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왕’에서 신주환은 단연 눈에 띈다. 동명 웹툰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만 같다. 영화에 대한 갖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신주환 만큼은 평가가 같다. 원작 웹툰 속 창주 캐릭터와 똑 닮았다는 것. 신주환 본인도, 가족들도, 주위의 선후배들도 모두 ‘닮았다’다고 한마디씩 건네는 게 당연해 보일 정도다.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왔던 신주환의 출발은 성공적이다. ‘패션왕’을 통해 이름 석 자는 제대로 박았다.

이제 걸음마를 뗀 신주환은 큰 꿈을 품었다. 원래 꿈은 크게 꾸는 법이라면서 그가 건넨 말은 “흥행성과 연기력을 다 갖춘 배우를 넘어 세계시장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텐아시아와 만난 그는 직접 자신을 소개한 자기소개서에 이어 연기와 연출 그리고 꿈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이어집니다.)

Q. 앞서 자신을 소개한 걸 보니 애당초 감독에 꿈이 있었던 건 아니다.
신주환 :
그렇다. 미쟝센 영화제 끝나고 나서 ‘패션왕’을 투자 배급한 뉴 관계자분을 만나게 됐고, ‘연가시’ 제작사인 오죤필름에서 명함을 받았다. 이게 전부 연출 때문에 받은 거다. 굉장히 신기했다. 배우가 꿈이고, 연출할 돈도 없다고 했는데 ‘상업영화 연출하는데 자기 돈 들어갈 게 뭐 있느냐. 연출할 뜻이 없다는 이야기인가요’라고 묻는 거다.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꿈은 배우라고 했다. 이후 오죤필름 대표가 심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해줬고, 미팅한 날 바로 계약했다.

Q. 심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배우 할 얼굴이 아니다’고 했다면서 어떻게 계약은 바로 했나.
신주환 :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서는 다 칭찬이었다. 담고 있는 메시지도 공감할 수 있고, 네가 앞으로 잘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셨다. 이게 뭐지 싶을 정도였는데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하는 거다. 당시 미팅만 온 거로 생각해서 도장도 안 가져갔다. 그래서 지장으로 계약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판이 깔린 거다. 정말 가능성을 보고 선택한 거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Q. 연출 및 주연한 33분 분량의 단편 ‘섹스킹’은 제1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국내 경쟁 후보에 올랐고, 제8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플라이아시아나 최우수 단편 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출로도 꽤 재능이 있나 보다.
신주환 :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할 수 없는 걸 모두 경험한 것 같다. 파리에서 내 영화를 틀고, 외국인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곧바로 비행기 타고 와서 ‘패션왕’ 기자간담회 와서 플래시 세례도 받아보고. 지금도 사실 신기하다.


Q. 그러다가 ‘패션왕’은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주위에서는 ‘패션왕’ 주연을 맡은 주원과 같은 소속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신주환 :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 이면에는 부러워하는 부분도 있을 거다. 그리고 칭찬이나 축하를 해주면 겸연쩍은 마음에 ‘끼워팔기’라고 돌려서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후문으로 들은 바로는 한 번에 된 것은 아니었다. 신인이라서 검증이 안 됐으니까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회사(소속사)의 노력과 나를 잘 봐준 게 작용했던 듯싶다. 그리고 같은 회사 사람들이 많이 들어간 건 사실이나 그런 이야기를 안 듣기 위해서는 정말 내가 잘할 수밖에 없었다. 주원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면 민망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됐다’ 이럴 수 없었다. 오히려 더 겸손해졌다.

Q. ‘패션왕’은 동명 웹툰을 영화화했다. 웹툰에는 관심이 많았나.
신주환 :
웹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후배들이 닮은 사람이 나오니까 보라는 거다. 어떤 인물인지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보시면 안다고 했다. 그걸 기점으로 ‘패션왕’을 보게 됐다. 영화와는 상관없이. 그런데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이 역할 위주로 보라고 했던 게 창주였다. 어쩌면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션 전부터 시나리오와 웹툰을 중점적으로 봤다.

Q. 신기했겠다. 영화와 상관없이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딱 그 역할을 맡게 됐으니까.
신주환 :
굉장히 신기했고, 운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몇 명만 이야기했던 거라 닮으면 얼마나 닮았겠어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부모님께 창주 역 맡았다고 해서 웹툰을 보여드렸더니 내 아들이지만, 닮았다고 하셨다. 게다가 ‘패션왕’ 고사 끝나고 뒤풀이에서 기안84 형님을 만났는데 보시자마자 닮았다고 하는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떨떨했다. 그러다 포스터가 공개되고 나서 진짜 닮은 건가 싶어 누나한테 물어보니 정말 닮았다고. 성격적으로, 외관적으로도 그렇다. 잘 맞은 옷을 입은 것 같다.

Q. 나중에 웹툰을 접한 사람이라면, 마치 신주환을 모델로 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닮긴 했다.(웃음)
신주환 :
그렇다고 나를 모델로 쓴 건 아니고. (웃음) 모든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사람들이 있다. 기안84 형님이 말하길, 창주 캐릭터는 ‘얼짱’ 한진호 씨를 모델로 했다. 물론 내가 한진호 씨를 닮은 건 아니다.

Q. 첫 연기인데, 그런 점에서 선택하는 건 조금 쉬웠겠다.
신주환 :
맞다. 시나리오 자체에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그런데 연기 전공한 친한 친구들은 우려가 있었다. 너무 튀는 인물이다 보니 이미지나 방향에서 힘들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나한테 온 좋은 기회였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린 거로 생각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Q. 웹툰과 닮았다 해도 영화는 또 다르다. 영화에서도 닮아 보이기 위해 준비를 했을 텐데.
신주환 :
일단 화장하고 다닌 적도 없고, 옷에 관해 관심이 있었던 편도 아니다. (웃음) 창주 입장에서 생각했다. 만화적으로만 가면 이질적일 거고, 그렇다고 사실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누나 펜슬을 빌려서 아이라인을 그려보기도 하고, 웹툰을 참고하면서 이 캐릭터가 살아 숨 쉴 것 같은 사실성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말투를 잡은 게 있다. 학교 다닐 때 한 학년 위인 선배가 있는데 그 형님 말투다. 재밌는 건 ‘타짜-신의 손’에 동기들이 나오는데 그 친구들도 그 말투를 쓰고 있다. 그 형님 역시 배우가 꿈이었는데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 말투를 사용하게 됐다.

Q. 아무리 닮았더라도 처음 연기하는 거다. 당연히 어색함이 있었을 거고, 처음엔 적응하지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신주환 :
처음에는 얼어 있었다. 연기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면, 대부분 초반에 찍은 것들이다. 주위에서 괜찮다는 응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익숙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연기보다 연기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가령 감독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거다. 그런데 감독님이 ‘창주야, 창주야’ 불러주니까 진짜 창주가 된 것 같기도 했고. 나름대로 적응했다고 생각한 기점은 남정(김성오) 사무실에서 뭔가를 하는데 거부감을 안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촬영하면서 징크스가 있었다. 어느 날 원색 색깔의 속옷을 입었는데 잘했다고 칭찬받았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원색 속옷을 고집했다. 며칠간 촬영할 때는 원색 속옷을 싸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거에 휘둘리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다른 속옷을 입었는데 괜찮아졌다. 아무래도 그만큼 부담이 있었고, 절실했던 것 같다.

Q. 막상 내가 연기한 게 큰 스크린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했을 텐데.
신주환 :
한마디로 긴가민가했다. 스스로 연기한 걸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긴가민가했던 게 사실인데 걱정보다는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본 것 같다. 어떤 용기를 얻을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오글거림은.
신주환 :
사실 오글거리는 장면보다 평소 쓰는 말이 아니라서 걱정했다. 처음에는 입에 붙지 않은 게 있어서 나름대로 수정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멘붕’ 온 적도 있다. 그러다가 점점 현장에 익숙해지면서 애드리브를 했는데 괜찮은 거다. 그렇게 노하우를 배워 갔다.

Q.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꿔왔다. 그리고 엑스트라를 경험하면서 스타를 생각했을 테고. 그런 뿌듯함이 있겠다. 자칫 그게 자만으로 갈 수도 있지만.
신주환 :
자신을 알기 때문에 자만은 절대 아니다. 부족한 것도 많이 봤고, 걱정도 많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만할 수가 없다. 엑스트라를 할 때 스타를 보면서 언젠가 저기까지 가겠어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땐 마냥 신기했을 뿐이다. 촬영할 때 주원 등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 보면서 그때 생각 때문에 신기했다. 그리고 동경하고 바라봤던 사람들과 같이 뭔가 호흡하고, 농담하는 내가 뿌듯하기도 했다.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이렇게 태어난 것도 감사하고.


Q. 이제 한 편을 마쳤다. 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신주환 :
결과보다는 과정을 좀 더 느끼려고 하는 편인데 과정이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신인배우로 첫발을 내딛는, 상업영화 현장 중에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 캐릭터 적으로도 좋은 캐릭터를 만났다. 웃길 때 웃기지만, 가슴 아픈 부분도 보이고. 친구를 위해 헌신하고, 가지 일처럼 좋아하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또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부분이란 게 소중했고, 감사한 부분이다. 캐릭터가 셌던 만큼 다음에 다른 캐릭터를 보였을 때 큰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Q. 다음 계획이 있나.
신주환 :
상업영화 장편 연출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일단 연출은 모든 걸 아우르는 자리인데, 그러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OK 시점이었는데 고사했다. 배우 입지를 다지고 난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봉되고 나서 바빠지면서 영화를 찍긴 찍은 것 같다. 지금은 작품을 정리하고 있다.

Q. 연출과 연기, 두 가지를 다 병행할 생각인가.
신주환 :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회사 계약할 때 감독과 같이 계약했다. 연출할 준비가 됐고, 시나리오가 된다면 언제든지 할 생각이다. 평소에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게 이야기하고 싶은 성격이다. 연출은 또 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에 마다하진 않을 것 같다.

Q. 연출의 맛과 연기의 맛은 분명 다를 텐데, 지금은 어떤 맛이 더 좋은가.
신주환 :
글쎄. 하나를 꼽긴 힘들다. ‘패션왕’은 이제 시작이다. 배우의 꿈이 있던 나한테는 즐거운 꿈을 꾼 거라면, 연출은 생각해 본 게 아니라 놀라운 경험이다.

Q. 연출이든 연기든 이제 걸음마다. 앞으로의 모습을 그려 달라.
신주환 :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은 높게 가지라고, 흥행성과 연기력을 다 갖춘 배우를 넘어 세계시장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웃음) 지금도 상상 못 했던 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배우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란 느낌을 주기보다는 힘들 때 같이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배우, 기쁠 때 그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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