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달아올랐다. 존 레전드의 눈빛은 촉촉했다. 피아노를 치다가 흘끔 객석을 바라보면 여성관객들은 신음 섞인 탄성을 질렀다. 이것은 음악적인 교감 이상의 ‘그린 라이트’였다. 탁성이 섞인 존 레전드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이 흐르자 공연장은 점점 흥건해져갔다. 공연장을 채운 2,100명 중 대다수인 여성들을 정말 행복해보이더라. 그 행복이 단지 음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28일 광장동 악스코리아는 존 레전드를 보러 온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번 내한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올 오브 미(올 오브 미(ALL OF ME) 투어)’의 일환으로 최근 앨범 ‘러브 인 더 퓨처(Love in The Future)’의 곡들이 다수 연주됐다.

공연은 로맨틱하게 출발했다. 현악 4중주와 함께 은은하게 시작한 ‘메이드 투 러브(Made to Love)’,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된 ‘투나잇(Tonight)’이 이어지자 관객들의 눈은 벌써 하트로 변했다.



예전 공연들에 비해 말이 많아졌다. 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신의 데뷔하기까지 수많은 회사의 오디션에 탈락하고, 카니예 웨스트의 눈에 들어 첫 앨범 ‘겟 리프트드(Get Lifted)’를 발매하기까지의 과정을 만담처럼 늘어놨다. 그 모습이 마치 빌리 조엘의 노래 ‘피아노 맨(Piano Man)’의 주인공 같았다. “많은 이들이 절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했죠. 결국 카니예 웨스트는 알아봤지만.” 이어 ‘겟 리프트드’를 연주하자 상당한 감동이 전해졌다.

피아노를 뒤로 하고 일어선 존 레전드는 은은한 눈빛으로 객석으로 바라보며 느끼한 말투로 “내가 객석의 관객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불을 켜 달라”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나를 보러 온 여성들을 직접 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어 ‘세이브 더 나잇(Save The Night)’을 노래하자 관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천천히 무대 위를 걷다가 관객을 야하게 바라보는 존 레전드의 모습은 냇 킹 콜과 테디 팬더그레스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한 것 같았다. 그 눈빛은 음흉한 늑대가 아닌 무언가였다. 이런 존 레전드 나름의 섹스어필에 관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공연장 어디선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공연 내내 왜들 그리 키스들은 해대는지. 하긴, ‘딥’한 데이트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공연은 없으리라.

너무 느끼하다싶으면 농담을 던지는 존 레전드의 센스는 대단했다. ‘맥신(Maxine)’을 노래하면서는 “혹시 맥신이란 이름의 관객이 있나? 맥신은 내 할머니 이름”이라며 유머를 던졌다. 이런 선수 같으니라고.



히트곡에서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PDA’에서는 대단한 합창이 이어졌고, ‘세이브 룸(Save Room)’에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관객들이 나서서 코러스를 이어갔다. ‘그린 라이트(Green Light)’에서는 모두가 촉촉이 젖었다. 이 역시도 음악의 힘! 헌데 존 레전드가 마이클 잭슨의 곡 ‘록 위드 유(Rock with You)’를 노래할 때에는 객석이 갑자기 썰렁해졌다. 관객들은 이 노래를 모르는 것 같았다. 존 레전드 팬들이 마이클 잭슨 노래를 다 알고 오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존 레전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서 태어나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이야기를 하더니 자신에게 처음 가스펠 피아노를 알려준 할머니에게 바치는 곡이라며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들려줬다. 은혜로운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펑키한 곡들이 주로 연주된 2011년 내한공연이나, 작년 ‘슈퍼소닉’ 공연과 달리 차분하고 로맨틱한 곡들이 주로 흘렀다. 한껏 느끼해진 존 레전드 때문에 한 번 놀랐고, 거기에 너무나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여성관객들 때문에 두 번 놀랐다. 이토록 야해진 존 레전드라니, 차기작은 상당히 섹시한 앨범이 될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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