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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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해를 누구보다 부지런히 달려왔다.

배우 윤종훈은 지난 해 Mnet 음악 드라마 ‘몬스타’로 데뷔했고, 그 이전 10년 가까운 긴 무명 생활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꽃피웠다. 올해 역시도 tvN ‘응급남녀’, SBS 플러스 ‘여자만화 구두’를 지나, SBS 일일 드라마 ‘사랑만 할래’를 통해서는 첫 지상파 데뷔와 주연 데뷔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자랑할 만한 성과도 거머쥐었다. 비록 배역은 작으나 존재감은 확실했던 tvN ‘미생’과 OCN ‘닥터 프로스트’까지 합한다면 그가 한 해 출연한 작품은 모두 5개. 제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그가 주어진 시간을 참으로 차곡차곡 채워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풍성한 마음으로 연말을 맞게 될 윤종훈이지만,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보다 늘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는 은근한 무심함 마저 가진 그는 그렇게나 부지런히 달려왔음에도 달뜬 표정을 가지는 법이 없다. 그것이 그의 내공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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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 할래’ 김우주 : 일일 혹은 주말 드라마에서나 만날 수 있는 밝고 맑은 남자


Q. 긴 호흡의 일일 드라마를 마쳤다. TV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거리 레이스를 달린 셈이다.
윤종훈 : 처음으로 그렇게 긴 작품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기어코 찾아오더라. 총 7~8개월 가량 촬영했는데, 한 캐릭터를 그렇게나 오래 연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Q. 그래도 ‘사랑만 할래’의 우주는 극중 가장 밝은 역할이었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윤종훈 : 극이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형의 이야기로 쏠리다보니 격정적으로 감정이 담기는 대사는 없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사실 일상적 연기가 가장 힘든 것이더라. 아무렇지 않게 ‘밥 먹었어?’ 등, 흔히 하는 대사를 하는데도 ‘와 ‘연기 좋다’ 하는 느낌을 주는 선배들을 보면 정말이지 감탄스럽다.

Q. 게다가 일일극 특성상 선배 연기자들과 가까이서 연기를 배울 수 있게 된다.
윤종훈 : 그 점은 정말 큰 장점이었다. 선생님들이 ‘우주야, 밥 먹었어?’라는 대사를 하시면 무언가 가슴으로 치는 듯, 대사의 느낌이 다르다. 신기했다. 나도 어서 저런 호흡과 연기를 가진 배우가 되어야지. 싶었다.

Q. 참, 이번에 처음으로 연기로 결혼을 했다. 장거리였던 만큼 아내 역 김예원과는 남다른 동지애가 들었을 것도 같다.
윤종훈 : 아, 정말로 진짜 부부들이 ‘남편 잘못 만나, 아내 잘못 만나 고생 많이 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나. 내가 딱 예원에게 그런 마음이 들더라. 드라마가 막바지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못난 남편 만나 고생 많았다’라는 말이 나왔다. 물론 예원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그런 마음이 들었다. 또 실제로는 정말 여성스러운 예원이 마지막 촬영 이후 펑펑 우는데 가슴이 아프더라. 마치 이혼이라도 하는 듯했달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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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 이상현, 그래그래 장그래의 신상 수트에 기어코 젓갈 냄새가 배게 만든 바로 그 남자

Q. 일일 드라마 스케줄 가운데 ‘미생’ 촬영을 하게 됐다. 또 악역이었다. 데뷔작을 함께 했던 김원석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윤종훈 : 감사했다. 김원석 감독님이 만약 다음 작품에서 ‘너는 나무를 해라’라고 한다해도 나는 기꺼이 할 것이다. 또 감독님께서는 ‘이상현 역할이 이러이러해. 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봐주셨고, 정말이지 정윤정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몬스타’와 똑같았기에 행복한 작업이기도 했다. 두 작품을 병행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활력소가 됐달까. 한 캐릭터를 오래 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숨통이 트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Q. 그런데 ‘미생’의 이상현, 정말 얄미웠다. 정말 정말 너무 얄미웠다(웃음). ‘몬스타’ 보다 업그레이드 된 악역 연기였다
윤종훈 : 주변에서 이상현을 그렇게까지 싫어할 줄은 예상 못했다(웃음). 문자가 많이 왔는데, ‘와,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이야’ 했었다.

Q. 실제 마스크는 우주처럼 한없이 착하고 맑은데, 연출가들은 당신 얼굴에서 의외의 면모를 기어코 찾아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윤종훈 : 착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한편, 감독님들은 다른 면들을 끄집어내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사실 이상현을 연기하며 신재록(‘몬스타’ 속 그의 배역)과 같을까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진짜 직장인의 세계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얄미울 수 있을까에 대해. 예를 들어, 안영이(강소라)를 괜히 터치하는 그런 신을 놓고도 대화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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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 프로스트’ 강진욱, 소심함 속에 가둬놓은 위험한 트라우마를 끝내 터뜨려버린 남자

Q. ‘닥터 프로스트’ 속 살인 용의자 연기 역시도 당신에게는 큰 도전이 됐다. 새로운 캐릭터에 임하는 당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윤종훈 : 역시 연출자, 작가와 대화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혼자만 열심히 준비하고 꽉 짜서 현장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현장은 늘 여러가지 타격감을 주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한 뒤,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됐다.

Q. 그러고보면 ‘몬스타’와 비교했을 때, 연기적 성장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윤종훈 : ‘몬스타’ 때는 정말이지 무식하게 연기한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고 밀어부쳤다면, 최근 세 작품은 전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의심이 되면 바로 물어보면서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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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14년 12월의 윤종훈

Q. 과거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편안한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사실 ‘미생’이나 ‘닥터 프로스트’ 속 캐릭터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부로라도 대중과 거리를 둬야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도 많다. 당신의 생각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나.
윤종훈 : 아직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맡은 배역이 신비스러운 느낌이라면 몰입을 높이기 위해 일부로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내가 길거리를 어슬렁 거리고 다닌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깬다’ 라고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Q. 참으로 많은 작품과 함께 한 1년인데, 혹시나 스스로의 한계와 대면했다고 느낀 순간은.
윤종훈 : 언젠가 한 번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자존심도 상할 것이다. 아니다, 내가 그런 순간을 못 만난 것은 아닌 것 같다. 늘 배역에 다가가는 중간에 그런 기분을 느낀다. 절망감 속에 배역을 찾아갔었다. 하지만 마친 이후에는 ‘다행히도 잘 넘어간 것 같네’라는 느낌이 들어 잠깐 잊은 것 같지만, 돌이켜보니 우주를 준비할 때도 상현을 준비할 때도 나는 늘 그런 순간을 느꼈었다. 주변에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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