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윤형빈(왼쪽)과 김대환 해설위원
개그맨 윤형빈(왼쪽)과 김대환 해설위원
개그맨 윤형빈(왼쪽)과 김대환 해설위원

Q. 시즌1 때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윤형빈과 김대환 해설은 선수들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겠다. 아무래도 경험이라는 건 무시할 수가 없으니까.
김대환 해설위원(이하 김):
참가자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아마 서두원, 남의철 선수는 잘 모를 거다. 선수로서 너무 높은 위치에 있지 않나, 하하하. 나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편이다. 훈련 과정 보면서 ‘나도 어릴 때는 저랬지’, ‘저렇게 하면 진짜 포기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같이 느낀다. 해설하며 경기도 나서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분들을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생업 전선에 뛰고 계시지 않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는 걸 보면 존경심마저 느껴진다.
윤형빈(이하 윤):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게 있다. 그들이 케이지 안에 서 있는 기분을 알고 있고, 또 원했기 때문에 나도 경기에 나갔던 거다.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된다. ‘주먹이 운다’는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이랑은 다르지 않나. 우승한다고 해서 가수들처럼 앨범을 내고,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전 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내가 지난 2월 경기(윤형빈은 지난 2월 9일 로드FC 014 라이트급 경기에 출전,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를 상대로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를 치를 때도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도움이었나.
윤: 마침 경기 준비할 때 ‘영웅의 탄생’ 방송을 병행 중이었다. 참가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고, 그게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경기 전에 재고 따지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무대에 올라온 이유를 상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박성용 PD(이하 박): 실제로 방송 중에 당시 참가자들이 경기를 앞둔 윤형빈을 찾아와 응원하는 부분이 있었다. 방송에서 길게 다뤄진 부분은 아닌데, 윤형빈이 참가자들을 보면서 딱 한마디 하더라. “너희보다는 잘하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진짜 남자의 모습이 아닌가, 하하하.

Q.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보통의 남자라면 다 그럴 것 같다. 방송을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들썩들썩 거린다. 뭔가 피가 끓는 느낌이랄까.
박: 시즌1 때부터 연출을 맡아온 나는 어떻겠나. 지금도 한번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다. 몸이 안 따라주는 게 문제지만, 하하.

Q. 윤형빈은 한 번 더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
윤: 물론 나도 경기를 볼 때마다 느낀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생각은…하고 있다. 하하하.

Q. 조금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소위 ‘남성적이다’고 할 만한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 ‘주먹이 운다’는 뭔가 남성 안에 내재된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윤: 일정 부분은 그렇다. 인류의 역사 전체를 봤을 때 남자가 싸우지 않고 살게 된 건 극히 짧은 기간일 뿐이다.
박: 내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21세기에 들어 남자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지 않나. 회사에는 치이고, 가정에서도 존재감이 작은 아버지일지라도 누구나 그 안에는 ‘투쟁 본능’이 있다. 방송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또 다른 삶을 살아볼 기회는 마련해줄 수 있다고 본다. ‘주먹이 운다’를 통한 ‘남성성의 회복’, 우리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의도한 바다.

Q. 이번 시즌 참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실력도 실력인데,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이야기를 가진 참가자들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나.
윤: 아무래도 최종찬 도전자가 기억에 남는다. 마음이 많이 갔다.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으니까. 그가 울 때 나도 많이 울었다. 또 가까이서 방송 외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니까 더 정이 갔던 것도 있다.
박: 이번 시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그 눈물은 정말…. 밖에서는 강해 보였던 참가자들도 경기에서 패배하면 눈물을 흘린다. 아쉬운 마음에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우는 거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최종찬 참가자가 패배 후 흘리는 눈물은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더라. 온갖 고난을 넘어서면서 한 계단씩 올라갔으니까. 링 위에서 대성통곡하는 모습이 정말 ‘남자의 눈물’처럼 보였다.
윤: 사실 우리는 처음에 프로필로만 이들의 사연을 접하니까 그 감정의 크기에 대해서 잘 모를 때가 있다. 실제로 보면 다르다. 현장에서 보면 자기가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더라.

최종찬 참가자의 눈물은 현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종찬 참가자의 눈물은 현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최종찬 참가자의 눈물은 현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Q. 안기수 참가자의 눈물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박: 개인적으로 응원했던 친구도 안기수다. 제작진 입장으로 봐도 참 고마운 친구다. 엄청나게 실력이 향상됐는데, 거기서 그 친구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보이더라. 한 마디로 절실함이 있었다. 밤에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면서도 다음날이면 잠도 안 자고 와서 훈련하고 그랬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거지.

Q. 그 외에 실력으로 이슈가 됐던 참가자에게서는 ‘주먹이 운다’의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 김형수, 심건오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둔 사람들에게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 아닌가. 그분들에게는 정말 ‘주먹이 운다’가 인생을 바꿔놓은 프로그램이 됐을 듯하다.
김: 확실히 프로그램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김형수 참가자는 현재 우리 체육관(현재 김대환 해설위원은 경기도 성남 일대에서 복싱 MMA 체육관을 운영 중이다)에서 레스링 코치 겸 팀 닥터를 맡고 있다. 어느 날 김형수 코치의 친구들(레슬링 선수들)이 체육관에 놀러 왔는데, “나도 나갈 수 있느냐”고 묻더라. 시즌이 거듭되면서 전문적인 운동을 한 분들의 관심이 커졌다. 소위 ‘엘리트 선수’ 출신 체육인들도 자신의 종목과는 별개로 새롭게 도전 의식을 느끼는 것 같았다.
윤: 아마 선수들은 더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분명 자기 분야가 아니라서 어려운 점도 있는데,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느껴지는 색다른 감각이 있다. 코피 한 번 터져보면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하하하.
김: 그게 참 나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차피 얻어맞을 걸 알면서도 절대 고수와 한번 겨뤄보고 싶어 한다. 말 그대로 방송을 보며 ‘피가 끓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다.

Q. 체육인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에 긍정적인 것 같다.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주먹이 운다’가 그런 사람들에게 활로를 개척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박: 아마도 그런 부분은 누구나 가진 ‘본능’에 가까운 감각일 거다. 절대고수를 만나 맞는 게 즐겁다기보다는, 자신이 그어 놓은 ‘한계선’을 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거다. 승패를 떠나 자기 자신과 직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 부분은 앞으로 ‘주먹이 운다’를 제작해 나가면서도 계속 가져나가야 할 가치 중 하나다.

Q. 예전에도 ‘주먹이 운다’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몇 번 방송된 적이 있지만, 자극과 폭력에 매몰돼 격투기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어느덧 국내에 유일한 프로그램이 된 ‘주먹이 운다’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할 것 같다.
윤: 내가 경기에 나갔던 이유 중에 가장 컸던 건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정말 모든 걸 쏟아서 온몸으로 부딪혀 얻는 경험은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내게는 ‘탈출구’가 됐던 것 같다. 모든 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사연과 고뇌를 안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나와서 한 번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
김: 격투기의 본질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주먹이 운다’에는 참가자들이 순수한 격투기를 배워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사실 UFC, 로드FC 등 정식 경기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주먹이 운다’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간극을 깨주는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Q. 참가자들의 변화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주먹이 운다’가 좀 더 대중화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끼리는 전 국민이 격투기를 스포츠로 배운다면 ‘폭력’은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술’(武術)이 아닌 ‘무도’(武道)는 객관적인 나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준이 된다. 쉽게 말해, ‘강한 자는 겸손해지고 약한 자는 자신감을 얻는다’는 말이다. 명확한 규칙 있는 곳에서 어떤 응어리진 감정들을 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하하.
윤: 정말이다. 한 인상 했던 참가자들도 지금은 다 순한 양이 됐다. ‘부산 협객’ 박현우, ‘전직 야쿠자’ 김재훈, ‘브라질 갱스터’ 최홍준 등 모두 지금은 정말 귀여워졌다. 최홍준은 이제 눈웃음까지 칠 정도니까, 하하하.



주먹이 운다① 박성용 PD, “적어도 경기만큼은 연출이 불가능하다”(인터뷰)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X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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