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포럼’에 참석한 박종범 씨(왼쪽)와 유화성 씨
올해로 세 번째 개최를 맞은 ‘CJ 크리에이티브 포럼3(이하 CJ 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포럼은 ‘농담(農談), 맛있는 농사 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둔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의 출연자 이서진, 기획을 맡은 이명한 CP, 계절밥상 총괄셰프 권우중, 한국벤처농업대학 사무국장 권영미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30대 젊은 농부’ 대표로는 농사짓는 요리사 샘 킴, 연매출 30억의 농부 CEO 유화성, 최연소 처녀 이장 김미선, 청춘 농부 이석무, 대한민국 1호 농촌기획자 박종범이 이름을 올렸다.Q. 최근 농촌 생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포럼의 의미가 남다르다.
12일 오후 약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30대 젊은 농부’들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농촌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가 뒤따랐다. ‘미래의 농촌’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 ‘CJ 포럼’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권영미: ‘최첨단이 초자연이고, 초자연이 최첨단’이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 나온 구절인데, 이 역설적인 표현은 미래를 지향하려면, 가까운 과거의 친환경적인 삶, 즉 전통적인 삶의 가치로 회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포럼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Q. 선진국의 경우에는 농업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서진: 미국 생활할 때 본 바로는 미국은 농업이 무척 발달됐다. 대량화됐고, 이를 통해 굉장히 윤택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 많다. 선진국들은 주로 그런 것 같다.
권영미: 농촌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 식량 자급률이 0%가 되면 식민지가 될 수 있다. 세계 유수의 국가들의 식량 자급률은 100%가 넘는다. 선진국은 경제적 효용성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시선에서 농업을 본다.
배우 이서진
Q. 농업의 발전이 미진한 데는 농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의 탓이 크다.이서진: 개인적으로는 농촌을 좋아한다. 항상 농촌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가끔 가는 게 좋지만, 하하. 자주 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이석무: 농업 창업을 하면서 그런 걸 느꼈다.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젊은 분들이 일도 해보는데 집에서 반대를 한다. 너 결혼해야 하는데 농장 가서 뭐하고 있냐고. 그래서 다시 도시로 돌아간 친구들도 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많이 깨졌지만, 주변에서 농부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한 느낌이다.
김미선: 문화가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농부들은 항상 일만 하는 줄 안다. 농촌에도 문화가 많이 있다. 오히려 도시에서 농촌의 문화를 즐기러 오는 분들이 있다. 도시 생활에서도 일하려면 힘들다. 나머지 시간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여유가 있다고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사례가 있을까.
권영미: 농업을 하는 분 중 한명이 하는 이야기가 “언제까지 내다 팔래?”라는 것이었다. 이분은 상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관광농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직접 오게끔 하더라. 이런 움직임도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Q. 작물, 상품의 생산 방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유화성: 첫 해에 농사를 지었을 때는 실패했다. 작은 것들만 나와서 ‘알뜰마’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걸 브랜드화해서 극복을 했다. 젊은 농부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마캐는 젊은 농부들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유통 거품을 빼고 소비자의 식탁으로 식품을 바로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 성과를 낼 수 있었다.
Q. 농산물 생산, 유통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한: 요즘 콘텐츠도 결국에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게 콘텐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농산물 자체의 속성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과 결합될 때 훨씬 큰 부가 가치가 생긴다.
권우중: 요즘은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데 굉장히 여러 과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 효과를 봤다. ‘셰프가 발로 뛰어 구한 들기름을 무친 나물’ 등의 이름을 붙여 판매량도 늘린 바 있다. 노력과 정성을 스토리에 입히면 똑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더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박종범: 직거래 장터에 키위를 들고 나갔는데, 첫 날 8개 정도만 팔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소비자 타깃을 다이어트가 필요한 분들도 잡고, ‘키위 먹고 이효리 몸매 만들기’라는 팻말을 세웠다. 과일이 아니라 다이어트 식품으로 접근한 거다. 마지막 날에는 첫날보다 9.5배 정도의 더 많은 판매량 기록했다.
샘 킴: 요리사 입장에서 보면 그런 스토리텔링을 손님들이 좋아하신다. 셰프가 직접 기른 농작물로 요리하는 건 의미가 크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다는 걸 분명히 전달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좋아한다. 고객도 늘었다.
Q. 요약하자면, 농업도 ‘크리에이티브’ 해야 한다는 이야기 같다. 앞으로 농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명한: 융합으로 재미를 본 케이스가 ‘응답하라’ 시리즈다. 예능 PD와 작가가 만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자신의 분야에서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나가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권영미: 실제로 6차 산업(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의 경제효과를 분석한 자료도 있다. 단순히 작물 알밤만 파는 1차 산업은 2만원, 이를 전분으로 가공한 2차 산업은 8만원, 알밤을 밤묵으로 만들어 판매한 경우에는 16만 8000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만큼 어떤 방식으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면 부수익으로 더 큰 경제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셰프 샘 킴
Q. 농촌과 도시의 소통을 늘리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샘 킴: 해외에서는 파머스 마켓이 인기다. 이런 종류의 소통은 현장에서 요리법, 보관법 등 다양한 정보가 공유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석무: 처음 농촌에 왔을 때만 해도 농작 경험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팔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막막했지만, 매일 일기를 통해 그 시행착오 과정을 올렸다. 놀랍게도 그 블로그를 보던 이웃들이 모두 주문을 해왔다. 믿고 사겠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소통을 중요성을 느꼈다. 온라인도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박종범: 작은 농가는 농작을 위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비자들이 농사 자금을 마련해주고 농부가 그 돈으로 농사지은 결과물을 돈이 아닌 농작물로 되돌려주는 클라우딩 펀딩을 하고 있다.
Q. 앞으로 농촌 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김미선: 피아골에 내 이름을 건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 작물의 생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체험 공간까지 만들어서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 농촌’을 만들고 싶다.
이석무: 6차 산업의 시작도 도시와 농촌을 잇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좀 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샘 킴: 아직 안 심어본 작물들을 심어보고 싶다. 직접 심은 작물들로 요리를 해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권영미: 여기 모인 다섯 분이 농업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분들 외에도 다른 젊은 층이 농업에 대한 꿈도 꾸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장래희망을 ‘농부’라고 적을 수 있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싶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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