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내일도 칸타빌레’, tvN ‘미생’
안방극장에 만화 원작 드라마 두 편이 동시에 찾아왔지만, 반응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 몰이를 한 일본의 ‘노다메 칸타빌레’ 리메이크 드라마로, 원작의 명성과 인기를 등에 없고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캐스팅 단계부터 시끌벅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초라하다.
20일 방송된 ‘내일도 칸타빌레’ 3회는 전국기준 5.8%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렀다. 21일 방송된 4회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SBS ‘비밀의 문’을 제치고 2위에 오르긴 했지만, 시청률은 6.1%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주원과 심은경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조합으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일본 드라마가 아니라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제작진의 설명은 일본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배우들의 말은 ‘내일도 칸타빌레’가 일본 드라마나 원작 만화와 어떤 차별화 된 매력을 보여줄지, 어떤 식으로 재해석 될지 기대를 더했다.
그러나 적어도 4회까지는 일본 드라마를 그대로 따라가기에 바쁜 모양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렇다쳐도 캐릭터들의 외모부터 성격, 말투,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전부 그대로 옮겨왔을 뿐이다. 한국 배우로 대체된 것 말고 큰 차이점이나 특색을 발견하기 어렵다.
음대와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음악을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역시 마땅치 않다. 배우들의 악기 연주 싱크로율도 아쉬울 따름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음악이나 OST도 별로 없다. 여기에 도가 지나친 간접광고는 몰입도까지 방해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싱크로율에 충실할수록 정작 드라마의 재미는 반감되고 있다. 배우들이 주원도, 심은경도, 백윤식도 원작 캐릭터들을 흉내만 내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마치 드라마 속에서 차유진이 그렇게 극복하려고 애쓰는 ‘악보만 따라가는 연주자’ 같은 리메이크라는 평가다.
반면 케이블 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리메이크에 변주를 주면서 오히려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는 장그래와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을 통해 웹툰이 보여줬던 냉혹한 현실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드라마라는 장르로 새롭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미생’은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까마득한 을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오늘 우리의 회사원들의 눈물 겨운 우정 이야기를 그린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바둑에 인생을 바쳤지만 결국 바둑을 떠나게 된 장그래(임시완)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미생’을 자세히 뜯어보면 분명 원작과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이는 만화와 드라마라는 장르적 차이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차별화임이 느껴지기에 결과적으로는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싱크로율이란 단순히 보이는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님을 입증 한 것.
예를 들어 원작인 웹툰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고졸에 이렇다 할 경력도 없이 인턴으로 발탁됐다는 사실에 인턴 동료들이 놀라기는 하지만 그를 따돌리거나 텃세를 부리지는 않는다. 오상식 과장(이성민)과 최영후 전무(이경영) 사이 갈등관계 또한 원작에서는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안영이(강소라)가 엉뽕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 이를 착용하고 바이어를 만나는 장면도 원작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같은 장치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이 새로 구상하거나 과장한 부분들. 극중 인물들의 대결 구도를 강화함으로써 긴장감을 높이는가하면, 캐릭터의 매력을 짧고도 효과적으로 드러낸 장면들이다. 웹툰과 드라마의 차이를 감안해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시청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특히 임시완을 비롯해 이성민, 강소라 등 출연 인물들이 만화 속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는 단순히 웹툰 속 캐릭터의 외모나 말투 등을 따라했다기 보다는 캐릭터에서 묻어나던 이미지를 철저하게 해석해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냈을 때 느껴지는 싱크로율이다.
이처럼 ‘미생’은 기저에 깔린 메시지와 의도를 유지하면서 에피소드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인물 하나하나의 성격을 깊이 파악한 캐릭터화 시켰다는 점에서 만화원작 드라마의 성공적인 예로 거듭날 조짐이다.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없은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이 어디까지 원작에 충실한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를 가장 먼저 궁금해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그것에 얽매이다보면 오히려 드라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은 없어지고 재미도 반감된다. 결국 원작과 적절한 ‘밀당’이 포인트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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