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먼트 잭스의 펠릭스 벅스톤은 대뜸 제주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한국 사람인 여자 친구 덕분인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강정마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이야기 주제는 대자연의 조화를 거쳐 UFO로 넘어갔고, 종교, 철학으로 이어졌다. 제한된 인터뷰 시간에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헌데 그와 나눈 잡담들을 종합해보니, 그것이 묘하게 베이스먼트 잭스의 음악과 닮았다.

오는 26일 발매되는 새 앨범 ‘준토(Junto)’ 프로모션 차 내한한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의 펠릭스 벅스톤을 소니뮤직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세계 대중음악에서 대세를 점하고 있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약칭)의 중심에 바로 베이스먼트 잭스가 있다. 1994년 영국 브릭스턴에서 결성된 2인조 그룹 베이스먼트 잭스는 댄스음악의 한 갈래인 ‘일렉트로닉 / 하우스’ 계열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팀 중 하나다. 1999년 발표한 첫 정규앨범 ‘리메디(Remedy)’로 세계 차트를 석권한 이들은 2004년 제4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댄스 앨범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국내에는 휴대전화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인 ‘핫 앤 콜드’(Hot ‘n Cold)가 잘 알려져 있다.

해외 뮤지션이 프로모션으로 내한하면 홍보만 재빠르게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 보통인데 펠릭스는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 여러 곳을 돌아보는 중이었다. 팀을 이루고 있는 동료 사이먼 래트클리프는 한국에 오지 않았다.



Q. 사이먼은 어디 갔나?
펠릭스: 지금쯤 사이먼은 영국에 도착했을 것이다. 딸과 놀아주기 위해 일찍 영국으로 돌아갔다. 난 여행을 즐기기 위해 한국에 머무르기로 했다. 오늘까지 제주도에 있다가 서울로 왔다.

Q. 제주도에 갔었나?
펠릭스: 토요일에 한국에 도착해 바로 제주도로 갔다. 등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난 어느 나라에 가도 그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 관광지를 찾는 편이다. 일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니 너무 슬픈 일입니다. 아름다운 제주도가 망쳐지는 걸 바라지 않아요. 음악에 대한 것보다 제주도 이야기를 더 많이 써 달라.

Q. 새 앨범 ‘훈토(Junto)’는 스페인어로 ‘투게더’라는 뜻이다. 앨범 제목을 이렇게 한 이유는?
펠릭스: 전 세계 인류는 모두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추구하는 행복은 모두 통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이 죽어서 땅에 묻히면 그 영양분으로 식물이 자라고, 냇가에 돌을 던지면 그것조차도 자연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그렇게 온 세상은 연결돼 있다.

Q. 앨범재킷에 새로운 로고가 들어갔다. ‘구름, 자연, 그리고 신성한 기하학’을 테마로 했다고 하던데? 이 로고를 택한 이유는?
펠릭스: 2년 전쯤에 앨범재킷 콘테스트를 열어서 선정된 작품이다. 팬인 젊은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것이다. 세계 모든 것은 똑같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앨범 제목 ‘훈토’의 의미와 일맥상통한 앨범재킷이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었던 음악이 있다면?
펠릭스: 이번 앨범을 통해서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때문에 콜라보레이션도 많다. 예전에는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 상대방을 꽤 가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구든지 환영이었다. ‘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의 코러스 부분에는 무려 5,000여명이 참여했다. ‘백 투 더 와일드(Back To The Wild)’에서는 여자 친구가 참여했다.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다. 작업을 하는데 마침 스튜디오에 여자 친구가 놀러와서 즉석에서 녹음을 제안했다. 이 곡 뮤직비디오는 한국 버전을 따로 만들었는데 한국 사람인 ‘이권’이 감독을 맡았다.

Q. 아니, 코러스로 어떻게 5,000명이 함께 했나?
펠릭스: 월드투어를 돌면서 관객들의 합창을 녹음해 합쳤다. 스튜디오에 놀러오는 이들에게도 한 소절 씩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Q.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의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재밌다. 어떤 내용인가?
펠릭스: 내용은 보고 받아들이는 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만이라는 이란 출신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정말 4차원이다. 계획을 하고 슛을 들어간 것이 아니라 촬영을 하면서 스토리가 계속 변해갔다.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일주일 만에 300만 조회 수가 나왔다. 뮤직비디오가 어떤 내용인지는 사만에게 직접 물어보라.

Q. 이번 앨범을 통해 세계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싶었다고 하던데? 스튜디오에서 UFO를 보게 된 것이 본인에게 깨달음을 줬다고 들었다.
펠릭스: 그렇다. 그것은 나에게 큰 사건이었다. 사실 UFO 사건이 있기 전부터 뭔가 세계의 문화를 아우르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영국을 비롯해 인도, 아프리카, 일본 등에서 곡 작업을 했다. 그 여러 나라에서 영감을 골고루 받았다. 새 앨범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Q. UFO는 언제 봤나?
펠릭스: 2년 반 전에 스튜디오 이사를 했다. 창밖으로 런던 시내가 보였다.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세인트폴 대성당 위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보였다. 혼자서 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목격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전 세계에 UFO 출몰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뒤로는 UFO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하루는 옥스퍼드대학에 강연을 하러 간 일이 있는데 그 쪽에서 UFO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해 달라고 할 정도였다. 혹시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봐서 걱정해준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런 공개적인 곳에서 UFO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일이라고 생각이 됐고, 난 결국 UFO, 그리고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도 학생들이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들어줬다.

Q. 정말로 UFO를 믿는 것인가?
펠릭스: 물론이다. UFO만 믿는 것이 아니다. 난 예수, 마호메트, 부처, 크리슈나(힌두교의 신) 등 모든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또 모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믿는다. 하하하.



Q. 매우 철학적인 사람 같다.
펠릭스: 아버지가 목사님이셔서 그 영향을 받았다. 원래는 기독교를 믿었지만 불교로 개종했다. 모든 종교가 하나라고 생각한다. 성경, 코란 등은 결국 사람들이 쓴 것이다. 그것을 쓴 사람들의 관점 중 무엇이 더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

Q. ‘X파일’과 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할 것 같다.
펠릭스: 하하 그렇다. 미래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않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고정된 것도 아니고 항상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가 중요하다.

Q. 그런 생각들이 음악에 담겨 있는 것 같다.
펠릭스: 우리 음악에 대해 미래지향적이라고 해주면 기분이 좋다.

Q. 이번 앨범은 대히트를 기록한 곡 ‘할렘 쉐이크(Harlem Shake) 에도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드럼 & 베이스를 이용한 트랩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고?
펠릭스: 런던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정글 스타일의 음악을 듣는데 사운드가 신선했다. 사이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테마로 곡을 만들면 좋겠다고 결론을 냈다. 현대적인 색을 넣어보고자 했다.

Q.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펠릭스: 재미난 에피소드는 딱히 없다. ‘스카즈(Scars)’ 앨범은 다소 어두운 색이었는데, 그 앨범을 작업한 예전 스튜디오가 어두운 기운이 있었다. 동네에 살인사건도 일어나고 노상방뇨 자국도 많았다. 이번에 새로 이사 간 스튜디오는 밝은 곳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밝게 나온 것 같다.

Q. 사이먼과 20년 넘게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그는 음악적으로 어떤 파트너인가?
펠릭스: 아이디어도 많고, 음악적 테크닉도 뛰어나다. 그와는 음악적인 부분이 무척 잘 맞는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비판하지 않으면 항상 열린 상태에서 논의한다. 내가 어떤 제안을 하면 그 방향을 잘 이해하고 곡을 만들어주는 친구다.

Q. 요즘 전 세계적으로 EDM이 대세다. 선구자로써 요즘의 EDM 신(scene)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펠릭스: 최근 로스앤젤레스의 한 페스티벌에 갔다가 근래의 EDM이 얼마나 파티 음악으로 전락했는지를 체감했다. 사이먼에게 ‘우리는 트렌드, 돈에 연연하지 말고 음악을 하자’고 말했죠. 최근의 EDM이 다소 상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히도 EDM에서 좋은 음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겟 럭키(Get Lucky)’가 실린 다프트 펑크의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Random Access Memories)’의 경우에도 그저 팝적인 색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딥 하우스 계열에서는 깊이 있고, 진취적인 음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Q. 혹시 케이팝은 좀 들어봤나?
펠릭스: 솔직히 잘 모른다. ‘강남스타일’은 안다. 한국에 왔을 때 처음 ‘강남스타일’을 들었다. 그런데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에 라디오에서 그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케이팝은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섞는 것이 인상적이다. 굉장히 산업적인 음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 뀌어난 부분이 있다.

Q. 요새 케이팝 작곡에 외국 작곡가들이 협업을 하곤 한다. 본인에게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펠릭스: 하하 잘 모르겠다. 글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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