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십센치, 향니, 진수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토이, 십센치, 향니, 진수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토이, 십센치, 향니, 진수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그렇게 우린 변해가고, 시간은 멋대로 흐르고, 하나둘씩 떠나네, 저 멀리 이사를 가고,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우린 행복해진 걸까

토이 ‘취한 밤’ 中

토이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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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의 정규 7집. 유희열로서는 데뷔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발표한 앨범이다. 여러 가지 음악적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토이는 확실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마니아들 외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희열을 알게 된 불특정 다수의 대중도 토이의 음반을 기다리게 됐다. 나름의 고민이 컸을 터. 결국 유희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게스트들과 함께 해 전 곡을 타이틀곡으로 해도 좋을만한 앨범을 만들어냈고, ‘음원차트 올킬’이라는 대중적인 성과도 거뒀다. 음반의 베스트 트랙이라 할 수 있는 첫 곡 ‘리셋(Reset)’부터 유희열의 범상치 않은 작법과 이적의 출중한 보컬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수현이 노래한 ‘굿바이 선, 굿바이 문(Goodbye Sun, Goodbye Moon)’은 6집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에 이어 유희열의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에 대한 애정을 느껴볼 수 있는 곡. 이외에 김동률, 크러쉬 & 빈지노 등이 참여한 곡들 모두 차트에서 각광받을 만한 곡들이다. 헌데 토이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만 못하다는 말들도 있다. 이유가 뭘까? 1.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2. 유희열이 변한 것일까, 우리가 변한 것일까? 3. 희소성이 떨어진 유희열에 대한 섭섭함이 청자의 심기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4. ‘세 사람’이 기존의 토이 표 발라드(라고 쓰고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코드 진행이라고 읽는다)와 달라서? 답을 골라보라.

십센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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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십센치다운 앨범이다. 십센치는 십센치 나름의 ‘스피릿’이 있다. 장난스러움, 치기어림, 결핍, 갈구(뭘?), 솔직담백함, 끈적거림, 그리고 은근히 문학적인 가사 등등. ‘3집에 대한 부담감’에서 “아메리카노 같은 거면 되나, 사실은 소 뒷발로 쥐 잡은 듯이 얻어 걸린 거라 더는 못 만들지, 야한 노랠 만들어야 하나, 막 끈적하고 더럽고 그럼 되나, 솔직히 내 생활은 너무 순진해서, 주워들은 이야기도 바닥났네’라고 허심탄회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십센치 그 자체다. 전작인 2집에서 십센치는 포크 이외의 장르를 십센치답게 재해석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며 은근 음악적인 욕심도 내비쳤다. 3집은 장식을 드러내고 십센치의 순정을 담아낸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들이 잘하는 어쿠스틱음악에 충실하다보니 ‘담배왕 스모킹’과 같이 통기타로 메탈을 연주하는 듯한 재밌는 곡도 나왔다. 이런 시도가 십센치다운 것이고, 이는 다른 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그리워라’ ‘스토커’ ‘짝사랑’ 등과 같이 서정성을 표현하는 감성은 더욱 섬세해졌다. 야한 가사는 전보다 줄었는데, 이것이 섭섭하다면 다음을 또 기약하도록 하자. 십셉치가 섹스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섹스 이야기만 하는 팀은 아니니까.

향니 ‘첫사랑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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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싱어송라이터 향니를 처음 본 건 작년 여름 라이브클럽 롤링홀에서 열린 ‘헬로루키’ 공개 오디션 현장에서였다. 자유분방하게 피아노를 치며 기기묘묘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꽤 놀랬더랬다. 재즈의 어법을 가진 화려한 피아노 연주에 약간 광기가 들린 보컬이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당시 심사를 맡은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향니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불안하게 하려면 완전히 불안에 빠지게, 미치게 만들면 어떨까? ‘나를 따르라’는 마음으로 앞장서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경연에는 떨어졌지만, 그날 이후 앨범이 기대되는 신인으로 향니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데뷔작 ‘첫사랑이 되어줘’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앨범이다. 경연 때보다 다소 정리됐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는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기본적으로 향니의 피아노와 노래가 곡을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으며 밴드 멤버들은 향니의 아이디어를 잘 거들 뿐이다. 마치 향니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뮤지컬의 OST를 듣는 느낌이랄까. 멜로디, 가사, 편곡 등 향니로 가득 찬 앨범으로 올해 신인 여성 뮤지션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넌 나의 롤모델’이란 노래가 있는데 향니의 음악적 롤모델은 시이나 링고(동경사변)가 아닐지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진수킴 ‘파랑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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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진수킴(김진수)의 1집. 진수킴을 처음 만난 건 자라섬에서였다. 2012년에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재즈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를 인터뷰했을 때 통역을 도와줬던 진수킴은 올해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열린 자라섬 국제 재즈 콩쿨에서 수상을 하는 영광을 안았다. 자연스레 그의 솔로앨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재즈 기타리스트들의 경우 첫 솔로앨범에서는 트리오 또는 퀄텟의 정통적인 편성으로 비밥을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다.(이것은 재즈의 전통 속에서 자신의 어법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헌데 진수킴은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몇 곡에선 노래도 했다. 동명의 곡 ‘파랑예보’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브라질리언 뮤직 위로 기타 본연의 울림을 잘 살린 악곡이다. 이외에 ‘꿈꾸는 소녀’ ‘널 바래다주던 길’ ‘인연’ 등은 재즈 기타 연주 위로 보컬이 함께 하고 있다. 노래가 나오지만 일반 포크처럼 기타가 반주를 하는 소극적인 역할이 아니라, 보컬과 5대5 이상으로 곡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재즈 위로 노래를 하는 뮤지션들이 여럿 있는데 진수킴은 리처드 보나와 같은 리리시즘이 언뜻 느껴지기도 한다. ‘루시드 드림(Lucid Dream)’에서는 서정적인 진행 위로 적극적인 기타솔로를 펼쳐 색다른 맛을 선사하기도 한다. 진수킴은 단지 연주자를 넘어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종합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써니킴 & 벤 몬더 ‘The Shining Sea’
The Shining Sea 커버
The Shining Sea 커버
벤 몬더와 써니 킴이 2013년 10월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듀오로 가진 라이브를 녹음한 실황 앨범. 당시 이 공연을 보러 가서 둘을 인터뷰했다. 둘이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벤 몬더라는 연주자가 무척 궁금했다) 써니킴이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 유학 시절 벤 몬더는 그곳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었다. 둘은 학교에서 만난 적이 없지만, 써니 킴은 벤 몬더의 ‘Hatchet Face’라는 반복이 하나도 없는 15분짜리 연주를 응용해 곡을 만들기도 했다고. 뉴욕에서 재회한 둘은 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즉흥 잼세션을 했다고 한다. 이 앨범은 그러한 연습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앨범에 대한 콘셉트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선곡을 의논한 정도로, 연주는 거의 즉흥적으로 진행이 됐다. 벤 몬더 가진 음악과 써니 킴의 음악이 아무런 장벽 없이 만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벤 몬더가 아르페지오를 통해 반주를 하는 형태이지만, 때로는 써니 킴이 보컬로 깔아주는 소리 위로 벤 몬더가 유영하듯이 연주를 쏟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써니 킴이 간헐적으로 전자음을 깔면서 색체가 만져지는 듯한 강렬한 사운드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다가 돼주는 셈이다. 앨범을 듣고 있으니 그날 현장에서의 마법과 같은 순간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망각화 ‘The Ru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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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망각화의 정규 3집. 2003년 부산에서 결성돼 활동 10년차를 넘긴 망각화는 성실한 활동을 이어오며 인디 신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이번 앨범에서는 ‘뚝심’ 비슷한 것도 느껴진다. 최근의 밴드들을 보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뿅뿅’거리는 음악이 유행하다보니 신디사이저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댄서블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정작 좋은 ‘곡’이 나오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망각화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좋은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사운드를 내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신보에서는 기름진 악기의 톤을 잘 살린 한층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히 매혹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실로 오랜만에 멜로디와 가사로 이야기할 수 있는 록 앨범이 나왔다. 최근의 인디 신에서 망각화와 같은 음악은 어필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반가운 앨범.

규현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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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의 발라드 앨범.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SM 더 발라드’ 등의 프로젝트가 있긴 했지만 규현이 이런 발라드 앨범을 내다니!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다. 결과는 매우 좋다. 규현의 ‘광화문에서’는 올해 SM에서 나온 싱글을 통틀어 음원차트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규현은 기자회견에서 “2년 전부터 준비 했고 이수만 선생님이 예전부터 회식 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SM의 이광조로 만들겠다고 하셔서 별명이 조광조였다. 그게 2007년도였는데 7년 뒤에 앨범이 나왔다”고 말했다. 요즘 친구들은 옛 발라드 가수로 이문세 정도를 알겠지만, 그 이전에 이광조라는 걸출한 존재가 있었는데, 이수만은 그 시대를 누구보다도 잘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광조 시절의 옛 어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광화문에서’는 SM의 전속 작곡가 켄지가 만들었는데 신선한 시도를 하기 보다는 서정적인 발라드의 전형적인 미감을 잘 살리고 있다. 올 한해 몇몇 주요 그룹들이 축소되는 등 여러 위기를 겪었던 SM으로서는 ‘우리는 이런 것도 잘 만든다’는 사실을 이 앨범으로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핑크 플로이드 ‘The Endless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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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의 20년 만의 신보. 정확히는 1994년에 데이빗 길모어, 릭 라이트, 닉 메이슨 3인 체제로 만들어진 ‘더 디비전 벨(The Division Bell)’ 앨범 세션 당시의 공개 되지 않았던 음악을 편곡 및 프로듀싱해 공개하는 앨범으로 2008년에 사망한 릭 라이트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20년 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새로 만든 앨범은 아닌 것. 팬들이라면 과연 이 앨범이 핑크 플로이드의 ‘완벽한’ 디스코그래피에 포함되기에 충분한 음악인지에 궁금증이 쏠릴 것이다. ‘더 엔들레스 리버’는 기본적으로 ‘더 디비전 벨’의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이 원곡에 새로 보컬을 입히지 않고(보컬 곡은 ‘라우더 댄 워즈(Louder Than Words)’ 한 곡뿐이다) 연주곡을 위주로 앨범을 채운 것을 보면 원래 녹음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서막을 여는 ‘씽즈 레프트 언세드(Things Left Unsaid)’의 뒤로 이어지는 ‘이츠 왓 위 두(It’s What We Do)’의 광활한 신디사이저와 깊은 기타 벤딩 소리, 그리고 ‘아니시나(Anisina)’의 평온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핑크 플로이드다. 뭐,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레드 제플린 ‘Houses Of The H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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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도 가끔 “비틀즈,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중 누가 최고일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해본다. ‘록’으로 한정짓는다면 단연 레드 제플린이 최고라고 생각해왔고, 이는 변함이 없다. 최근 레드 제플린의 앨범들이 리마스터 버전으로 재발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장삿속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리마스터링 작업은 새로운 세대에게 고전을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만으로도 환영하고 싶다. 흔히 4집이 최고작으로 꼽히지만 레드 제플린 마니아들은 5집 ‘하우시스 오브 더 홀리(Houses of The Holy)’와 6집 ‘피지컬 그래피티(Physical Graffiti)’를 최고라 말하기도 한다. 4집까지 블루스, 포크, 로큰롤, 그리고 하드록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록의 요소를 총망라한 레드 제플린은 ‘하우시스 오브 더 홀리’를 통해 새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제시했다. 기타의 오버더빙을 통해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들려준 ‘송 리메인스 더 세임(Song Remains The Same)’, 8분 가까이 이어지는 대서사시 ‘더 레인 송(The Rain Song)’ 외에 펑키한 R&B의 맛을 살린 ‘더 크런지(The Crunge)’, 레게리듬의 저메이커(D’Yer Make’r) 등이 레드 제플린 음악세계의 확장을 보여준다. ‘댄싱 데이스(Dancing Days)’는 지미 페이지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곡.

Various Artists ‘Round Nina - A Tribute to Nina Si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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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삶을 살다 간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니나 시몬을 헌정하는 트리뷰트 앨범. 흔히 3대 재즈 보컬리스트로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을 꼽곤 하는데 니나 시몬은 이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음악적 커리어를 쌓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데,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 델피가 에단 호크에게 니나 시몬의 콘서트를 본 이야기를 한다.(배경음악으로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 흐른다) 앨범에는 그레고리 포터, 멜로디 가르도트, 나윤선 등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참여해 니나 시몬의 오리지널 및, 그녀가 즐겨 불렀던 레퍼토리를 재해석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니나 시몬은 아우라가 굉장한 뮤지션이다. 참여 아티스트들은 현대적인 어법을 섞으면서도 니나 시몬의 영적인 분위기에 최대한 다가가려 하고 있다. 때문에 곡들은 어둡고 더러 음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연주는 보얀 지(피아노), 크리스토프 밍크(베이스), 시릴 아테프(드럼)의 트리오를 기본으로 곡에 따라 색소폰, 기타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요새는 이런저런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찾아듣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니나 시몬의 원곡을 필히 찾아서 감상하길 바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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