들이라면 이승환이 공연을 열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계속됐고 다행히도 매진사례를 이뤘다. 서울 공연에는 이틀간 1만2천 명이 몰렸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서울 콘서트는 그야말로 이승환 공연의 집대성이라 할 만큼 화려했다. 이승환은 회사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공연에도 아낌없이 퍼부었다. “‘히든싱어’ 방송 후 일주일 만에 공연이 매진되자 전 다시 장비를 사 모으기 시작했죠. 제가 우리나라에게 공연 장비 사 모으는 유일한 가수예요. 오늘 처음 보는 장비들이 마구 나올 겁니다. 25년째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의 노하우, 그리고 돈지랄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작은 차분했다. 무대 위에 등장한 이승환은 차분히 앉아 거울을 바라보며 ‘텅빈 마음’ ‘완벽한 추억’ ‘가족’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메들리로 노래했다. 앵콜에서나 부를 법한 히트곡이 두 곡이나 나와 조금 놀랐다. 이어 고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이승환은 ‘좋은 날’ ‘사랑하나요’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단박에 분위기를 띄웠다. 초반부터 2층에 있는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서 자연스럽게 스탠딩 공연이 됐다. 이승환은 여전히 마이크를 빙빙 돌리며 정력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의 여성 보컬 파트는 즉석에서 마이크를 관객에게 돌리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는 노래 짧게 불러서 ‘도대체 이건 뭘까’ 하시는 분들 계실 거예요. 예전에 절 좋아했던 된 소녀 팬들이 ‘히든싱어’를 보고 옛 생각이 나서 티켓을 구매했을 거예요. 그러면서 ‘아차’ 싶었겠죠. 제 2000년대 노래는 알지 못하고 ‘히든싱어’에 나온 네 곡만 알고 있을 테니. 그런데 제가 방금 그 네 곡 중 두 곡을 불러버렸네요. 공연은 3시간이 남았는데 남은 여정이 고민되시죠?” 남은 3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공연은 버라이어티했다. 매 곡마다 갖가지 연출이 가미돼 볼거리가 넘쳤다. 화려한 레이저 쇼와 함께 ‘내게’가 흐르고 이어 ‘크리스마스에는’에서는 무대에 거대한 인형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꽃’에서는 무대 위에 꽃이 피고 동시에 공중에서는 공들이 내려와 3D 특수효과 도트 이미지(Dot Image)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노란 잠수함이 하늘을 날기도 했다. 누군가는 ‘과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물량공세가 다름 아닌 이승환이었다. 그의 콘서트는 단순히 노래만 듣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팬들의 사랑도 대단했다. 이승환의 팬들은 자발적으로 준비한 종이 꽃가루, 종이비행기, 휴지폭탄 등을 ‘사랑하나요’ ‘가족’ ‘물어본다’ 등의 곡 후렴구에 맞춰서 공중에 뿌려댔다. 그 타이밍이 정확해서 처음에는 하나의 팬클럽에서 기획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팬들이 각자 알아서 따로 준비를 한 것이었다. 이승환의 열성 팬 권은수 씨는 “팬들이 각자 알아서 해오고 싶은 만큼 준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며 “팬이라면 어떤 곡에서 뭘 뿌려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80~90년대 히트곡들도 이어졌다. 이승환은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한 사람을 위한 마음’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노래하며 “많은 분들이 노래를 들으며 24~25년 전을 추억하시는 군요. 이 노래를 안다면 당신은 노인네”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천일동안’ ‘가족’ 등의 대표 발라드들도 이어졌다. 막판에는 ‘?스타 되기’ ‘제리제리고고’ ‘붉은 낙타’ 등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로커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있었지만, 역시 최고의 감동은 노래에서 나왔다. 이승환은 얼굴만 동안인 것이 아니라 체력과 목소리에서도 젊은이처럼 활력이 넘쳤다. 이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준 선물일 것이다. 특히 앵콜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에서는 마이크를 떼고 육성으로 노래하며 엄청난 성량을 과시했다. 역시 이승환의 무모함은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을 마친 이승환은 무대를 내려가면서 “무대 밑으로 내려갔을 때에는 세상의 모든 아픈 아픔을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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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콘서트는 무엇일까? 대략 세 가지 정도 기준이 있다. 노래, 연주, 춤 등 ‘퍼포먼스’, 음향, 조명, 무대연출 등의 ‘시스템’,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가수가 바로 이승환이다.
이승환은 십수년 동안 ‘라이브의 황제’로 살았다. 4시간 공연을 처음 시작했고, 무대에서 관객에게 물총을 쐈다. 연주자에게 솔로연주 대신 춤을 시켰다. 그는 무대에 올라가면 ‘슈퍼 히어로’가 된다. 작은 체구로 들짐승마냥 무대 위를 헤집고 다니고 기인열전처럼 마이크스탠드를 돌려댄다. 날뛰는 와중에도 음정이 불안한 순간은 없다. 오죽하면 ‘공연계의 인간문화재’라는 말이 나왔을까? 만약에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책을 쓴다면 이승환은 가장 중요하게 거론돼야 할 가수 중 하나다.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 ‘이승환 콘서트 진짜 - SAVE the DF’은 이승환 콘서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이승환의 최근 금전적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올해 3월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를 발표하고 비상을 꿈꿨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회사 드림팩토리가 잠정휴업에 들어갔다. 팬들이라면 이승환이 공연을 열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계속됐고 다행히도 매진사례를 이뤘다. 서울 공연에는 이틀간 1만2천 명이 몰렸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서울 콘서트는 그야말로 이승환 공연의 집대성이라 할 만큼 화려했다. 이승환은 회사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공연에도 아낌없이 퍼부었다. “‘히든싱어’ 방송 후 일주일 만에 공연이 매진되자 전 다시 장비를 사 모으기 시작했죠. 제가 우리나라에게 공연 장비 사 모으는 유일한 가수예요. 오늘 처음 보는 장비들이 마구 나올 겁니다. 25년째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의 노하우, 그리고 돈지랄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작은 차분했다. 무대 위에 등장한 이승환은 차분히 앉아 거울을 바라보며 ‘텅빈 마음’ ‘완벽한 추억’ ‘가족’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메들리로 노래했다. 앵콜에서나 부를 법한 히트곡이 두 곡이나 나와 조금 놀랐다. 이어 고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이승환은 ‘좋은 날’ ‘사랑하나요’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단박에 분위기를 띄웠다. 초반부터 2층에 있는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서 자연스럽게 스탠딩 공연이 됐다. 이승환은 여전히 마이크를 빙빙 돌리며 정력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의 여성 보컬 파트는 즉석에서 마이크를 관객에게 돌리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아는 노래 짧게 불러서 ‘도대체 이건 뭘까’ 하시는 분들 계실 거예요. 예전에 절 좋아했던 된 소녀 팬들이 ‘히든싱어’를 보고 옛 생각이 나서 티켓을 구매했을 거예요. 그러면서 ‘아차’ 싶었겠죠. 제 2000년대 노래는 알지 못하고 ‘히든싱어’에 나온 네 곡만 알고 있을 테니. 그런데 제가 방금 그 네 곡 중 두 곡을 불러버렸네요. 공연은 3시간이 남았는데 남은 여정이 고민되시죠?” 남은 3시간은 금방 지나갈 정도로 공연은 버라이어티했다. 매 곡마다 갖가지 연출이 가미돼 볼거리가 넘쳤다. 화려한 레이저 쇼와 함께 ‘내게’가 흐르고 이어 ‘크리스마스에는’에서는 무대에 거대한 인형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꽃’에서는 무대 위에 꽃이 피고 동시에 공중에서는 공들이 내려와 3D 특수효과 도트 이미지(Dot Image)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노란 잠수함이 하늘을 날기도 했다. 누군가는 ‘과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물량공세가 다름 아닌 이승환이었다. 그의 콘서트는 단순히 노래만 듣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팬들의 사랑도 대단했다. 이승환의 팬들은 자발적으로 준비한 종이 꽃가루, 종이비행기, 휴지폭탄 등을 ‘사랑하나요’ ‘가족’ ‘물어본다’ 등의 곡 후렴구에 맞춰서 공중에 뿌려댔다. 그 타이밍이 정확해서 처음에는 하나의 팬클럽에서 기획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팬들이 각자 알아서 따로 준비를 한 것이었다. 이승환의 열성 팬 권은수 씨는 “팬들이 각자 알아서 해오고 싶은 만큼 준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며 “팬이라면 어떤 곡에서 뭘 뿌려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이 준비한 카드
이뿐만이 아니다. 이승환의 팬들은 ‘세월이 가면’을 따라 부를 때에도 원곡이 아닌 이승환 버전(‘기억해줘요↓’가 아닌 ‘기억해줘요↑오↓’로 끝남)으로 노래했다. 전체 관객 중 0.7%를 차지한다는 10대 팬들이 준비한 ‘아조띠가 됴아듀금(아저씨가 좋아 죽음)’이라는 플래카드도 눈길을 끌었다. 이승환은 “넌 지금 엑소를 들어야 해. 아저씨는 엑소처럼 춤을 못 춰. 그래도 좋아?”라고 말하며 흐뭇해했다.80~90년대 히트곡들도 이어졌다. 이승환은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한 사람을 위한 마음’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노래하며 “많은 분들이 노래를 들으며 24~25년 전을 추억하시는 군요. 이 노래를 안다면 당신은 노인네”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천일동안’ ‘가족’ 등의 대표 발라드들도 이어졌다. 막판에는 ‘?스타 되기’ ‘제리제리고고’ ‘붉은 낙타’ 등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로커 본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있었지만, 역시 최고의 감동은 노래에서 나왔다. 이승환은 얼굴만 동안인 것이 아니라 체력과 목소리에서도 젊은이처럼 활력이 넘쳤다. 이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준 선물일 것이다. 특히 앵콜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에서는 마이크를 떼고 육성으로 노래하며 엄청난 성량을 과시했다. 역시 이승환의 무모함은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을 마친 이승환은 무대를 내려가면서 “무대 밑으로 내려갔을 때에는 세상의 모든 아픈 아픔을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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